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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나의 사랑스러운 사토시군

2017-08-21

 


 

빛나는 정수리 위에 살포시 놓인 몇 가닥의 머리카락부터 어쩐지 슬퍼 보이는 팔자눈썹과 세월의 무게만큼 깊게 패인 팔자주름, 거기에다 이목구비 중 가장 귀여운 (마치 어린 아이의 젖니 같기도 한) 치아까지. 나의 사랑스러운 사토시군이다. 

 


 

주몽설화 뺨치는 사토시군 탄생비화

사토시군의 풀네임은 사토시 야마모토(SATOSHI Yamamoto).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중년의 샐러리맨이다.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몰라 하루하루가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고 집에서는 큰소리칠 수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내한테는 맞고 딸에게는 무시당한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아, 실제 이야기는 아니고, (그렇다고 실제가 이거보다 덜하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데하라 유키노리(DEHARA Yukinori)’라는 일본의 피규어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든 캐릭터 이야기다. 데하라는 대학 졸업 후 직장인이 되는 것이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래서 그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극복해보고자 중년의 샐러리맨을 그리기 시작했단다. 

 

사토시 야마모토. 언제 잘릴지 몰라 늘 불안하지만, 야항 상상을 할 때만은 생기가 돈다.

사토시 야마모토.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몰라 늘 불안하지만, 야한 상상을 할 때만은 생기가 돈다.


 

응? 그림으로 두려움을 극복한다?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겠지만, 사실 이것은 무척이나 과학적인 방법이다. 쫄보였지만 비겁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던 데하라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에 직면하기로 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노출 치료 요법’이라고 한다. 단, 우선은 그림으로 시작하고, 차츰 실물로 넘어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체계적 탈감각화’라고 한다. 여러 가지 모습의 직장인을 그리다 보니 데하라는 그들의 이면이 궁금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중년의 샐러리맨에게도 탈출구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아마도 종종 야한 상상을 하며 현실 도피를 하며, 때로는 여장을 즐길지도 모른다. 데하라는 1999년 도쿄에서 열린 그의 첫 개인전에 이 중년의 샐러리맨 캐릭터를 피규어 형태로 만들어 선보였는데, 이것이 사토시군의 탄생비화 되시겠다. 

 

데하라 유키노리의 피규어 군단.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무시무시하다.

데하라 유키노리의 피규어 군단.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무시무시하다.


 

귀여우면서도 잔인하고, 순수하면서도 불순한

데하라의 피규어들은 모두 꾸밈없고 사실적이며 가끔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그는 B급 공포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털어놨는데, 예컨대 이런 식이다. ‘네코 오바상’, 일명 고양이 아줌마의 손에 들린 칼은 가끔은 일하러 가지 않는 남편을 향하며, 100번 연속 패배한 투견 ‘토사켄타’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종종 포악해진다. 눈이 여섯 개 달린 괴물 토끼 ‘몰린’, 리조트에 사는 살인 코알라 ‘모구’, 잠못드는 밤 혼자 사는 3~40대 여성의 머리맡에 나타나는 요괴 ‘론리 나잇’은 또 어떠한가. 귀여우면서도 잔인하고, 순수하면서도 불순하다.

 

(좌)

(좌) '손에 든 칼은 누구를 향한 것인가?' 네코 오바상과 (우)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투견, 토사켄타

 

이시다 호뉴. 가슴둘레가 2m인 조폭이자, 14세 소녀마음을 가진 호모섹슈얼

이시다 호뉴. 가슴둘레가 2m인 조폭이자, 14세 소녀마음을 가진 호모섹슈얼

 

 

데하라의 피규어들은 또한, 하나같이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며 투박하고 서툴다. 페이퍼 클레이, 그러니까 지점토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점토라…. 불현듯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 초등학생인 내가 지점토로 기린인지 코끼리인지를 만들고 있었는데 목인지 코인지가 쩍쩍 갈라져 손가락에 물을 묻혀 문질러 보았지만 메워지지 않는 절망스러운 상황. 지점토란 그런 것이다. 굳기 전에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일반적인 조각이나 회화에 비해 빨리 작품이 완성된다. 반대로, 작품이 섬세하고 약해서 깨지기 쉬운 건 지점토의 가장 큰 약점이다. 혹자는 초딩이 만든 것 같다고 폄하하기도 한단다. 여기에 대해 데하라는 무척이나 철학적인 설명을 내놨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재미있죠. 제가 만드는 캐릭터도 마찬가지예요. 여러가지 모순을 안고 있어요. 바로 그 지점이 캐릭터의 매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무라이스 보고 환호하는 눈 여섯 개 달린 괴물 토끼 몰린들

오무라이스 보고 환호하는 눈 여섯 개 달린 괴물 토끼 몰린들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고, 엉뚱하면서도 납득이 가는

데하라는 오는 9월 10일까지 서울 송파구 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에서 ‘PINK: Why is the world full of pink’라는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타이틀이 그냥 핑크다. 핑크는 데하라가 작업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컬러인데, 그는 핑크를 자신의 영혼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작업에는 ‘웃기다’, ‘재미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 (이 부분은 데하라도 인정했다.) 자칫 우스꽝스럽고 가볍게만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핑크는 이러한 그의 작품이 보다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대부분의 작품에 상당히 오랫동안 핑크색을 사용해왔다. 

핑크가 없다면 내 작업은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핑크는 내 영혼이다. (사진제공: 에브리데이몬데이)

"핑크가 없다면 내 작업은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핑크는 내 영혼이다." (사진제공: 에브리데이몬데이)

 

데하라의 작업에는 유독 핑크색이 자주 사용된다.

데하라의 작업에는 유독 핑크색이 자주 사용된다.

  

 

핑크뿐만이 아니다. 그의 피규어들은 대부분 밝고 화려한 컬러로 색칠되어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데하라는 자신의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중학생 때 미국 영화의 포스터 아트를 동경했다고 했다. 일본에는 없는 그 강렬한 색감 말이다. 30년 정도가 지났는데도 일본은 여전히 수수하고 차분한 컬러를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데하라는 그러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현하며, 자신의 피규어가 컬러 사용에 있어서 일본이 가지고 있는 어떤 틀을 뛰어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핑크로 뒤덮인 데하라 유키노리

핑크로 뒤덮인 데하라 유키노리

 

 

가벼우면서 진지하고, 엉뚱하면서도 납득이 가는 데하라. 그의 최종 꿈은 무엇일까? “나의 그림이 세계 각지에 알려져 전 세계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싶습니다.” 과연 데하라 유키노리. 그다운 꿈이 아닐 수 없었다. 데하라군, 간빠이!

 

 

데하라 유키노리
1974년 고치 현에서 태어난 데하라 유키노리는 도쿄에서 주로 활동하는 피규어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일년에 400개의 피규어를 생산하며, 연간 맥주로 400리터를 마신다. 나이키, NEC, 타워 레코드, ASICS 유럽 광고 작품에 참여했으며, 대만, 홍콩, 뉴욕, LA, 파리 등지에서 연간 4~6회씩 개인전을 개최한다.

1974년 고치 현에서 태어난 데하라 유키노리는 도쿄에서 주로 활동하는 피규어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일년에 400개의 피규어를 생산하며, 연간 맥주로 400리터를 마신다. 나이키, NEC, 타워 레코드, ASICS 유럽 광고 작품에 참여했으며, 대만, 홍콩, 뉴욕, LA, 파리 등지에서 연간 4~6회씩 개인전을 개최한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데하라 유키노리(www.deha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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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데하라유키노리 #피규어 #사토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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