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2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아시아 최초로 서울을 찾았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는 <하이라이트> 전으로, 까르띠에 재단의 대단한 소장품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설립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는 1984년 10월 20일 프랑스에서 현대미술을 지원하기 위해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을 설립했다. 초기 단계에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세 가지 원칙을 채택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도 전시와 각종 프로그램들을 정의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까르띠에 재단은 첫째, 예술적인 자유, 그리고 중견 작가와 신진 작가들이 창조적으로 만나는 공간을 제공한다. 둘째, 예술가, 과학자, 철학가, 음악가, 건축가들 간의 예상치 못한 만남이 이루어지도록 고무시키는 학제적인 접근을 선호한다. 셋째, 까르띠에 재단과 메종 까르띠에를 분명하게 구분한다.
커미션이라는 독특한 방식의 예술 후원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독특한 문화 후원은 1994년 재단이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디자인한 건물에 새로 자리하면서 본격화됐다. 까르띠에 재단은 예술가들에게 전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전시를 위한 직접적인 커미션을 주기 시작했다. 사라 지의 거대한 설치 작품(1999), 마크 뉴슨이 제작한 실물보다 큰 비행기(2004) 등이 바로 그 예다. 그 결과, 3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까르띠에 재단은 전시를 통한 소장품 구축을 해오고 있는데, 현재 약 50개국의 350여 명의 작가가 제작한 1,500점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사라 지, 론 뮤익, 뫼비우스까지, 유일무이한 재단 소장품
이번 <하이라이트> 전시에서는 까르띠에의 전체 소장품 약 1,500점 중 사라지, 론 뮤익, 뫼비우스 등 재단을 대표하는 작품은 물론, 국가, 인종, 젠더를 초월하는 공통의 관심사를 다룬 작품 100여 점이 소개된다. 우선 사라 지는 1999년 까르띠에 재단 공간을 위해 처음으로 제작했던 대규모 설치 작업을 서울시립미술관에 맞춰 완전히 재구상하여 선보인다. 또한 론 뮤익의 차별화된 규모의 조각, 뫼비우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다시 지구>, 장 미셸 오토니엘이 유리와 유황으로 만든 작품 등도 접할 수 있다.
기대되는 한국 작가 3인: 이불, 파킹찬스, 선우훈
한국 작가들과의 다양한 협업도 주목할 만하다. 2007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가졌던 이불의 작품 <천지>가 국내 관람객에게 소개된다. 또한 영화감독 박찬욱과 작가 박찬경 형제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파킹찬스는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를 위해 제작했던 세트장을 3D로 촬영하고 영화의 사운드를 더한 신작 <격세지감>을 선보인다. 웹툰작가 선우훈은 현재 서울에서 일어나는 주요 사건들에 관한 리포트의 하나로 웹툰을 제작하여 전시장과 온라인에서 상영한다.
이번 <하이라이트> 전은 까르띠에 재단의 주요 소장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귀 기울이고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하는 다양한 주제를 시각 예술의 형태로 되새겨볼 수 있어 의미가 더욱 크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자료제공_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