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05
2017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화제의 전시 ‘do it 2017, 서울’이 오는 9일, 돌아오는 일요일에 막을 내린다. 아직도 못 본 사람들을 위해 (아마도 국내 매체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do it 2017, 서울’을 소개하려고 한다.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전시
‘do it 2017, 서울’은 어쨌거나 엄청 특이한 전시임은 틀림없다. 단순히 작품을 눈으로 보고 느끼는 전시가 아니라, 관객이 주체가 되어 전시를 함께 만들어가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 벽면부터 ‘지시문’이 붙어 있다. ‘이곳에 입장하려면 콧노래를 흥얼거려야 합니다. (…) 안내 요원을 만나면 흥얼거리기 시작하십시오.’ 아드리안 파이퍼의 <허밍 룸>이라는 지시문이다. 이처럼 ‘do it 2017, 서울’은 일민미술관이 선정한 44개의 지시문을 가지고 시각예술가, 안무가, 사회학자, 요리사 등 20여 팀의 전문가 그룹과 아마추어 공모단, 관객, 대중이 협업해 이루어졌다.
악보 또는 시나리오 같은 전시
사실 이 ‘do it’은 1993년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국제적 작가들이 직접 쓴 작업 지시문을 9개국 언어로 번역해 출간하며 시작된 전시 플랫폼이다.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는 ‘만약 절대로 끝나지 않는 전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해 고민하던 중 예술작품이 ‘악보’ 내지는 ‘시나리오’처럼 제시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게 된다. 이후 ‘do it’은 20여 년 동안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확장되어 진행되고 있으며, 2017년 마침내 서울 버전이 선보이게 되었다.
2017년 서울이 담겨 있는 전시
흥미로웠던 지시문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절대 스포일러는 될 수 없는 게, 이 전시는 직접 가서 지시문을 수행해야 의미가 있지 이렇게 기사만 읽어서는 전혀 감이 안 잡힌다. 김범은 <휴대폰 튀김>을 지시했다. 휴대폰에 달걀 옷을 입히고 빵가루를 묻힌 후 기름에 튀기면 된다. 그런가 하면, 박혜수는 엘렌 식수의 지시문을 재해석했다. 관객은 자신이 포기했던 꿈을 타이핑하고, 분쇄된 꿈 종이들을 잘라 붙여서 새로운 꿈을 찾는다. 결혼, 교사, 시험 올백, 엄마의 꿈 등 다른 사람이 버린 꿈을 보자니 괜스레 짠하고 눈물이 핑 돈다.
끝나지 않지만 끝나는 전시
현재 ‘do it 2017, 서울’에서 선보이는 작품 및 지시문들은 최초 기획자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정한 규칙에 따라 전시가 끝나면 모두 폐기한다. 관련 작품이 지속적으로 남아 페티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언제나 ‘진행 중에 있는 전시’ ‘do it’은 종료되지 않고 끊임없이 계속되겠지만, 서울의 독특성, 차별성이 반영된 ‘do it 2017, 서울’의 작품(또는 지시문)들은 전시가 끝나면 볼 수 없다. 그러니까 서둘러야 한다는 거다. 7월 9일까지. 일민미술관에서.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일민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