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9
오는 3월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개관한다. 2006년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및 대체 운동장 건립추진계획’이 수립된 이래, 8여 년의 시간이 지나 마침내 완공하게 된 것이다. DDP는 대지면적 62,692㎡, 연면적 86, 574㎡, 지하 3층, 지상 4층(높이 29m)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규모,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 총 사업비 4,840억원 등 이미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공간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설립과정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보여주기식 랜드마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DDP는 “시민과 함께 만들고 누리는 디자인(Design With People)을 내걸고, 이제 한국 디자인과 창조 산업의 발신지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DDP
DDP는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초대형 지붕과 3차원의 스페이스프레임을 통해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구조의 건축물이다. 어느 거리에서 봐도 눈에 띄는 외형도 외형이지만, 실내 기둥을 최소화하고 천장과 벽, 바닥이 모든 부분이 하나로 연결된 듯 조화롭게 이어져 내부 역시 인상적이다. 공간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특유의 깊이감은 건축물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더해준다. 그러나 건축물 자체의 압도적인 느낌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공간과 조화를 이루면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는 방법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건축물은 어떤 용도로 쓰일지에 대한 연구와 기획 과정을 통해 탄생하게 된다. DDP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설계와 건축이 결정되면서, 시민들과 전문가와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개별 공간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을지 몰라도, 일관되게 추구해온 목표는 바로 ‘디자인’과 ‘창조 산업의 장’이라는 사실이다. 총 5개 시설, 15개의 공간이 들어서게 DDP는 각 공간이 가진 볼륨에 따라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제회의나 신제품 발표회 등으로 쓰이게 될 알림터, 디자인 박물관과 전시관 등 전시 공간이 들어서게 될 배움터, 창조 비즈니스 산업의 보고이자, 도서관으로 이용될 살림터, 이벤트와 각종 문화행사를 아우르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24시간 개방되는 복합 편의시설 디자인 장터가 들어서게 된다. 이제까지 디자인과 관련된 많은 행사가 일반 대형 컨벤션 센터에서 이뤄진 것을 생각하면 DDP의 개관과 함께 디자인 이슈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은 확실히 주목할 부분이다. 이 공간을 시작으로 다양한 전시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DDP는 복합문화공간인 프랑스 퐁피두 센터와 같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디자인이라는 콘텐츠, 동대문이 갖고 있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운영 계획을 변경하게 됐다. ‘살아있는 박물관’에서는 우리가 현재 삶 속에서 직접 사용하고, 공유하는 제품들을 수집하고 사람들과 직접 만나게 해주겠다고 한다. 여기에는 패션과 디자인 제품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담겨있다. DDP 개관전에는 ‘간송문화전’을 비롯해 ‘디자인 스포츠’, ‘서울패션위크’ 등 굵직한 행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간송문화전’은 앞으로 3년여 동안 약 12회에 걸쳐 한국 디자인의 원형으로 꼽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해 민족문화재 80여 점 이상이 관람객과 만난다. 이 밖에도 DDP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 특별전’과 ‘엔조 마리 디자인’, ‘울름조형대학전’ 등이 개최된다. 이번 개관전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아쉽게도 DDP 내부의 자체적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상설 전시는 빠져있다. 개관 이후 기획전과 기존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구축을 계획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민간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전시 기획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DDP가 디자인과 패션을 기반으로 한 창조산업 무대인 만큼 해당 콘텐츠에 대한 아카이브 및 기획을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비록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탄생하게 된 DDP지만, 디자인과 창조 산업을 기반으로 한 첫 번째 공간을 서울에서 만나게 됐다. 앞으로 디자인 산업의 활기찬 에너지와 활기를 이끄는 공간으로서 사람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