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8
2014년 3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의 세부운영계획이 확정, 발표되었다. 각계 의견 수렴을 걸쳐 확정된 이번 운영계획 발표에서 서울시는 ‘21세기 창조와 지식의 발신지’라는 비전을 가지고 DDP를 지속가능 한 창조문화공간으로서 시민과 기업, 관광객의 창의적 경험공간인 동시에 지역 경제 발전 중심지로 키울 것을 약속했다. ‘목적 없는 공공건축’, ‘돈 먹는 하마’, ‘이질적인 건축물’ 등 그간 이런 저런 따가운 눈총에 시달려야 했던 DDP. 과연 어떤 모습으로 시민들 앞에 들어서게 될 것인지, 또 비난 여론 대신 환영 받는 문화공간이 될 수 있을지, 서울시가 밝힌 청사진을 한번 들여다본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서울디자인재단
이번에 밝힌 DDP 세부운영계획은 '24시간 활성화', '60개 명소화', '100% 효율화' 등 3대 운영전략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는 밤이 더욱 즐거운 주변 동대문 상권과 연계로 역동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곳의 역사성, 지역성, 콘텐츠를 담은 60가지 이야깃거리를 프로그램에 담아 관광 명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100% 효율화’ 전략으로 기존 운영안이 가지고 있던 연간 200억의 적자형 재정구조를 해결하고 지속가능 한 재정자립의 목표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다시말해 새로운 DDP 운영계획은 지역과 상생하고 재정자립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기존의 운영안은 총 3개 시설, 11개 공간을 통해 196만명의 유료 관람객을 유치, 192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대신 연간 398억원을 지출하는 재정구조였다.
지역연계와 시민참여, 그리고 서울산업의 활성화 도모
기존에 계획되었던 DDP운영은 세계적 수준의 디자인과 제품, 기술, 소재의 최신 트렌드를 선보이는 런칭패드 역할로 ‘세계디자인 메카’로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오랜 역사와 함께 자리잡고 있는 동대문 지역과의 연계와는 동 떨어진 면이 있었다. 이에 새로운 운영안에서는 기존안에 지역 친화적 공간이미지를 덧붙였다. DDP의 공간들을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으로 연중 쉼 없이 가동하여 동대문 지역의 역동성을 강화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이용이 편리하고 다목적 행사 수용이 가능한 기간 설비와 운영체계를 갖추도록 한 것이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시청에서 동대문까지(창신동-봉제, 종로-귀금속, 을지로-조명․도기 등)를 창조산업벨트화 해 낙후된 기존의 도심 산업을 창조산업으로 견인해 나갈 예정으로 이를 지원할 직업명장학교, 풀뿌리박물관, 명인인덱스 발간 등도 추진된다. 또한 서울시는 이와 같은 DDP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550명으로 보고 이중 37%인 200명을 자원봉사자나 인턴, 공동연구, 서포터즈 형태의 시민재능 기부 인력으로 선발한다. 나머지 350명은 DDP운영기관인 서울디자인재단 소속의 전문인력 40명이 운영지원 및 관리를 전담하게 되며,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직접 고용하게 될 현장인력 310명으로 구성된다.
공간운영, 활용도 높은 유동적 공간중심으로
이번 세부운영계획에서 서울시는 전시, 체험, 컨벤션 등 고정적 운영형태인 건물중심의 구조를 설계변경 없이 시간별, 공간별, 주체별로 재구성하여 사용 가능한 공간중심 구조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DDP를 구성하는 5대시설(아트홀, 뮤지엄, 비즈센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 편의시설)을 중심으로 한 15개의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활성화한다는 방안이다.
각 시설들의 활용방안을 살펴보자면 우선 아트홀은 창조산업의 런칭패드이자 창조․문화 콘텐츠를 발신하는 공간이 된다. 아트홀의 세부적인 공간으로는 패션쇼, 한류라이브쇼, 지식콘서트, 국제컨퍼런스, 런칭쇼 등 창조 산업의 런칭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오픈스튜디오(2,992㎡, 1,500석 규모), 세미나와 컨퍼런스, 국제회의뿐만 아니라 전시회도 수용가능 한 다목적 용도의 연회장(1,548㎡, 1,000석 규모)으로 구성된다. 뮤지엄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기념하고 조망하는 디자이너와 문화예술가 등의 창조문화 소통공간의 역할을 담당한다. 디자인 거장부터 신진, 과거에서 미래까지 글로벌 트렌드를 만날 수 있는 기획전시관(지하2층, 1,216㎡)을 비롯해 디자인박물관(지상2층, 1,462㎡), 디자인둘레길(지하2층~지상4층, 총길이 533m), 상상체험관(지상4층, 1,892㎡), DDP안내센터가 뮤지엄에 자리하게 된다. 중소기업들과 함께 새로운 정보와 트렌드를 생성, 소개, 교환하는 지식정보센터이자 교육공간인 비즈센터에는 온․오프라인의 최신 지식과 정보 탐험의 공간이 될 지식정보센터(지상1~2층, 4,035㎡), 동대문지역의 대표적 산업자원인 봉제・패션 등과 연계된 프로그램이 운영될 비즈니스스트리트(지상2층, 1,702㎡), 인문 및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과 방송 스튜디오가 운영되는 아카데미홀(지상3층, 1,742㎡), 창작네트워크 공간으로 품격 있는 카페와 음식점으로 구성되는 디자이너스라운지(570㎡)등이 들어선다.
이외에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연중 성곽패션쇼, 동대문봄장 등의 창조적 활동공간이자 여가공간으로 활용되며, 지하편의시설은 DDP와 주변 상권을 연결하는 통로이자 자유로운 네트워크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지하철역에서 DDP로 바로 연결되는 5,891㎡의 평화광장은 24시간 개방, 불금파티, 청소년거리문화공연 등 소규모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연중 가동될 예정이다.
3대 수요자(상인, 관광객, 예술가)별 맞춤형 운영 프로그램
서울시는 DDP의 주요 사용자를 동대문 지역 상권 관계자, 일반시민 및 관광객, 디자이너와 예술가 등의 세가지 축으로 설정하고, 주요 운영 프로그램을 이들 수요자별 맞춤형으로 마련한다. 먼저 다양한 사업을 통해 동대문 지역의 상인, 패션디자이너, 봉제 및 패턴 기술자 등에게 정보, 유통, 관광자원화, 바이어 구매 재원, 신진디자이너 육성 등을 지원한다. 지역의 핵심 산업자원인 봉제/패션 산업을 살려 동대문 상권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복안이다. 이 방안에는 젊은층과 관광객을 타깃으로 동대문 패션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D-패션 오픈스튜디오’와 서울성곽과 동대문 패션을 융합한 야외 볼거리 ‘서울성곽 패션쇼’가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는다. 또한 동대문 패션 산업 관련 정보를 체계화하면서 대 바이어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동대문 비즈니스 라운지’가 마련되며, 동대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망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하는 경연 프로그램인 ‘동대문런웨이 프로젝트’도 운영될 예정이다.
시민과 관광객에게는 독특한 스토리를 전하는 문화 명소화 전략으로 다가선다. 여기에는 한국 디자인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아내는 ‘한국 디자인 대서사 100년(1945~2045)’, DDP가 가진 역사자원, 공간자원, 창조자원을 기반으로 꾸려지는 방문객 체험형 프로그램인 ‘DDP 60개 명소 프로젝트’, 한국 디자인이 담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DDP K-Design 퍼레이드’, 새벽까지도 활발하게 움직이는 주변 상권 특성을 고려한 ‘밤이 더 아름다운 DDP 24시 서비스’, 풀뿌리 예술가들의 창의력과 손재주로 펼쳐지는 ‘창의나눔시장’ 등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디자이너와 예술가를 위한 프로그램은 창작의 A부터 Z까지 사상하고 도전하는 모든 것이 차별 없이 어우러지고, 업종간 융․복합이 이뤄지는 것을 지향한다. 프로그램으로는 우리나라의 기술 장점인 미디어와 동대문 상권의 강점인 패션을 융․복합한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 개발․전시로서 DDP 상징프로젝트로 육성될 ‘패션×미디어 비엔날레’, 서울과 디자인의 시각으로 조명하고 발굴하는 어워드 이벤트 ‘서울의 눈’, 세계적 디자인 거장들의 전시인 ‘디자인 마에스트로전 2014’,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문제 해결의 창조적 발상을 함께 나누는 시민과 전문가 참여 아이디어 난장 ‘디자인 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디자인 런칭 마켓이자 컨퍼런스 ‘베세토 디자인 마켓×컨퍼런스’가 있다.
위와 같은 세부운영계획은 시민, 전문가, 상인단체의 다양한 조언과 의견수렴을 기반으로 확정된 것으로 서울시는 DDP를 통해 연간 550만 명의 방문객 유치(외국인 관광객 150만 포함) 및 건립 후 20년간 13.1조원의 생산과 11만 3천 명의 고용을 유발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공정률 87%로 곧 시민들 앞에 드러나게 될 DDP. 세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지역과 상생하는 디자인문화 아이콘으로써의 DDP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