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6
서울에서만 하루에 5톤 청소차 600대 분량의 쓰레기가 배출되어 외부로 실려 나간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는 이미 거대한 산을 이루었고, 우리는 쓰레기산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5톤 청소차 600대 분량이라. 쉽게 가늠이 안 되지만 어마어마한 양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당연히 줄여야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에 무작정 줄이라고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은 쓰레기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아니라, 쓰레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쓰레기x사용설명서’는 바로 이와 같은 취재에서 기획됐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쓰레기를 만들다’라는 주제의 1부에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의 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2부 ‘쓰레기를 처리하다’에서는 재활용하거나 매립하는 등 기존의 쓰레기 처리 방식을, 3부 ‘쓰레기를 활용하다’에서는 새롭게 모색되는 쓰레기 활용 대안을 이야기한다.
조금 집중해서 관람하면 좋을 섹션은 역시 3부 ‘쓰레기를 활용하다’이다. ‘피피선 바구니’, ‘재활용 등잔’, ‘철모 똥바가지’ 등 전통사회의 재활용 사례를 관련 유물 및 사진 자료를 통해 접할 수 있다. 물론 오늘날에도 다양한 개인과 단체, 기업이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폼맘스’는 버려지는 청바지로 가방을 만들고, ‘열린 옷장’은 양복을 기증받아 면접을 준비하는 구직 청년에게 값싸게 대여해준다. ‘재주도좋아’는 제주 바다의 쓰레기를 수집하여 예술작품을 만든다.
그런가 하면, 예술가들은 쓰레기를 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최정화 작가는 플라스틱 용기들을 쌓아 올려 만든 <Alchemy>를, 김종인 작가는 목판 위에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접목해 만든 <마니미니재미形>을 선보인다.
전시장을 나오면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재활용 놀이터와 싫증 난 장난감과 에코백을 교환하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개인적으로 에코백 교환소가 신선했다. 벽에 걸린 에코백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가져오는 대신, 본인의 안 쓰는 에코백을 그 자리에 걸어 두면 된다. 환경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에코백이 일회용품으로 전락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요즘 계속 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해결이 됐다.
‘쓰레기x사용설명서’는 여러모로 잘 짜인 전시다. SNS에 인증사진 올리고 싶은 트렌디하고 세련된 전시는 아니지만, 쓰레기의 가치를 재조명한다는 기획의도가 잘 반영되어 있고, 사진과 유물, 조형물 등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되니 볕 좋은 가을날 경복궁 돌담 따라 산책하듯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국립민속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