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28
프랑스 사람들은 여름이면 근 한 달 동안 바캉스를 떠난다고 한다. 게다가 그게 법으로까지 정해져 있다고 하니, 참 팔자 한번 좋다. 나는 아직도 사무실 책상 앞인데. 당장 떠날 수 없는 이 구역의 야그너들을 위해 준비했다. 바캉스 천국, 프랑스를 (눈으로나마)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전시와 영화 그리고 책.
20세기 프랑스 풍경을 볼 수 있는 ‘라 벨 프랑스!’
전시 제목부터 ‘라 벨 프랑스’, 아름다운 프랑스다. 20세기 프랑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끄 앙리 라띠그의 감각적인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대부분 흑백사진이지만, 특유의 차분함이나 우울함은 별로 없다. 인생의 아름다운 찰나가 담겨 있는 그의 사진에는 따뜻함과 여유로움만이 가득하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카메라도 아버지가 사줘, 그럼 나도 이 정도는 찍겠다고 빈정대는 심술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사진을 향한 순수한 욕망, 일상의 행복을 포착하는 따뜻한 호기심이 우선했기에, 이토록 아름다운 사진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 파리 모험기 <로스트 인 파리>
이 영화는 ‘피오나’가 파리에서 이모 ‘마르타’를 찾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 모험기쯤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배경이 파리다 보니까 에펠탑, 센 강, 카페 등 파리의 상징들이 마구 튀어 나온다.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파리로 순간이동한 것 같다. 영화의 여자 주인공을 맡고 있는 피오나는 혀를 끌끌 찰 만큼 한심한 실수를 반복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웃기면서도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무거운 배낭 때문에 센 강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정말로 배꼽이 빠졌다.) 문득 ‘아 그래도 내가 쟤보다는 낫지’ 하는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빨간색 배낭, 노란색 스웨터, 초록색 스커트 등 씬마다 펼쳐지는 사랑스러운 색감은 덤.
니스의 어느 해변에 누워 있는 것 같은 <WALK zine, Nice>
이 사진집이야말로 이번 기사의 백미다. 우선 <WALK zine>은 매호 다른 한 명의 포토그래퍼가 하나의 장소 혹은 주제에 따라 찍은 사진을 모아 만든 사진집이다. 그중 ‘니스(Nice)’ 편은 부제가 바캉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다 사진이 한가득이다. 모래 위에서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노부부, 니스 바다와 잘 어울리는 파란색 파라솔 등.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울렁울렁 두근두근 쿵쿵거린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걸까. 하지만 진짜다. 그것이 바로 사진이 갖는 힘이 아닐까 하는 무척이나 원론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며, ‘아루바’ 편과 ‘안달루시아’ 편도 한번 살포시 추천해본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KT&G 상상마당 갤러리,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