2017-01-18
지금 DDP에서는 포르나세티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 전체가 마치 하나의 장식품인양 구석구석을 잘 꾸며 놓은 무척 매력적인 전시임에도, ‘포르나세티’라는 입에도 잘 붙지 않는 생소한 이름 때문에 다소 낯설게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 기사를 준비했다. 다음 7개의 키워드만 숙지하면 당신도 포르나세티를 (어느 정도) 마스터할 수 있다.
아들: 바르나바 포르나세티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피에로 포르나세티(Piero Fornasetti)고, 바르나바 포르나세티(Barnaba Fornasetti)는 그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전시의 기획과 구성을 전부 맡아서 진행했다. 그는 포르나세티의 감성을 현대에 이어주기 위해 포르나세티 아카이브를 만들어 아버지의 디자인을 새롭게 구성하고 재창조하면서 장인정신을 실현해오고 있다.
뮤즈: 리나 카발리에리
<주제와 변형들 Tema e Variazioni>에 등장하는 얼굴의 주인공은 오페라 가수 리나 카발리에리(Lina Cavalieri)로, 포르나세티의 영원한 뮤즈다. 그는 1952년부터 카발리에리의 얼굴을 접시, 컵, 가구 등에 변형시켜서 적용했고, 결국 350가지가 넘는 작품을 생산해냈다. 전시장에는 모빌처럼 실에 엮인 접시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는데, 포르나세티가 그녀의 얼굴에 얼마나 집착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도구: 트레이
포르나세티 작업의 특징 중 하나는 어떠한 특정 테마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것이다. 트레이는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다양함 혹은 형태와 양식의 다양한 변주를 가장 잘 보여주는 도구다. 트레이의 여러 가지 변형을 제외하고서라도 트레이 장식의 숫자는 이미 460개가 넘고, 트레이의 양식은 총 8개의 직사각형, 4개의 원형, 4개의 타원형의 형태로 구성돼 있다.
동반자: 지오 폰티
지오 폰티(Gio Ponti)는 이탈리아의 건축 거장이다. 그가 주최한 ‘젊은 작가를 위한 콤페’에 포르나세티가 자신의 실크 스카프 몇 장을 출품하면서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포르나세티의 1950년대와 60년대를 장식하는 지오 폰티와의 협업은 실로 다양한 장르에서 발현됐다. 둘은 산 레모 카지노,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전시한 아르키테투라 장식장, 까사 루카노의 모든 내부 장식, 안드레아 도리아 여객선의 여객실과 복도 등을 함께 작업했다.
주제: 초현실
포르나세티의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한 단어를 꼽아보라면 ‘초현실’이 아닐까. <STANZA METAFISICA 형이상학의 방>은 포르나세티의 가장 몽환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모노톤으로 이루어진 병풍처럼 생긴 벽면들은 높이 2.5m, 폭 50cm로 된 패널 32개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시점의 경로, 복도, 오르막길, 내리막길, 계단, 건축물들, 사다리 등이 비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상상으로 연속되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기본: 포르나세티 예술 출판사
책과 인쇄물은 포르나세티 작업의 기본이다. 그는 평생 책과 매거진, 이미지 자료 등을 수집해왔으며, 음각기법, 석판화, 드라이포인트 동판기법, 모노타입 등의 여러 기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결국 포르나세티 예술 출판사(Piero Fornasetti Art Publishing House)를 설립하기에 이르는데, 여기서 그는 자신의 드로잉과 연감을 출판할 뿐만 아니라, 조르조 데 키리고, 카를로 카라, 루치오 폰타나 등 당대 최고의 화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검정 연필, 인디안 잉크, 펜으로 그린 드로잉 또한 인쇄물에 대한 그의 열정을 보여준다.
관심사: 분더캄머
포르나세티의 최고 관심사는 단연 수집이다. 스스로를 ‘비정형의 수집가’라고 묘사할 정도니 말 다했다. 그는 밀라노와 토리노에 몇 개의 상점을 오픈하는데 꼭 바로크의 분더캄머(Wunderkammer)를 닮았다. 분더캄머는 진열실을 뜻하는 독일어로, 진귀한 물건이 수집되어 있는 방을 일컫는다. DDP에도 분더캄머 섹션이 꾸며져 있는데, 그가 평생 수집해온 아름답고 독특한 물건이 가득하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주)아트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