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4
영화는 스토리도 중요하고 배우도 중요하지만 그 이미지를 알리는 포스터도 이 두 가지 만큼이나 중요하다. 영화에 대한 느낌, 그 자체니까.
영화 포스터 디자인에는 생각보다 많은 일이 포함된다. 시나리오 북 디자인은 물론 영화 포스터를 위한 사진 촬영 준비, 촬영에서의 배우들의 포즈도 직접 구상한다. 영화 제작사, 배급사, 감독, 배우, 마케터 등 영화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한 장의 이미지로 영화 한 편을 표현해 내는 것. 그것이 영화 포스터 디자인이다.
영화 포스터는 시나리오부터 촬영 시작, 촬영의 중간, 그리고 마무리까지 영화 제작의 일련의 과정과 함께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만큼이나 많은 공이 든다. 힘든 만큼 흥행의 여부를 떠나 끝까지 기억되는 것도 포스터다. 그래서 살펴보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영화 포스터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에게도 흥미로울 책들.
THIS IS FILM POSTER
〈THIS IS FILM POSTER〉는 스푸트닉의 아트디렉터 이관용이 지은 책이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으로 〈명량〉, 〈터널〉, 〈범죄와의 전쟁〉, 〈화차〉, 〈고양이를 부탁해〉 등 19년 동안 300여 편의 영화 포스터를 디자인하면서 그가 쌓아온 노하우를 집대성했다.
영화인 만큼이나 영화를 사랑하는 이관용 디자이너는 대학시절부터 독립영화제, 영화 디자인 등의 작업을 통해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듯이 영화 포스터를 만든다고 했다. 120분짜리 영화를 단 한 장의 포스터에 담아내는 그만의 감각과 노하우를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그가 디자인한 수많은 포스터들 중에서도 ‘베스트’로 꼽히는 51편의 영화 포스터 디자인 이야기를 속속들이 볼 수 있다. 베스트 51 포스터에는 가장 대중적인 것부터 가장 실험적인 것까지 다양한 장르가 포함돼 있다. ‘국내 최초의 포스터 아트북’으로 영화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과정을 풀 스토리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영화 포스터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느낀 영화에 대한 감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디자이너가 영화를 해석하면 톤앤매너에 의해 키컬러, 포토 디렉팅, 빛, 공간 및 화면 구성, 타이포그래피, 일러스트레이션 등의 작업이 이루어진다.
배우의 사진으로 포스터를 디자인할 땐 포토샵으로 배우의 모습을 보정하고, 온몸을 분절시켜 신체 구조를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포스터의 ‘글자’는 영화의 인상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타이틀은 글자의 모양을 수없이 조합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황해〉의 타이틀은 ‘ㅎ’이 겹치기 때문에 붓글씨로 수십 번 제목을 쓰고 자소와 획을 조합해 완성한 것이다.
책에서는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로서의 역할, 아이디어, 포스터 사진 찍는 법, 공간과 빛을 다루는기술, 공포 영화 디자인, 포토샵 시대의 포토샵, 2인 이상의 인물 디자인 등 영화 포스터 디자인을 위한 핵심요소들을 디테일하게 알려준다. 영화감독이 원하는 포스터와 대중이 원하는 포스터는 무엇인지, 흥행 영화와 독립영화 포스터의 특징은 무엇인지 말해주고, 한국 영화 포스터에 유독 배우의 얼굴이 많은 이유, 해외용 포스터가 좋은 이유 등 평소 우리가 영화 포스터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도 해소시켜준다.
그의 첫 번째 포스터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작업할 당시의 에피소드와 작업이 힘들었던 포스터, 1700만 관객을 동원하고 마케터들이 교본으로 삼는 레퍼런스가 된 영화 포스터 이야기도 펼쳐진다.
세상에 공개되지 못한, A컷보다 더 매력적인 B컷들도 볼 수 있다. 실험적이거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탈락된 B컷들 중엔 최종 포스터보다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것들이 많다. 포스터 구석구석, 요목조목 해석해주는 포스터 해부도는 이 책의 또 다른 포인트다. 이미지, 카피, 제작사 및 협찬사의 로고들의 역할과 이것들이 어떻게 배치되는지 매뉴얼 방식으로 설명해준다.
본문 중에서 가슴에 와 닿는 몇몇 문구를 소개한다. ‘디자인의 70%는 아이데이션’, ‘서체가 영화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디자인은 디렉팅이다’, ‘일필휘지 캘리그래피는 없다’, ‘포스터는 패션 화보가 아니다’, ‘120분 영화를 1장에 담아라’, ‘키컬러를 잡아라’ ‘최초의 콘셉트를 끝까지’ ‘기발한 카피가 디자인을 살린다’.
영화선전도감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는 〈부산행〉, 〈신세계〉,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의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워낭소리〉, 〈최악의 하루〉, 곧 개봉할 〈싱글라이더〉의 포스터도 이들이 만들었다. 〈라우더 댄 밤즈〉, 〈재키〉 등은 해외에서도 ‘아름다운 포스터 디자인’으로 회자됐다.
프로파간다 시네마 그래픽스에서 만든 〈영화선전도감〉은 1950~60년대에 국내에서 개봉된 외국영화의 광고 선전문을 모아 놓은 아카이브 북으로 진귀한 옛날 영화 포스터들을 볼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영화 자료들에 대한 기록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향하게 한 영화와 그 영화들의 포스터, 신문과 잡지 속 영화 광고, 영화 홍보 전단지 등 영화와 관련된 과거의 자료들을 컬러로 만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고 ‘영화는 극장에서 보아야 제맛’인 것도 사실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볼 수 있는 지금과 과거는 달랐다. 옛날 영화에 더 많은 의미를 두는 것엔 이러한 이유도 있지 않을까. 과거에 극장은 영화를 위한 필수적인 장소였다. 이 책은 극장과 영화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책에 실린 포스터들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예스러운 모습이지만 결코 촌스럽지 않다. 옛 영화 포스터들에서는 화려한 색감과 세련된 레이아웃, 독특한 타이포그래피와 같은 재미있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FILM TYPOGRAPHT VOL.2 CALLIGRAPHY
역시 프로파간다 시네마 그래픽스에서 만들었다. 〈FILM TYPOGRAPHT VOL.2 CALLIGRAPHY〉는 레터링을 다뤘던 FILM TYPOGRAPHT VOL.1의 뒤를 이어 출시된 것으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프로파간다가 디자인한 영화의 로고 타이틀 캘리그래피를 모은 아카이브 북이다.
‘영화 포스터의 꽃’이라 불리는 로고 타이틀은 영화의 장르와 분위기를 전해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영화를 보지 않고도 영화의 분위기를 전하고 영화의 느낌을 풍기면서 영화에 대한 궁금증까지 자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프로파간다의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감성의 원천을 찾아볼 수 있다. 프로파간다가 그간 디자인한 다양한 영화 포스터의 타이틀뿐 아니라 시네마테크 기획전, 블루레이 등의 영화 관련 손글씨도 볼 수 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리더스북, 프로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