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7
우리는 살면서 많은 순간을 맞이한다. 기쁨과 슬픔이라는 감정을 바탕으로 맞이하게 되는 수많은 순간들은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알지 못하는 찰나, 의식하지도 못한 순간에 매우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삶의 의미있는 순간들
우리는 삶을 통해 즐거움, 희망, 행복과 같은 기쁨과 화, 분노, 우울 등의 슬픔을 느끼며 살아간다. 비슷한 상황 속에서도 매번 다른 감정들을 느끼고 사소한 순간에도 감사와 희망, 벅찬 기분을 느끼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이 이 감정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고 우리로 하여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DDP에서 열리고 있는 ‘LOOK SMITHSONIAN : 스미스소니언사진전’에서는 이러한 삶의 의미 있는 순간들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다.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은 국립자연사박물관, 국립역사박물관, 국립항공우주박물관뿐 아니라 미술관, 동물원, 연구소, 도서관 등 약 20여 개의 문화기간이 집합된 세계 최대규모 박물관으로 이번 전시는 스미스소니언의 산하기관인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이 매년 진행하는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포토 콘테스트’의 역대 수상작들을 선보이는 전시다.
삶, 문화, 역사를 기록하는 스미스소니언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은 예술, 역사, 과학, 여행, 대중문화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문화플랫폼으로 2003년부터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포토 콘테스트를 개최해왔다. 14회를 맞이한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포토 콘테스트는 미국, 자연세계, 여행, 지속 가능한 여행, 인물, 보정사진, 모바일 등 7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100개국에서 참가하는 수십만 점의 지원작 중에서 각 분야별로 15점의 결선진출작을 선정하며 결선진출작 중 우승작인 ‘Grand Prize’와 우승작인 ‘Winner’,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에디터들이 선정하는 ‘Editor’s Pick’, 독자들의 선택하는 독자 초이스 우승작 ‘Reader’s Choice’가 선정된다. 이번 전시는 세계 최초로 열리는 스미스소니언의 사진전이자 국내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스미스소니언의 전시로 1회부터 13회까지의 수상작 중 엄선된 1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하지만 스미스소니언사진전이 주목을 받는 것은 이러한 타이틀 보다 우리의 삶에 마주하게 되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감정들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이로운 혹은 흥미로운’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전시는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포토 콘테스트의 7개 카테고리를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각 섹션 중간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에피소드 형식의 카테고리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이롭고 흥미로운 순간들을 직접 재확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어서
‘섹션 1. 형언할 수 없는 : Indescribe’에서는 경이로운 풍경, 위대한 생명과의 마주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종종 벅차오르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는다. 기쁘지만 그 기쁨을 말로 나타낼 수 없고 아름답지만 너무나 아름다워서 차마 말로 꺼내기조차 아까운 순간에 시각적인 것은 어떠한 매체보다 효과적으로 그 상황을 전한다. 섹션1에서는 이러한 감정들을 담은, 혹은 그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이 전시된다.
거대한 자연과 동물들의 모습을 담은 ‘명백함을 넘어선 대상의 장엄함’, 인간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 삶을 위한 피할 수 없는 투쟁 등을 보여주는 ‘묵념과 숭배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아름다움’ 등의 세부 카테고리도 마련돼 있다. ‘SUSTAINABLE TRAVEL’은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포토 콘테스트가 2015년에 새롭게 만든 분야로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맑은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 작품을 통해 공정여행, 환경 등에 대한 스미스소니언의 지향하는 바를 보여주고 있다.
익숙하지 않아서 더 아름다운
‘섹션2. 익숙함을 벗어난 : Close up’은 무심코 지나쳤던 세상을 보여준다. 익숙한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미세하고 짧은 순간들은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난 더 넓은 시야와 넓은 세계를 보여준다. 세상의 중심이라 믿어왔던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장면들은 우리를 겸손하게 할 뿐 아니라 우주 만물의 신비로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인간의 것보다 더 아름다운 본능과 현명한 지혜, 놀랄 만큼 아름다운 형태와 색감 등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어쩌면 우리보다 더 아름다운 동물과 곤충들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방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다양한 가면의 모습을 통해 여러 가지 이유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가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귀로’, 문화와 낭만에 젖게 하는 ‘카우보이’ 등의 카테고리를 통해 익숙한 듯 낯선, 그래서 더 아름다운 모습을 전한다.
삶은 어떤 순간에도 빛나는 것이므로
‘섹션3. 햇살처럼 빛나는 : Bright as the sun’은 주제처럼 맑고 밝은 순간을 통해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따뜻하고 포근한 마음을 갖게 하는 사진들은 녹록지 않은 우리 삶이 그래도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해주며, 행복, 희망, 기쁨, 즐거움, 열정과 같은 인생에 힘이 되는 감정과 긍정 에너지를 선사한다.
문화의 변화를 시사하고 매일의 평범한 일상 속 평화로운 순간을 기록하며 마음까지 나누는 공생을 담은 사진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우리의 삶이 햇살처럼 빛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전시에서는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지는 인간의 모습, 탄생과 죽음, 다양한 문화,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생명체의 모습과 모든 삶이 지닌 아름다운 순간들을 볼 수 있다. 렌즈를 통해 포착된 자연의 재해, 고난, 아픔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인생 그 자체이며, 그것을 통해 살아내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삶은 어떠한 순간에도 아름답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고귀하고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존귀한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삶의 의미와 아름다울 이유 또한 배가된다. 비록 때때로 방황할지라도 우리는 반드시 그 의미를 찾아 값지게 삶을 살아내야 한다. 여기 사진에 기록된 의미 있는 순간들, 그 주인공은 바로 나와 당신, 바로 우리 모두니까.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스미스소니언사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