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심해지는 경기 침체에 타격을 입은 건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다. 디자인 전공생 역시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취업난에 시달린다. 그래서 이전보다 창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취업과 창업,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단순한 고민이지만, 그 누구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책 〈취직하지 않고 독립하기로 했다〉는 현재 당신과 동일한 고민을 했던 젊은 디자이너의 이야기다. 책에 등장하는 디자이너는 모두 회사 내 디자이너가 되는 길보다 책임을 오롯이 혼자서 짊어져야 하는 창업 혹은 프리랜서 길을 선택했다.
저자 젬 바턴(Gem Barton)은 경제 불황이 사회 구조를 바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돌파구가 있다고 말하며, 앞서 말한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스파일러 파이크(Skyler Fike), 알마낙 컬래버레이티브(Alma-nac Collaborative), 스테레오탱크(Stereotank) 등 우리와 똑같은 문제를 겪었던 디자이너(혹은 스튜디오)의 사례를 들며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 디자이너에게 격려와 조언을 건넨다.
(좌) 스파일러 파이크는 메일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스튜디오를 방문하여 사람을 만났다. (우) 알마낙 컬래버레이티브는 거리로 나가 건축 상담을 무료로 해주면서 클라이언트를 직접 찾아다녔다.
(좌) 파브리스 르 네제(Fabrice Le Nezet)는 한눈에 봐도 자신 작품인지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을 무수히 만들어냈다. (우) 톰 세실(Tom Cecile)은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정말 잘하는 방법을 택하여 다른 단점을 보완했다.
책은 구체적인 사례를 여러 갈래로 나눠 전달한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간 디자이너의 이야기이기에,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저자는 이 책이 결코 ‘교과서’가 아님을 강조한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은 따로 있다고 충고한다. 독자는 책 속에 등장하는 디자이너의 절차를 똑같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찾는데 힌트만 얻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똑같이 고민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으면 된다.
책에는 스튜디오 씨오엠(Studio COM), 서민범, 제로퍼제로 등 한국 디자이너의 사례도 담겨 있어 국내 사정에 맞는 정보도 전달한다. 그러나 책에서 소개하는 디자이너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바로 용기가 그들을 움직인 큰 힘이라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좌) 가구 디자이너 서민범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연락하며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우) 서정화는 잘 찍은 작품 사진 한 장은 여러 포트폴리오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좌) 스튜디오 씨오엠은 현실적인 문제를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해결함으로써, 힙(hip)한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렸다. (우) 벌써 10년이 되어가는 제로퍼제로는 자신들의 개성과 성격을 그대로 받아들인 덕분에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책 〈취직하지 않고 독립하기로 했다〉는 불안한 청춘에게 허무맹랑한 꿈을 꾸게 만드는 책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례, 실제 인물의 인터뷰, 실질적인 조언 등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한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책에서 소개한 디자이너의 홈페이지 주소 목록을 제공하여 실제로 어떠한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자아, 행복, 자존감 등의 단어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어쩌면 너무 뻔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책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은 많은 고민에 빠진 전공생과 디자이너에게 마음을 결정할 실마리를 던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