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와 탄핵. 지난 겨울부터 시작된 이 중대한 사건의 현장을 누구보다 빠르게 기록하던 사람들이 모여 사진집을 냈다. 책은 단순히 역사를 기록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다.
지난 4년간 우리의 모습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는 지난 4년간 한국 사회를 기록한 사진집으로, 시간을 두 개로 나눠 구성했다.
1부에는 지난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 사진을 담았다. 마치 나들이를 나온 듯한 가족, 친구와 함께 나온 십대들, 축제처럼 복장을 꾸며 입고 나온 20·30세대 등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2부는 촛불집회가 열리기 전,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 현장에서 찍은 사진으로 이뤄져 있다. 노동자의 처절한 농성, 백남기 농민의 장례식,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의 환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들이다.
기록만큼 보존도 중요하다
총 371장의 사진들은 현 신문 사진기자와 독립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10명이 지난 4년간 사건·사고 현장을 뛰어다니며 찍은 것이다. 개인 작업인 사진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이유는 역사를 기록하는 것만큼, 보존과 공유도 중요하다는 걸 인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4·19혁명, 6월 항쟁 등 수많은 역사 속 사건을 단편적인 사진 몇 장으로만 기억한다. 그리고 기록과 보존의 부재는 역사적 의의마저도 훼손시켰다. 더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다큐멘터리 사진가 10명은 조금 이르더라도, 솔직한 역사를 전달하기 위해 모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는 기록과 보존을 넘어 미래를 이끌고자 한다. 책의 서문에서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이것은 바로 책이 사진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진짜’ 주제일 것이다.
책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점점 과거로 돌아가는 책의 구성은 잊고 있었던 사건을 깨닫게 한다. 이미 과거라는 시간으로 숨어버린 사건들은 해결되지 못한 채, 여전히 우리와 함께한다.
사드 배치는 중국 외교에 영향을 끼쳤으며, 세월호는 진상 규명이 되지 않았고,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촛불집회는 시작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를 적나라하고 담담하게 담은 사진들은 묻는다. 과연 당신이 원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를.
〈진도 동거차도 앞바다〉, 2014, ©김봉규
〈경북 칠곡군 스타캐미칼〉, 2014, ©정운
자료제공_ 도서출판 루페(www.munhak.com)
* 사진의 저작권은 해당 사진 작가에게 있습니다.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