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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사람을 위한 집, 르 코르뷔지에

2017-02-13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 건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그의 이름은 친숙하다. ‘현대미술’, ‘디자인 혁명’등 ‘현대문화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니까. 하지만 우리에겐 이러한 이유 말고도 그를 좀 더 특별히 알아야 할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 어느 나라보다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최초로 발명한 그의 의미는 남다르니까. 

 

권위와 지배를 위한 집이 아닌, 사람을 위한 사람 중심의 집을 지은 르 코르뷔지에의 전시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권위와 지배를 위한 집이 아닌, 사람을 위한 사람 중심의 집을 지은 르 코르뷔지에의 전시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물론 그가 디자인한 공동주택과 우리의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는 권위와 지배를 위한 집이 아닌 사람을 위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집을 말했다. 분명한 공동주택이지만 무엇보다 세대수나 평수가 중요한 우리나라의 아파트 문화와는 매우 달라 보인다. 그가 말한, 작지만 사람을 위한 편안한 공간은 사회적, 시대적 난제를 해소시킨 인간적이고 따뜻한 것이었다. 르 코르뷔지에를 제대로 알아보는 작업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 중요할 듯 하다. 

 

어쨌거나 대규모 공동주택 디자인을 통해 ‘공간 혁명’을 일으킨 그는 현대건축의 아버지가 확실하다. 건축가, 화가, 비평가로 활동했던 그는 건축, 디자인뿐 아니라 현대미술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미쳤다. 그는 타임지가 뽑은 ‘20세기를 빛낸 100인’에 건축가로서 유일하게 선정됐으며 17점의 건축물이 한 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이 사진과 모형 등으로 전시된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이 사진과 모형 등으로 전시된다.


 

이를 기념한 특별한 전시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크로뷔지에 전 : 4평의 기적’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유네스코 등재 후 처음으로 열리는 ‘유네스코 등재기념 특별전’이다. 

 

세계 최대 규모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거장의 전시’라는 말이 아깝지 않게 알차게 구성됐다.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140여 점의 작품이 최초로 공개되며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의 행적을 보여주는 자료들 총 500여 점 전시된다. 

 

르 코르뷔지에의 드로잉, 회화, 조각 등 그의 예술과 철학을 보여주는 모든 것이 전시된다.

르 코르뷔지에의 드로잉, 회화, 조각 등 그의 예술과 철학을 보여주는 모든 것이 전시된다.


 

전시는 ‘르 코르뷔지에는 누구인가?’, ‘여행을 통해 ‘건축과 인간’에 눈을 뜨다’, ‘세상을 품다. 넓고 큰 세상으로’, ‘‘화가 르 코르뷔지에와 순수주의’ 현대건축 교과서의 기틀을 만들다’, ‘건축으로 세상을 혁명하다. 현대적 아파트를 창시하다’, ‘내 인생의 꿈과 사랑 그리고 어머니’, ‘건축가는 ‘생각’을 남기는 사람’, ‘4평의 기적 : 작은 위대함 통나무집 특별관’ 등 총 8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그는 여행을 통해 건축가로서의 사고를 갖게 됐다고 한다. 그의 건축세계의 바탕이 된 드로잉들과 메모 등 중요한 자료들이 전시된다.

그는 여행을 통해 건축가로서의 사고를 갖게 됐다고 한다. 그의 건축세계의 바탕이 된 드로잉들과 메모 등 중요한 자료들이 전시된다.


 

‘인간’에 눈을 뜬 것이 건축의 시작

그의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던 동방여행 스케치도 볼 수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이탈리아, 파리, 동방에서의 여행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었는데 이러한 그의 생각이 여기에 담겨있다. 르 코르뷔지에 전시 역사상 처음으로 전시되는 것으로, 그의 건축적 사고를 형성시켜주고 그에게 건축의 본질을 깨닫게 해주었으며, 건축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해준 가장 중요한 기록으로 꼽힌다.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가뿐 아니라 화가, 비평가로도 활동했다. 전시에서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순수주의 회화 작품들도 대거 전시된다.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가뿐 아니라 화가, 비평가로도 활동했다. 전시에서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순수주의 회화 작품들도 대거 전시된다.


 

화가로서의 르 코르뷔지에

르 코르뷔지에는 화가로서 아메데 오장팡과 함께 순수주의를 창시하기도 했다. 그의 회화는 ‘설계도’이면서 시대적 난제에 대한 그의 건축적 성과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회화 작업을 ‘인내심이 있는 비밀연구’라 불렀으며 ‘건축의 4타입’, ‘입방체구성’, ‘건축적 산책로’, ‘도미노이론’, ‘건축의 5원칙의 발견’ 등이 모두 그의 ‘그림 속 건축’에서 비롯됐다. 인생에 대한 고뇌를 담은 회화 작품도 전시된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모형과 함께 드로잉, 메모, 회화 작품 등 총 500여 점의 자료들이 전시된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모형과 함께 드로잉, 메모, 회화 작품 등 총 500여 점의 자료들이 전시된다.


 

서민의 행복을 위한 건축

그의 건축들은 시대의 흐름을 바꾸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도시에서 위협받는 서민들의 행복을 위해 그가 만든 대규모 공동주택은 인류를 위한 큰 공헌이자 건축 혁명 그 자체였다. 메모와 회화 등의 다양한 자료를 통해 치열한 건축의 발전과정을 보여주고 모형들을 통해 건축의 콘셉트가 시대의 흐름을 바꾼 방식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건축에 대한 열정, 건축적 생각, 예술적 영감 등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르 코르뷔지에가 작업했던 환경을 엿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르 코르뷔지에가 작업했던 환경을 엿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작지만 충분한 행복, 4평의 기적

르 코르뷔지에는 니스의 캅 마르탱 휴양지에 자신의 모듈러 이론을 바탕으로 한 4평 남짓한 오두막집(카바농)을 짓고 그곳에서 생애 마지막을 보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세계문화유산인 이 공간에는 ‘4평이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전시장에 재현된 이 오두막집은 명상의 공간으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정신적인 스승이기도 했다. 안도 다다오가 직접 만든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모형 등이 안도 다다오 특별관에서 전시된다.

르 코르뷔지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정신적인 스승이기도 했다. 안도 다다오가 직접 만든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모형 등이 안도 다다오 특별관에서 전시된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르 코르뷔지의 책을 보고 건축가가 됐다. 가난한 권투선수였던 그에게 르 코르뷔지에는 정신적 스승이었던 셈. 안도 다다오 특별관을 통해 안도 다다오가 직접 만든 50여 점의 르 코르뷔지에 건축 모형과 드로잉, 에세이, 사진 등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가상현실(VR)로 세계문화유산인 롱샹 성당을 체험하는 기회도 누릴 수 있다. 건축가들의 강연과 현대미술과 건축, 디자인의 토론의 장도 펼쳐진다. 전시는 3월 26일까지.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르 코르뷔지에전(www.lecorbusi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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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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