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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Pink, 욕망을 닮은 색

인터랙션 서울 | 2017-04-19

 

 

바닥, 천장, 벽 어느 하나 빈틈없이 핑크로 덮인 공간. 거기에 작가의 욕망이 숨겨져 있다.



색은 상징적이다. 예를 들어, 검은색을 보면 죽음이 떠오르거나, 초록색은 자연을 의미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핑크(분홍)색은 주로 여성스러움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이 중복된 의미를 가지듯이, 핑크도 여성스러움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색의 느낌은 상대적이니까 말이다. 신체를 주제로 한 조각을 선보이는 서정빈 작가는 핑크를 여성이나 귀여움이 아닌 ‘신체’로서 해석한다.


내 마음이 핑크핑크해

문래동 예술창작촌 낡은 건물 2층에 있는 인터랙션서울에 들어선 순간, 핑크로 뒤덮은 공간에 압도당한다. 공간을 한 가지 색으로만 칠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놀라움은 잠깐이고, 핑크색 벽과 노란색 조명이 묘하게 섞인 공간은 우습게도 야하게 느껴진다.

전시장은 두 군데로 나뉜다. 우선 왼쪽으로 들어가면, 넓은 핑크색 방 안에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회화가 아니라, 부드러운 천으로 추상적인 형태를 만들어낸 조각이다. 방 한가운데에는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쿠션 소파도 있다. 거기에도 앉아보고, 바닥에 깔린 천도 만져본다. 부드러운 핑크색 천의 느낌은 왠지 가슴을 몽글하게 한다.

이렇게 ‘메이크 어 핑키 위시!(Make a Pinky Wish!)’ 전은 시각과 촉감이라는 감각을 통해 감성과 물성이 혼재하는 기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appetentia cristatus〉, 2017

〈appetentia cristatus〉, 2017

〈appetentia interamenta〉, 2017

〈appetentia interamenta〉, 2017


개취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아무 의미 없다고 느껴졌던 작품의 구불구불한 형태가 갑자기 인간의 장기처럼 느껴지자,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던 공간이 무서워졌다. 얼른 나와, 오른쪽 전시장으로 들어간다. 이 공간 역시 핑크색으로 물들어있다. 계단을 오르며 작품을 보는 순간, 긴가민가했던 예감은 확신으로 바뀐다.

서정빈 작가의 핑크는 아름다움과 동시에 신체를 이야기하는 색이었다. 작가는 인터뷰 영상에서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주관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작가는 신체의 볼륨이나 접힌 살 부분에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천을 바느질하여 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천의 부드러운 촉감은 바로 맨살의 부드러움을 나타낸 것이다.

〈수평선〉, 2017

〈수평선〉, 2017

〈ps-4f anima things〉, 2017

〈ps-4f anima things〉, 2017


Make a Pinky Time

그러고 보니, 공간을 전부 핑크로 물들인 것도 전시의 독특함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공간도 작품의 일부분으로서, 작품과 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작가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작가의 취향이 작품으로 표현되고, 작품은 공간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공간은 관람객의 시간과 감각을 핑크로 물들인다. 모든 것이 핑크에 빠진 순간, 우리는 작품을 느끼고, 그 안에 숨은 작가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된다.


Make a Pinky Wish! - 서정빈 개인전
2017.04.02-04.23
인터랙션서울(Interaction Seoul) interactionseoul.org
홈페이지에서 관람 예약 필수



에디터_ 허영은( yeheo@jungle.co.kr)
자료제공_ 인터랙션서울( interactionseou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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