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작업 소개를 부탁합니다.
정재윤 ‘재윤의삶’은 SNS를 기반으로 그리고 있는 한 페이지 단편 만화 시리즈입니다. 〈출발하는 만화〉는 ‘재윤의삶’ 에피소드 중 하나로, 단편 작업 중 가장 로맨틱한 만화죠. 여름 바다를 배경으로 한 어떤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실제인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CA 만화의 정체성이 뚜렷합니다.
정재윤 만화의 에피소드는 보통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해둔 단어나 문장들을 마구 늘어놓고 이것들이 하나의 주제로 묶일 수 있을 것 같을 때 이어 붙여 구성합니다. 너무 신변잡기 적으로 읽히지 않고 속 시원하거나 통쾌하기만 한, 이른바 사이다라고 말하는 전개로 빠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만화의 그림체가 아주 특색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오히려 제 만화에서 정체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손글씨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종이에서 태블릿으로 작업 도구를 변경하면서 제 원래 손글씨와도 다른 글씨체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디지털로 작업한 만화가 더 많아져서 지금의 글씨체가 정체성이 되었지만,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바뀐 글씨체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요즘은 양쪽을 맞추느라 아날로그 손글씨를 디지털 손글씨와 비슷하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죠. 레이아웃은 3X3의 규칙 안에서 자유롭게 변형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바일의 작은 액정으로 보기엔 4컷이 적합한 형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느 정도의 서사를 담길 바라 9컷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SNS를 통해 업로드하는 만화인 만큼 보는 환경도 제각각일 텐데 그럼에도 같은 사람이 작업했다는 일관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정체성을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CA 작년 언리미티드에디션에서 장편 만화 〈서울구경〉을 책으로 선보였는데요.
정재윤 독립출판물 페어인 만큼 새롭고 검증되지 않은 작업을 내보고 싶었습니다. 장편 구상은 처음이라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낯설어 준비하면서도 많이 불안했던 기억입니다. 저는 어떤 작업이든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콘텐츠를 좋아합니다. 단편 만화는 일단 작업이 빨리 끝난다는 점에서 수월하고, 요소들을 배치하는 호흡도 비교적 제 성향과 잘 맞습니다. 보따리장수처럼 한 번에 확 풀어놓고 금방 수습하는 형식이니까요. 반면에 장편은 여전히 어렵고, 작업이 끝난 지금도 어떻게 이걸 다 했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제게 장편과 단편은 심적 부담과 책임감의 차이가 가장 큽니다. 그러나 길게 할 수 있는 얘기와 짧게 할 수 있는 얘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CA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들려주세요.
정재윤 가장 가까운 목표는 ‘재윤의삶’을 책으로 묶는 것입니다. SNS에 업로드하는 단편과 함께 온라인에는 올리지 않을 중편들도 추가로 작업할 계획입니다. 사실 2016년에는 여유 시간이 갑자기 많아져서 한창 열심히 할 때는 3~4일에 한 편씩 작업하곤 했는데, 앞으로는 개인 사정상 바빠질 것 같아요. 하지만 지치지 않고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SNS에서 단편만화 ‘재윤의삶’을 그리고 있다. 2016년 11월 장편만화 〈서울구경〉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