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준 DIGIT 대표 | 2017-03-20
최근 건축설계에 있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건축정보모델링)의 프로세스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BIM은 기존의 프레젠테이션만을 위한 3D 모델링의 한계에서 벗어나 벽, 기둥, 슬라브, 창문 등의 건축 요소를 단위로 하는 객체 속성의 정보를 갖는 모델링 방식이다. 통합된 데이터베이스로 정확한 단일 기준이자 설계 과정의 최적화를 가능케 하는 것. DA그룹 조태용 소장은 DDLab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 있다.
DDLab을 이끌고 있는 조태용 소장과 함께 건축계에 유익한 솔루션을 제작하는 DDLab 팀을 만났다.
DA 그룹의 DDLab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DDLab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최근(사실, 2006년경부터지만) 건축설계에 BIM 프로세스를 적용하려는 움직임들이 많아지고 건축설계사 내부에서 BIM 프로세스와 3D기반 설계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사내 BIM 역량강화’를 위해 digital design Lab이라는 조직이 기획 부문에 새롭게 구축됐어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건축설계에 BIM이나 3D 기반 설계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었고, 더불어 그동안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만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DDLab은 회사 내, 외부의 BIM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그 비중에 있어서는 내부 프로젝트가 조금 더 많은 것 같아요. 이 대목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BIM의 효과를 통한 방법적 제안에 있어 외부의 목소리가 아닌 회사 내부를 통해 자신들의 업무인 설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감함으로써 가장 문제가 되는 ‘BIM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희 회사에서는 BIM 활용에 있어 꾸준한 노력을 담아 ‘DAGROUP BIM 2020 PLAN’을 세우고 2020년까지 전사적인 BIM 프로세스의 활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DDLab이 그 플랜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실제 BIM 프로젝트와 BIM 관련 컨설팅, 정책 수립 등을 주도하고 있어요.
최근 수행했던 대표적인 일은?
가장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고양 향동 S-1BL BIM 시범지구에 대한 BIM데이터 구축 프로젝트’예요. 지금까진 기본 및 실시 설계 단계와 견적, 시공 BIM 데이터 구축에 있어 데이터가 연속되지 않거나 혹은 데이터를 구축하는 주체가 달라졌는데, 이를 방지하고자 저희 DDLab이 설계한 BIM 데이터 구축을 통해 설계 단계에서 필요한 도서의 정합성을 끌어올리는 의미와 별도로 작업하게 되는 견적 BIM 구축을 LOD(Level Of Detail)의 흐름으로 끌어들여왔죠. 이것은 데이터를 이중, 삼중으로 구축하게 되는 현재의 방안보다 개선된 방법을 제안한 것입니다.
시공 BIM 또한 저희 팀에서 진행하게 됐는데 특히 시공 BIM 데이터 구축 및 활용에 있어서는 무작정 비용이 올라가게 되는 일반적인 시공 BIM 업무영역에 대해 비용과 효과를 검토하고 합리적인 업무범위까지 제안해 수행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어요. 이러한 점들이 이 프로젝트의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DDLab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 중에 화려한 것은 없다’는 점이에요. 저희가 가장 관심을 갖고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한, 둘의, 단위로서의 화려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사적인 실질적 BIM의 활용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DAGROUP BIM 2020 PLAN의 여러 액션 플랜 중의 중요한 축인 Small-BIM 프로젝트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것은 DDLab뿐 아니라 일반 건축설계본부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의 제안으로, 궁극적으로는 어느 한 조직이 아닌 전체가 함께하는 프로세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DDLab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 목표가 있다면?
‘DDLab이 유명해지는 것’일 텐데요.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유명해짐으로써 힘들게 찾아가는 수익구조에서 우리를 찾아오게 하는 수익구조로의 변화를 꾀하고 싶은 거예요. 소위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건축설계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방법적 선택으로 이런 부분을 개선해, 우리가 원래 해야 하는 건축설계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엔지니어로서의 신뢰도를 인정받아 지금의 힘듦을 일하는 즐거움으로 바꿔보고자 하는 거죠.
또 한 가지는, 학부 때 디지털 건축이나 BIM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졸업을 하고 나면 설계사무실 구조상 실무에서 공부했던 내용을 활용하기가 어려울 텐데요, 쉽게 이야기하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말이죠. 여러 문제에서 기인했겠지만 이것은 건축설계사무실에서 성공한(?) 혹은 확장성을 갖는 BIM 팀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폐쇄적인 성향으로 종국에는 실패했던 사례들 때문이이라고 생각해요.
시작은 그렇지 않았을지라도 결국 BIM 데이터 구축만 하는 팀이 갖는 폐쇄성도 한몫 했을 것이고요. 아쉬운 점인데 여기에 두 번째 의미가 있어요. 이러한 시행착오에 대해 우리 DDLab 팀은 지금 당장 필요한 BIM 데이터 구축으로 여러 효과를 갖는 한편, 실제 건축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주도적으로 BIM 프로세스로 진행하는 확장성을 갖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건축설계를 보다 폭넓은 3D 기반으로 진행하는 팀으로 성공하는 것이 목표예요. 그렇게 실무자 위주의 BIM team으로 시작하되 확장성을 갖는 조직을 꾸리는 좋은 선례로 남으면 앞서 이야기한 관심 있는 학생들이 보다 넓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갖고 있어요.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방법으로 재미있게 하고 싶은 것이 제일 큽니다. 물론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요.
DDLab의 팀원들은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현재 DAGROUP digital design Lab은 회사 내 기획 부문에 소속되어 있는데 저를 포함해 6명이 근무를 하고 있어요. 우선, 저는 소장으로서 우리 DDLab이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위한 모든 일을 합니다. 신규 프로젝트의 발굴과 회사의 BIM 관련 정책 제안 및 회의 참석, 발주처 협의, 보고서 작업, 콘텐츠 발굴(그것이 대학 특강이든 서적 출판이든)을 통해 우리 팀이 좀 더 유명해질 수 있도록 그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어요. 또 향후 예정된 설계 프로젝트의 PM으로서 일반적인 건축설계 프로젝트를 3D 기반으로 진행하기 위한 ‘생각’을 주로 합니다.
박진훈 실장은 ‘프로 거물’ 이에요. 일반적인 건축설계를 다년간 진행했음에도 프로그래밍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차원이 다른 ‘앎’으로 다른 구성원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어요. 실제 DDLab에서 구축하는 ‘설계자동화’ 도구와 이미 상용화(?) 된 ‘Sunflower’와 ‘Yak’이라는 grasshopper 애드온 프로그램의 탄생에 이세훈 팀장과 함께 산파 역할을 했죠. 저희 팀에 ‘든든함’을 주는 분이에요.
이세훈 팀장은 실질적인 BIM 스페셜리스트로 BIM 데이터 구축의 최전선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박진훈 실장과 함께 여러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기도 해요. 생각과 실력의 밸런스가 잘 갖춰진 올바른 사고의 소유자라서 항상 과함과 부족함을 지적해주는 역할을 멋지고 훌륭하게 해주고 있어요.
정미식 팀장은 건축설계를 3D로 진행할 때 가장 필요한 건축설계 프로세스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요. 우리 팀의 지향점이기도 하죠. 일반 건축본부에서 2D로 진행되는 설계보다 좋은 방법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우리 DDLab을 선택한 고마운 인재예요.
그리고 정종열 사원과 이주한 사원이 함께 회사 내외의 BIM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요.
우리 팀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제가 간혹 ‘우린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고 이야기해요. 팀원들이 때에 따라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생길 수 있지만, 그럴 때 고민이 깊을 정도로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여겨지면 주저 없이 이야기하면서 때론 술친구가 되고, 또 각자의 역할이 필요할 땐 장점을 발휘해 충실히 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이 신뢰를 통해 구축된 우리 팀만의 팀워크이라고 생각돼요.
최근 〈건축설계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출간하셨는데,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건축설계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방법에 관심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책을 사서 공부를 하는데요, 제가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한 권의 책에 내가 필요로 하는 부분이 20~30%나 될까 하는 점이었어요. 그럴 때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내가 필요로 하는 부분만 모아놓은 여러 프로그램의 안내서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BIM을 진행하는 도구(프로그램)가 아닌 현재 BIM 환경에 대한 실무를 기반을 둔 솔직한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됐고요.
이 책이 건축업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하시나요?
그동안 대한건축학회지, The BIM지, KBIM, 캐드 앤 그래픽스 등의 매체에 BIM 관련 기고를 여러 번 했었어요. 디노마드라는 곳을 통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를 진행한 적도 있고 또, 종종 대학 특강으로 지금 현재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곤 했었죠. 그럴 때마다 건축설계사무실 안의 사람들이 약간은 소극적이면서 또 약간은 보수적이라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었는데요,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못한다’,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잘한다’하는 목소리들이 서로 모여 충돌하고 합쳐지면서 긍정적인 목소리와 방향으로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이 책이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하고요, BIM 프로세스와 그에 따른 프로그램의 필요한 기능을 알고자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잡이 역할도 했으면 합니다.
앞으로 건축 소프트웨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소프트웨어만을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아마 저희 팀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에서 벗어나 발주처나 시공사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방법들과 방안을 고민하고 계시리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상용 소프트웨어의 활용만으로는 그 한계가 분명하고 그 한계를 벗어나려면 ‘언어를 통한 코딩’이 필요해지더라고요. 그렇다면 grasshopper나 dynamo처럼 언어가 축약돼 기능으로 보이는 컴포넌트나 노드의 활용을 통해 제한된 코딩을 대신하는 개념의 프로그램과 간편한 코딩 에디터의 기능으로까지 확장성을 갖는 소프트웨어가 살아남지 않을까 싶어요.
후속 출간 계획이 있으신가요?
현재로선 두 가지 성격의 서적을 생각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2012년도에 입문자들을 위해 ‘grasshopper for Rhino’라는 예제 중심의 grasshopper 서적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 이어 Grasshopper의 기본 698개의 컴포넌트 하나하나에 대해 끈질긴 설명을 통해 안내하는 책을 ‘Grasshopper Component Library’라는 이름으로 만들까 해요. 컴포넌트 하나하나에 대한 초급, 중급, 고급자가 알아야 할 사항과 그에 대한 언어에까지 접근하는 내용을 기획 중이에요.
두 번째는 현재 건축설계 관련된 BIM 프로젝트가 대부분 전환 설계임을 인정하고 그 전환 설계라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목표와 의미 및 활용 방법을 담아서 개인이 아닌 DAGROUP DDLab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낼 계획이에요. 소위 레빗이나 아키캐드 등의 프로그램 활용이 아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일어나거나 필요한 내용을 담을 생각이죠. 활용 부분은 DDLab의 꾸준한 출간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 나가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DDLab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로는 BIM 프로세스나 3D 기반 설계의 활용이에요. 우리가 BIM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외국의 사례나 건축설계 단계가 지난 후에 구축하는 데이터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들만 하는데, 이는 제대로 된 사례나 경험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여 2017년 DDLab의 최우선 목표는 우리 스스로 3D 기반의 건축설계를 주도적으로 진행해 충분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거예요. 굉장히 중요한 대목인데요, 특별한 조직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님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BIM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인력이 필요한, 약간의 경험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된 것처럼 2017년 단기 목표인 3D 기반 설계 진행도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하거든요.
장기적으로는 보다 높은 지향점을 세우고 있어요. 만들어진 데이터에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만 추출하는 데이터가 아닌, 발주처나 시공사 혹은 우리 스스로가 필요한 데이터가 있다면 상용 프로그램의 활용 이상의 것을 뽑아낼 수 있는 팀이 되길 바라요. 그렇게 됨으로써 우리를 찾아오는 수익구조의 변화도 바라고 있어요. 여유 있게, 신뢰받으면서 보다 많은 ‘돈’도 벌고 싶고요.
글_ 한기준 디지트 대표(digitart.kr, dbxkrvk2@naver.com)
이미지 제공_ DD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