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4
봄이다. 봄이라서 다들 설레고 신이 나 보인다. 나만 빼고. 그냥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 틀어 박혀 조용히 책이나 읽고 싶다. 이런 내가 틀리지 않다고 말하는 책 3권을 소개한다.
우울해서 정말 좋은 책 <일상그림>
<일상그림> 속 그림은 대부분 인물 중심이며, 일상에 대한 것들이다. 작가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봤던 풍경, 또는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과거의 기억들, 현재 상황과 거기에 따른 감정을 무심하게 그린다. 작품 속 인물들은 대체로 외롭거나 고독해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그 자체로 그냥 위로가 된다.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면서 안도하게 된다고나 할까. 작가가 손글씨로 쓴 짤막한 문구 하나가 가슴에 콕 박힌다. “외로움, 우울함, 즐거움, 행복함, 이런 감정들은 사실 우리의 의지대로 선택하기 힘들다. 다만 그 상황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을 선택할 뿐이다.”
틀려도 좋다는 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서툰 어른’이라는 부제에서 마음의 문이 열렸고, 안절부절못하는 보노보노가 그려진 표지에서 완전히 무장해제됐다. 작가는 만화 <보노보노>를 통해 사는 데 소질 없는 우리들을 위로해줄 문장을 끄집어낸다. 젠체하지 않는 보노보노는 심오한 이야기를 심오하지 않게 아무렇게나 툭 내뱉는데, 오히려 그래서 불안했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를 테면 인생이 재미없다는 사람에게 보노보노는 이렇게 말한다. “난 그저 아무 일도 없는 걸 확인하기 위해 걸어. 걷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 ‘아, 오늘도 아무 일도 없었구나!’ 싶어서’.”
온몸으로 사랑을 주는 책 <네, 호빵맨입니다>
잠시 <호빵맨>의 추억에 잠겨보자. 호빵맨은 곤란에 빠진 친구를 만나면 주저 없이 “호빵 한번 먹어볼래?” 하고 자신의 얼굴을 떼어내 먹인다. 그리고 본인은 얼굴이 줄어들면서 힘을 잃는다. 이 책은 <호빵맨>의 아버지 ‘야나세 다카시’가 그동안 썼던 다양한 글을 모은 책이다. 호빵맨이 존재 자체로 사랑이라면, 야나세 다카시는 위로이고 희망이다. 그가 <호빵맨>을 그리기 시작한 건 50세가 되던 해였으며, 70세가 가까워져서야 겨우 작품이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자신처럼 당신들도 끝까지 해보라고 응원한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자료제공_ 1984 출판사, 놀, 도서출판 지식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