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오후 2시 40분. 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기자의 시간.
세상에 70억 명이 살고 있다면, 70억 개의 타임라인이 흐르고 있다. 그런 타임라인을 그리고, 쓰고, 찍고, 만지는 전시가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고 있다.
‘과거를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즐기는 것’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 문장은 전시 ‘시간여행자의 시계’의 주요 모티브가 되었고, 전시 구성 역시 ‘과거: 긍정 시계’, ‘미래: 지향 시계’, ‘현재: 쾌락 시계’로 나눠진다.
얼핏 전시가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시간여행자의 시계’는 추상과 구상,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넘으며 시간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를 회화, 조각, 사진, 건축, 공연,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로 들려준다.
따라서 관람객은 산책하는 기분으로 한국 근현대의 시간을 담은 공간 – ‘문화역서울 284’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작품을 즐기면 된다. 이번 전시는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나 공연과 같이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작품도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시장을 한 바퀴를 돌며 시간여행을 마칠 때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나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시간이란 남아있는 것인가? 버려지고 있는 것인가?’.
프로젝트 284: 시간여행자의 시계
2017.05.17 - 07.23 (월요일 휴관)
문화역서울 284
관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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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들
전시 ‘시간여행자의 시계’는 앞서 말했듯이 회화, 조각, 설치, 건축, 공연 등 여러 장르의 작가들이 자신의 느끼고 생각한 시간을 말한다. 이 중, 인상적인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한다.
과거: 긍정 시계 - 황문정, 〈사이넘어사이-Y동〉, 2017
작가는 서울역 근처 빈민촌 ‘Y동’에 대한 이야기를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의 물품으로 보여준다. Y동에 살았던 사람들이 사용했던 가위, 성냥갑, 두통약 등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회색 벽 하나가 서 있는데, 이곳에 귀를 가까이 대면 Y동에 살았던 A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담벼락 바깥에서 비밀을 엿듣는 듯한 기분이 들어 왠지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진짜 비밀 하나를 말하자면, 이 모든 건 다 작가가 꾸며낸 거짓말이다. A씨의 이야기부터 위엄 있게 전시된 생활용품까지.
미래: 지향 시계 - 올리비에 랏시(Olivier RATSI), 〈Delta〉, 2014
‘RTO’ 공간에 설치된 〈Delta〉는 착시효과를 이용한 작품이다. 일정한 선의 움직임을 계속 보고 있자면,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우주 공간의 웜홀에 들어온 것 같다. 작품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전시장 바닥에 비치는 빨간색 불빛에 서서 한쪽 눈을 가리고 각각의 설치물을 정면으로 봐야 한다. 그래야 진짜 웜홀 속에 들어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쾌락 시계 - 박제성, 〈Ritual102〉, 2013
박제성 작가는 서로 다른 배경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1시간 동안 고장 난 시곗바늘을 돌리라고 지시했다. 단, 시간을 알려주지 않을 테니, 각자의 감으로만 1시간을 맞춰보라고 했다. 역시나 각 참가자가 예상한 1시간은 다 달랐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서로 예상한 시간은 달랐으나, 시곗바늘을 1시간 동안 돌린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똑같이 지루해했다고.
공연과 영화상영
‘시간여행자의 시계’ 전에서는 59일간 총 11개의 공연과 3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매주 다른 공연과 영화를 통해 항상 새로운 전시처럼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준비했다. 공연이 국내외 퍼포먼스 그룹의 실험적인 작품들로 구성되었다면, 영화는 타입슬립·미래도시 등 시간을 주제로 하는 영화 중,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포진되어 있다. 공연 및 영화 상영 일정은 문화역서울 284(
www.seoul284.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료제공_ 문화역서울 284(
www.seoul284.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