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1
동네서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두 권의 책이 있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다.
민음사가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출간했다. 쏜살문고는 작년 여름 첫 선을 보인 민음사의 새로운 총서로, 지금까지 축적해온 민음사의 지적 유산 중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이나 에세이를 선별해 펴낸다.
이번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쏜살문고’의 동네서점 특별판으로 기획됐다. 전국의 동네서점 130여 곳에서만 판매되며,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는 살 수 없다. 지역 주민들이 각 지역에 있는 동네서점에서 책을 직접 살펴보고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동네서점을 살리자는 취지인데, 이 특별한 프로젝트를 기획한 민음사 콘텐츠기획팀 조아란 팀장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어떤 계기로 이번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을 기획하게 되었나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취향이 강하고 특색 있는 동네서점이 많아졌어요. 민음사 내부에서도 이들과 무언가를 해보면 좋겠다는 막연한 의견은 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 앞에 늘 아이디어로만 머물고 있었죠. 각 책방의 규모나 운영방식, 지역도 모두 다르고, 대표로 연락을 취할 만한 조합이나 단체도 없었거든요. 그러던 중 동네서점 ‘51페이지’와 편집문화실험실 장은수 대표가 외부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울 테니 대형서점과 진행하는 것 같은 에디션 도서를 만들어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해왔어요. 너무 좋은 취지에 저희도 흔쾌히 하겠다고 했죠.
2.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쏜살문고로 방향을 정한 후 분량을 중심으로 리스트 작업을 했어요. 여름 시즌을 목표로 기획했으니 (작품 속에서 ‘여행’의 의미는 아니었지만)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을 리스트에 포함시켰어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담당 편집자, 마케터, 디자이너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으로 특별판으로 제작하고 싶은 책 리스트에 올라 있던 작품이었고요. 나란히 두 작품을 두고 보니 전후 문학으로 당대의 새로운 시대상과 인간상을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까지 보이더라고요.
3. 표지 디자인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두 책 모두 인물이 중심이에요. 어떤 의미인가요?
(이 질문에는 민음사 미술부 최정은 차장이 답했다.) 두 작품 모두 인물의 감정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에요. 두 인물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되 각 인물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을 하나씩 넣어 각 작품의 성격과 인물의 성격을 보여줬습니다. <인간 실격>의 경우, 끊임없이 괴로워하며 살지만 동시에 익살스럽고 광대 같기도 한 주인공 ‘요조’를 표지 인물의 무표정과 웃는 입으로 표현했고요. <무진기행>의 ‘나’는 ‘무진의 공기로 수면제를 만들고 싶다,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인물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감은 눈과 뜬 눈을 그렸는데 다른 뉘앙스(윙크)가 읽혀 한쪽 눈만 남기게 되었습니다.
4. 판매량은 어떤 편인가요? 또한 수익 구조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판매량에 목표를 두지는 않았어요.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 전국의 서점들과 이렇게 나마 대면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그런데 출간하고 보니 예상보다 판매량이 좋아서 여러모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에 한해서는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공급하려고 했어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서점들은 수량에 상관없이 기간 동안 모두 같은 공급률로 도서를 공급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5.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는 건가요?
여력이 되면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싶어요. 주변에서 메일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많이 주셔서, 앞으로의 프로젝트가 더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꼭 쏜살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서점과 독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라면 모두 열어 두고 있습니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자료 및 취재 협조_ 민음사 홍보팀, 민음사 콘텐츠기획팀 조아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