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7
챕터투(Chapter II)는 ‘연남 566-55 엔솔로지’ 전을 오는 3월 25일까지 연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연남동이라는 지명은 70년대 중반 행정구역 개편 시 연희동의 남쪽에 위치하였다고 해서 생겨났다. 오랫동안 주택가이자 홍대 인근의 베드타운 기능을 하던 연남동에는 경의선 산책로 형성과 함께 젊은층이 선호하는 상업 및 위락 시설이 대거 들어선다. 이로 인해 많은 수의 주거지역이 상업공간으로 변모하거나 혼재하는 과정이 현재 진행 중이다. 챕터투가 있는 연남동 566-55번지는 쳅터투 후원사의 사옥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공간은 수년 전까지 슈퍼마켓과 의약부품 창고로 쓰였던 공간이다. 지금은 전시공간으로 변모한 사옥의 1층만이 아니라 주변부도 식당, 카페, 각종 숍들이 속속 들어서며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번 전시는 챕터투의 설립에 즈음해 위치한 장소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노충현(b.1970), 이지양(b.1979), 김지은(b.1977), 권태경(b.1992), 린다 하벤슈타인(Linda Havenstein, b.1984) 등 총 다섯 작가의 작품을 통해 연남동 566-55번지의 궤적을 밟아보고자 한다. 또한 단순히 특정 장소의 이력을 살피는 데에서 더 나아가 대도시의 팽창과 쇠락, 도시 재활성화의 파급 효과, 젠트리피케이션 등 수도 서울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도시 재편 현상과, 그와 연관된 사적인 삶의 흔적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노충현의 <Room (2009)>은 주변에서 흔히 목격되는 전형적인 상가건물의 내부를 묘사한 작품이다.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비어짐'은 무언가 일시적이어어야 하는 현상이 영원히 고착된 것 같은 분위기를 내포한다.
이지양의 <Tweedledum Tweedledee and the Vantage Loaf (2015)>은 생쥐 여러 마리가 방역 목적 끈끈이에 걸려 죽어 있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작가는 두 개의 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힘의 역학관계와 현상학적 도식을 죽어 있는 쥐에 대입하여 은유적으로 보여줬다.
김지은의 <Plumbing First (2014)>는 현대 도시 건축물의 일상적인 신축과 철거, 용도가 변경되는 현장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상업적인 용도와 기능적 효용 극대화의 논리하에서 건축물은 자본주의의 대량 생산품과 다름 없이 소비되고 있음을 현장감 있게 묘사했다.
권태경의 <선언 (2016)>은 백색 표면의 캔버스를 관통하여 다수의 전기 공사용 튜브가 돌출되거나 바닥에 늘어뜨려진 설치 작품이다. 캔버스를 관통한 튜브는 평면에서 공간으로 도약하는 장치로 소용되어, 회화의 규범적 용례에 대한 확장과 도발을 꾀한다.
린다 하벤슈타인(Linda Havenstein)의 <Leveling (2015)>에서 한 여자는 크림을 계속 얼굴에 펴 바르는데, 원래의 얼굴은 사라지고 하나의 덩어리로 변모한다. 작가는 행동의 주체였던 대상이 외부로부터의 개입과 간섭, 영향을 통해 자발성이 왜곡된 형태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챕터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