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31일, LGBT 인권 운동가이자 무지개 깃발을 디자인한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가 세상을 떠났다. 세상의 편견을 없애는 데 큰 공헌을 한 그를 기리기 위해, 폰트 ‘길버트(Gilbert)’가 출시되었다.
매해 6월,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에서는 LGBT 인권을 위한 행진이 열린다. 이 행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길버트 베이커가 1978년에 디자인한 ‘무지개 깃발’이다. 6가지의 색으로 이루어진 깃발은 성(性), 삶, 치유, 태양, 자연, 예술, 조화, 영혼을 의미하며, 동시에 세상을 이루는 다양한 가치를 말한다.
지난 40년 동안의 역사가 쌓여 무지개 깃발은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무지개 깃발을 들고 거리에 나간다는 것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인정하며, 누구나 평등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길버트 베이커의 이름을 딴 폰트 ‘길버트’는 이러한 무지개 깃발의 정신을 담은 서체다. 길버트 베이커가 세상을 떠나자, LGBTQ 미디어 조직 ‘뉴페스트(NewFest)’와 ‘NYC 프라이드(NYC Pride)’, 폰트 제작 스타트업 ‘폰트셀프(Fontself)’, 광고 에이전시 ‘오길비 앤 매더(Ogilvy & Mather)’의 디자인팀이 함께 그를 기리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서체는 무지개 깃발에서 영감 받았는데, 가장 잘 나타나는 부분이 각 획의 색상이다. 문자의 각 획을 반투명한 무지개 깃발의 6개의 색으로 디자인함으로써, 각 색상이 담고 있는 정신을 그대로 담았다. 게다가 획이 겹쳐지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색상은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세상의 취향, 가치를 의미한다.
서체를 디자인한 오길비 앤 매더 디자인팀은 “우리는 LGBT 커뮤니티가 무지개 깃발을 벗어나 스스로 자신만의 배너와 포스터, 사인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주고 싶었다.”라고 제작 목적을 밝혔다. 행진이나 집회, 시위를 위해 디자인된 길버트 폰트는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배너와 포스터를 제작할 때 유용하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프로젝트팀은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를 통하여 길버트 폰트로 만든 아트웍 공모전을 펼치기도 했다.
공모전 프린트 부문에서 1위를 한 Jean Yu의 작품
공모전 자유 부문에서 1위를 한 Judith + Rolfe의 작품
하지만 무엇보다 이 폰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서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신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프로젝트팀이 밝혔듯이, 무지개 깃발의 정신을 담은 서체로 글자를 적는다는 것은 글쓴이가 지지하는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누군가가 무지개 깃발을 흔든다면, 누군가는 길버트 체로 만든 배너를 흔들고, 포스터를 벽에 붙일 것이다.
길버트 폰트는 폰트 사이트(
www.typewithpride.com)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기본 벡터 폰트와 컬러 폰트로 제공되며, 포토샵 CC 2017 버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무지개 깃발이 이루어낸 성과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깃발 하나가 더 나은 세상이 되는데 일조했듯이, 길버트 폰트 같은 행동이 하나, 하나 모여 더 큰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누가 뭐래도 아직 우리 사회는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데 인색하니까 말이다.
자료제공_ Type with pride(
www.typewithpri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