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8
감사를 표할 일이 많은 5월이다. 참 고마운데,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을 때 손편지라도 써볼까 싶다. 하지만 마음을 글로 표현하자니 왠지 부끄러운 것 같아 카드라도 열심히 골라본다. 진심 어린 마음을 대신해 줄.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한지 땀 카드’다.
한지 위 꽃 모양 위로 한 땀 한 땀 수가 놓여있다. 정성이 깃든 카네이션이 마음에 쏙 와 닿는다. 한지 땀 카드는 한지 위에 직접 만든 수제 도장으로 문양을 찍고 그 위에 자수를 놓았다. 식물을 모티브로 한 문양은 민화에 그려진 꽃에서 시작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근한 꽃과 잎, 나무로 확장됐다.
한지 땀 카드는 최윤희 작가가 디자인했다. 학부에서 공예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한 작가는 신당창작아케이드 8기 입주작가로 기억과 감각적 매개를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첫 개인전에서는 ‘기억의 매개: 선인장’을 주제로 반복되지 않으면 잊히는 기억의 속성을 지속적인 바느질로 풀어냈다. 이후 한지 상품 개발 공모전에서 한지 땀 카드를 선보였다.
모든 카드는 그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한지에 바느질을 하는 작업은 생각하는 것처럼 섬세한 작업 그 자체다. 한지가 구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바느질을 해야 하고, 손에서 땀이 나면 한지가 젖기 때문에 손도 자주 닦아야 한다.
매화, 패랭이꽃, 무궁화, 국화 등 꽃의 종류와 그 특성에 따라 작가는 수를 놓는다. 일 년 중 5월에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카네이션의 특징은 뾰족한 물결무늬로 이루어진 꽃잎의 끝, 플레어스커트처럼 퍼진 꽃의 모양이다. 작가는 이러한 카네이션의 특성을 바느질로 잘 살렸다.
감사의 달인 5월엔 카네이션과 같은 꽃 카드가 가장 큰 주목을 받지만 지난 연말엔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풍기는 포인세티아, 트리로 디자인한 카드를 선보였고 첫 개인전의 주제였던 선인장으로 카드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뜻밖의 손편지는 언제나 옳다’. 진심을 전하고 마음을 설레게 하여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즐겁게 한다. 조금 간지러워도 내친김에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표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은 5월이니까 말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최윤희(www.instagram.com/bok_eun, blog.naver.com/choiyunhee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