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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어른이 되어도 다르지 않아

봄나무, 스콜라, 주니어 김영사 | 2017-05-08

 

 

그림책을 읽다 보면, 이상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심지어 ‘맞아, 그랬지!’ 하며 이마를 탁! 치기도 한다. 이건 내가 철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어요〉, 2015 ©Yoshitake Shinsuke

〈이유가 있어요〉, 2015 ©Yoshitake Shinsuke


어른이 된다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도, 특별한 일도 아니다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어른이라는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다. 어른이 되어도 어릴 때와 똑같이 슬픈 건 슬프고, 기쁜 건 기쁘다. 어쩌면 어른이라는 단어에 담긴 무거움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은 우리는 때때로 그림책 속 주인공에 자기 자신을 대입해본다. 어른이 그림책을 보며 공감한다는 것은 철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통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요시타케 신스케는 누구보다 이런 공감을 끌어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요시타케 신스케는 일상의 소소한 사건과 행동을 포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런 작가의 매력은 회사원 시절부터 틈틈이 일상을 스케치한 꾸준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60권에 육박하는 그의 스케치북에는 일상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순간이 그려져 있다. 작년에 출간한 〈벗지 말걸 그랬어〉 역시 우연히 카페에서 옷이 뒤집힌 아이를 보고 그린 책이다.

〈벗지 말걸 그랬어〉, 2016 ©Yoshitake Shinsuke

〈벗지 말걸 그랬어〉, 2016 ©Yoshitake Shinsuke


어렵고 힘들지만, 괜찮아

작가는 죽음, 자아와 같은 다소 어려운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쉽게 다룬다. 그리고 때로 절망도 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괜찮다면서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한다.

〈이게 정말 천국일까?〉는 할아버지가 상상한 천국을 통해 죽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천국은 과연 어떤 곳인지 궁금한 우리의 호기심을 작가만의 상상력으로 충족시키는 동시에, 죽음이 우리의 생각만큼 슬프고 무서운 것만은 아님을 전달한다.

이와 함께 〈이게 정말 나일까?〉는 주인공을 따라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와 같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 자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어린아이의 시선이지만, 어른에게도 큰 울림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게 정말 천국일까?〉, 2016 ©Yoshitake Shinsuke

〈이게 정말 천국일까?〉, 2016 ©Yoshitake Shinsuke


〈이게 정말 나일까?〉, 2015 ©Yoshitake Shinsuke

〈이게 정말 나일까?〉, 2015 ©Yoshitake Shinsuke


한편, 요시타케 신스케는 현실적인 교훈을 전한다. “보통 아이가 열심히 노력해서 끝내 문제를 해결했다는 내용을 바라지만, 저는 인생은 비틀거리기도 하고, 절망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작가는 주인공에게 절망적인 상황을 주고,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한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어른은 어른 나름대로 생각할 수 있는 그림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자신의 책이 아이와 어른 모두가 공감하며 “허허”하고 웃을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일지는 몰라도, 아이와 어른의 시선이 모두 들어간 책이 많다.

대표로 〈불만이 있어요〉와 〈이유가 있어요〉가 있다. 처음에는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중반부터는 어른의 시선으로 바뀐다. 어쩌면 핑계일 수도, 혹은 진실일 수도 있는 어른의 대답과 행동은 어른과 아이를 동급으로 만든다.

“어른들이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희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마음가짐은 아이와 어른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든 원동력일 것이다.

〈불만이 있어요〉, 2016 ©Yoshitake Shinsuke

〈불만이 있어요〉, 2016 ©Yoshitake Shinsuke


어른이 된 우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잊은 것은 많다. 그리고 간혹, 유명한 저자의 글보다, 심오한 글로 가득한 책보다 그림과 간단한 문장으로 되어있는 그림책이 우리가 잊은 것을 상기시켜줄 때가 있다. 단순하지만 유쾌하고 진지하게 다가오는 그림책. 그래서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은 어른이 읽기에 더 좋다.


에디터_ 허영은( yeheo@jungle.co.kr)
자료제공_ 봄나무( www.hansmedia.com), 스콜라( www.wisdomhouse.co.kr), 주니어김영사( www.gimmyoungj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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