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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공공예술의 봄을 기다리는 그 곳

2013-11-20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예술공원 내부에 자리한 기존공공 건축물 알바로시자홀은 건축물의 본래 목적 그대로 ‘안양파빌리온’ 타이틀을 갖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이제 내년이면 4회를 맞는 APAP의 베이스 캠프로 물리적, 정신적 중심축의 역할을 도모할 예정이다. 특별히 파빌리온 내부 공간구성은 공공예술에 대한 접근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허브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시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사전 프로젝트 형태의 '초청 공모전'으로 진행됐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자료제공 ㅣ 안양문화예술재단

우리가 아는 파빌리온이란, 공원 안 행사 진행을 위해 접근성이 높은 열린 공간, 혹은 전시를 위한 가건물을 가리킨다. 안양예술공원 내에 자리잡은 안양파빌리온은 이러한 파빌리온의 기능적 측면과 더불어 건축적 가치를 간직한 채, 공공예술 허브인 동시에 아카이브로 역할을 겸하고 있다. 안양시 도심 재생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발했던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지난 2005년 세계적인 건축 거장 알바로 시자 비에이라가 아시아에서는 처음 설계한 이 건축 구조물을 공원 내에 완성해 오픈한 바 있다. 역사를 간직한 대한민국의 작은 수도권 도시 내에서도, 구 도심에서 펼쳐지는 공공예술의 움직임에 감흥을 받은 건축가가 설계한 안양파빌리온은 주변 입지의 특성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러한 파빌리온의 건축적 가치에 더해 공간의 내부를 변화시킬 새로운 움직임은 총 3팀의 초청공모를 통해 현재 1개팀이 선정, ‘프로그램의 공간화’라는 타이틀로 내부 공간을 구성했다. 1회부터 3회까지 과거 APAP 예술감독들의 추천을 받아 초청된 참여작가 3팀은 시민들이 참여한 공개 작품설명회에서 변화된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고, 공간의 의미를 새로이 각인해줄 방안들을 제안했다. 온•오프라인 시민투표, 자문위원회 심사 등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고루 거쳐 최종 선정된 건축가 신혜원의 <프로그램의 공간화> 는 기존 단일화된 공간 자체가 가진 물성과 특징들을 다양하고 입체적인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카이브의 기능은 물론 예술교육, 홍보, 전시 프로그램 등 공공예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안은 ‘공원도서관’, 오픈랩 형태의 ‘만들자 연구실’, ‘전시’, 열려있는 ‘아카이브’ 공간으로 구성됐다.

내부에는 이 공간의 역사성과 특수성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내년도 APAP 전시장으로 오픈 될 과거 유유산업의 건물 내 가구들과 기증받은 이미경 작가의 ‘가림막’을 공간 안의 공간 요소로 재구성한 것이다. 전체 프로그램 별로 개별 구성을 유지하도록 배치하되, 각 프로그램 간 움직임이 원활하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통일감을 준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공원도서관의 ‘책과 상자’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둘러앉아 쉬거나 책을 볼 수 있도록 원형의 쉼터로 연출됐다. 종이 소재로 카드보드(특수강화 골판지)로 제작한 가구는 기둥 없이 뻥 뚫린 기존 공간에 울려 퍼지던 소리의 확산을 흡음기능으로 완화시켜주는 역할까지 겸한다. 서가에 꽂힌 2천여권의 서적은 공공예술(기존 참여작가와 도시건축과 디자인) 관련 도서로, 국내외 기관과 재단, 독립 출판물을 다루는 서점 등에서 기증받은 책과 구비한 책들로 구성돼 있다.

공공예술 분야에서 꼭 필요한 레퍼런스를 위한 프로젝트는 단연 아카이빙이다. 파빌리온 내부의 아카이브의 주 목적은 APAP의 소장품 자료를 공유하는 것으로, 지난 APAP의 시작이었던 2005년부터 현재까지의 APAP에 참여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기초 정보는 물론,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산된 스케치나 도면, 현장 사진, 신문 스크랩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시민들 누구에게나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APAP에서 선보인 퍼포먼스나 워크숍 자료들도 이곳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만들자 연구실’은 시민들이 누구나 제작하고 문화를 소비하기를 촉진하기 위한 경험적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이곳은 공예, 전자회로, 3D 프린팅 등 여러 기술적인 요소들을 활용해 개인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공작소다. 전문가들이 기술원리를 소개하고 개발해 다양한 연령층의 참여자들이 창의적이고 자율적으로 DIY할 수 있도록 참여를 독려하며 프로그램 별 참가신청은 웹사이트(www.apap.or.kr)
를 통해 가능하다.

이처럼 공공예술에 관한 모든 활동이 가능한 이 곳 파빌리온은 시민에게 삶의 질적 가치 확장과 오픈된 문화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시민이 직접 참여해 ‘말하고, 읽고, 쓰고’ 경험적 행위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은, 일정기간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고 시민의 기억 속에 사라졌던 기존 공공예술의 태도와 행위들이 이제 미래 지향적으로 변화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는 공공예술이 시민의 참여와 이해 없이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는 자기발전적 교훈의 해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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