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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우리에게 공공디자인 교육이 필요한 이유

김주연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교수, jykim@hongik.ac.kr) | 2017-10-13

 


 

과거의 공공디자인이 도시의 기반시설로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지금은 공공디자인의 사회적 가치나 의미가 무척이나 중요해졌다. 보다 전문적인 공공디자인 교육이 필요해진 이유다. 

 

기반시설의 역할에 충실했던 과거의 공공디자인

인간이 공동체를 형성하며 공유하며 살아가는 공간 및 시설을 공공재라고 한다. 이러한 공공재는 사회적, 경제적, 상징적 의미체로 존재한다. 버려지고 방치된 고가철로를 공중정원으로 탈바꿈한 뉴욕의 하이라인은 공공재의 의미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공공디자인이 도시의 기본 기능을 지원하는 기반시설로의 역할만으로도 충분했던 시대에는 공공재의 사회적 가치나 의미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 경제, 사회 발전의 파트로서 OECD에 가입되고 우리 도시의 이미지는 세계의 다른 도시들과 직접적으로 비교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공중정원으로 탈바꿈한 뉴욕의 하이라인

공중정원으로 탈바꿈한 뉴욕의 하이라인


 

2007년 대대적으로 진행된 한국의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가 한국에서 전문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이다. 서울시가 2006년 ‘21세기는 모든 것이 디자인 시대’로 규정하고, 2007년 디자인총괄본부(부시장급)를 설립하면서 서울시내 거리들의 공공디자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던 것이 시발점이다. 서울에 공공디자인 총괄조직이 만들어진 것을 시작으로, 지역에도 공공디자인을 담당하는 부서들이 만들어졌다. 본격적인 공공디자인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 진행했던 공공디자인은 공공디자인의 목표, 방향, 지향성을 명확하게 수립하지 못한 채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전시성 사업들이 대규모로 시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너무 급하게 서두르며 진행한 결과 지속 가능하지 못한 결과물들을 만들기도 했다.

 

'공공디자인을 왜 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까? 아마도 ‘공공디자인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라는 결과물에 집중했던 것이 문제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공공디자인의 시작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왜 할 것인가?’이다. 공공디자인은 공공의 이익에 충실한 것으로서 사회구성원 모두의 행복과 문화적 삶을 지향하는 태도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공공재의 기획에서 실행, 그리고 설치, 관리까지 총체적인 공공디자인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2016년 8월 시행되었다. 이 법은 공공디자인의 관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공공디자인의 문화적 공공성과 심미성 향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가 및 지역 정체성과 품격을 제고하고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증대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데칼브 마켓, 뉴욕>. 여러 컨테이너가 놓여 있던 자리를 광장으로 만들었다. 음식 거리, 공예작업실을 조성해 뉴욕에서 많은 시민이 찾는 장소가 되었다.

<데칼브 마켓, 뉴욕>. 여러 컨테이너가 놓여 있던 자리를 광장으로 만들었다. 음식 거리, 공예작업실을 조성해 뉴욕에서 많은 시민이 찾는 장소가 되었다.

 

<굿키친The Good Kitchen, 덴마크>. 덴마크의 시에서 운영하는

<굿키친, 덴마크>. 덴마크의 시에서 운영하는 '급식 서비스'에 의존하는 노인들의 60%가 영양 결핍 상태였다. 불균형하고 부적적할 식단으로 심각한 질병의 위험에 노출된 사회 문제를 해결한 프로젝트이다.


 

우리나라에 공공디자인 교육이 필요한 이유

대한민국에 공공디자인 관련 법이 생긴 덕분에 이제 방향성은 잡았다. 하지만 공공디자인에 대한 전문성 있는 교육을 받을 기회는 여전히 적어 보인다. 물론 해외 선진국의 경우에도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공공디자인 전문 교육기관을 나와 공공디자인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러한 교육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산업 생산을 전제로 하며, 요구의 주체와 사용자가 확실한 분야이다. 더욱이 디자인은 본래 공공성을 내재하고 있고, 공공의 사용을 목적으로 한 디자인은 사실 디자이너라면 어느 누구도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디자인 교육기관이 공공디자인 교육을 담당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단편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면이 존재한다. 선진국의 경우 산업의 발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디자인도 오랜 시간 함께 발전해왔다. 즉, 산업과 디자인, 공공기관의 행정시스템이 오랜 시간 함께 진화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산업이 먼저 급하게 발전했고, 이후 디자인이 그 뒤를 따랐다. 때문에 행정시스템은 아직도 많은 부분 옛날의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에 공공디자인 전문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공공디자인 교육을 통해 산업과 디자인, 행정의 균형을 논의하고, 연구하고, 교육해야 한다는 말이다. 

 

'2017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 프로젝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제부도 문화예술섬 프로젝트>. 예술, 디자인, 건축을 통한 공간 재생 프로젝트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복잡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자연 고유의 자원을 돋보이게 했다.

 

공동체/커뮤니케이션 분야 수상작인 이기섭의 <책방산책 서울>. 망원, 홍대 앞, 연남, 이대 앞, 해방촌, 이태원, 경복궁, 종로, 혜화, 관악, 강남 등 서울 시내 11개 지역에 위치하는 책방과 책방을 연결하여 11개의 책을 따라 걷는 도심 속 산책로를 제안했다.

공동체/커뮤니케이션 분야 수상작인 이기섭의 <책방산책 서울>. 망원, 홍대 앞, 연남, 이대 앞, 해방촌, 이태원, 경복궁, 종로, 혜화, 관악, 강남 등 서울 시내 11개 지역에 위치하는 책방과 책방을 연결하여 11개의 책을 따라 걷는 도심 속 산책로를 제안했다.


 

디자인적, 경제적, 행정적 관점의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은 '배려'에 그 시작이 있다. 그것은 디자인 결과에 대한 배려이고, 역사에 대한 배려, 흔적에 대한 배려이며, 존재하는 유·무형의 가치에 대한 배려이다. 배려를 기반으로 공공디자인 교육은 공공디자인에 관한 인문학적 가치관을 중심으로 공공디자인의 지향성, 공공디자인의 심미적 통합성 등을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 관점으로는 지역의 경쟁력을 위한 장소브랜딩, 장소마케팅을, 행정적 관점으로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의 행정 시스템과 거버넌스 시스템 등을 교육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공공디자인 교육 과정을 통해 배출된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자들과의 현실적인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내 국가 및 지역 정체성과 품격을 제고하고,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높이는 공공디자인을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_ 김주연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교수, jykim@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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