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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4m 넘는 족자로 훑는 현실

2017-09-25

 


 

OCI미술관은 신진작가 창작지원 프로그램 ‘OCI YOUNG CREATIVES’의 2017년도 마지막 전시로 최현석의 ‘관습의 딜레마’를 개최한다. 

 

최현석은 옛 기록화의 양식을 차용하여 자신만의 동시대 기록화를 개척해 나간다. 성곽 대신 전봇대와 빌딩숲이 늘어서고, 가지런한 행렬 대신 몇몇은 구석에서 슬며시 담배를 피운다. 이번 전시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회적이든, 작업 차원이든 관성에 순응과 항거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세태를 표현했다. 

 

들어서자마자 세로 4m가 넘는 크기의 <현실장벽도축(現實障壁圖軸)>은 층층 솟은 절벽 같은 사회상을 위아래로 펼친다. 생물학적으로 동종일 뿐, 상류층과 하류층이 극명하게 나뉘어 그 출발점도, 목표지점에 닿는 방식도 결코 같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회초년생관문도(社會初年生關門圖)>, color on hemp cloth, 117×70㎝, 2017

<사회초년생관문도(社會初年生關門圖)>, color on hemp cloth, 117×70㎝, 2017

 

<직장회식계회도(職場會食契會圖)>, color on hemp cloth, 73×73㎝, 2016

<직장회식계회도(職場會食契會圖)>, color on hemp cloth, 73×73㎝, 2016


 

<사회초년생관문도(社會初年生關門圖)>와 <직장회식계회도(職場會食契會圖)>도 현실 장벽의 단면을 보여준다. 전자는 사회초년생이 되기 위한 처절한 무한 경쟁의 현장인 신입사원 면접장 풍속도를 내걸었다. 후자는 야근에 지친 몸으로 끌려가 남은 목청을 끌어올리는 직장인의 애환이 녹아 있는 회식 현장을 조망한다. 

 

<예비군훈련도(豫備軍訓鍊圖)>, color on hemp cloth, 145×220㎝, 2015

<예비군훈련도(豫備軍訓鍊圖)>, color on hemp cloth, 145×220㎝, 2015

 

<고립무원(孤立無援)>, color on hemp cloth, 127×103㎝, 2016

<고립무원(孤立無援)>, color on hemp cloth, 127×103㎝, 2016


 

그런가 하면, <예비군훈련도(豫備軍訓鍊圖)>에서는 사회라는 서바이벌 도중, 산 속 서바이벌 훈련장에서 군인 연기를 해야 하는 예비군의 따분함을 엿볼 수 있다. 젊어서는 외딴 예비군 교장이었다면, 늙어서는 탑골공원이다. <고립무원(孤立無援)>에서는 과거 패기와 의연함 넘치던 청년들이 이제는 쪼글쪼글한 입술로 과거를 곱씹는다.

 

전시는 10월 20일까지이며, 같은 기간에 이요나의 개인전 ‘MONOCHROME ON DISPLAY’도 함께 진행된다. 이요나가 선보이는 다양한 형태의 설치 작업을 통해 공간의 특성,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탐색해보기를 바란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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