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섯 개도 아깝지 않은

일상의 작은 순간을 재치 있는 이야기로 푸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은 한 권, 한 권이 소중하다. 요시타케가 그린 8권의 책 중, 현재 국내에는 1권만 제외하고 모든 책이 한글로 출판된 상태. 그중에서 작가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4권의 책을 소개한다.

#01.

옷을 벗다가 어깨에 걸려버린 주인공. 혼자 벗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바람에 엄마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이대로 평생 못 벗는 게 아닐까, 하고 불안해지지만, 바로 주인공은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며 긍정적인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결국 주인공은 엄마의 도움으로 옷을 벗고 목욕까지 한다. 그러나 또 하나의 난관이 주인공을 기다리는데… 별 이야기가 아닌데도 반전에 반전이 있어 끝까지 웃으면서 볼 수 있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모든 매력이 담겨있는 책으로, 2016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다.

©Yoshitake Shinsuke

#02.

주인공은 우연히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천국 노트를 발견한다. 그 공책에는 할아버지가 천국에서 할 일들이 적혀있다. 할아버지가 상상한 천국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천국보다 구체적이다. 또한, 할아버지의 바람이 담긴 ‘do to list’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책의 마지막은 ‘오늘이 중요하다’라는 뻔한 결말을 던져주지만, 사후세계를 귀엽고 기발하게 표현한 작가의 상상력은 어른 독자에게 천국과 죽음에 대해 다른 시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Yoshitake Shinsuke

#03.

자신을 대신할 로봇을 구매한 주인공. 로봇은 가짜 역할을 위해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키, 몸무게와 같은 겉모습을 설명하더니, 점차 주인공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생각하게 된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주인공을 따라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처럼, ‘나는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고,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결론을 내게 된다. 과연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거나 자신감이 없는 어른 아이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Yoshitake Shinsuke

#04.

갑자기 주인공은 아빠한테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어른들은 늦게 자면서 왜 아이들은 일찍 자야 하고, 목욕시간은 왜 어른들 마음대로 정하는지 등등. 날카로운 아이의 질문에 당황한 아빠는 요상한 변명만 늘어놓는다.

이 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부터다. 아이를 설득시킨 아빠는 바로 주인공에게 불만을 똑같이 말한다. 왜 아이들은 어른이 말하면 듣지 않는지, 왜 콧구멍을 쑤시며 괴롭히는지 등등. 갑자기 주객 전도된 상황에 주인공도, 책을 읽는 독자도 당황스럽지만, 곧 아이와 어른 모두 똑같다는 걸 깨닫게 된다. 신선한 이야기와 방식으로 아이와 어른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잘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