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7
글보다 그림이 좋은 것은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한 번에 와 닿는 느낌 때문일 거다. 특히 지치고 상처 입은 마음엔 진심 어린 그림 한 장이 백 마디 말보다 더 반갑다.
앙드레 단의 그림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은은한 감성의 그의 그림은 사랑스럽고 따뜻한 일러스트의 대명사다. 그는 화려한 색감보다는 사물과 인물, 배경의 특징적인 색감을 활용한다. 군더더기 없는 그의 그림에서 우리는 그의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안녕, 꼬마 물고기〉, 〈피에로가 된 자파〉, 〈내 친구 달〉로 친근한 앙드레 단(Andre Dahan, 1935~)의 한국 최대 규모의 개인전 ‘앙드레 단의 그림책 세상’이 롯데갤러리 일산점에서 11월 1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앙드레 단의 초기 일러스트 원화 10점을 비롯해서 49권에 달하는 그의 도서를 대표하는 70여 점의 원화와 판화 등 총 8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1세대인 앙드레 단은 1935년 알제리에서 태어나 파리 에꼴 데 메티 에 아트(Ecole des Métiers d’Art)를 졸업했다. 회화를 전공한 그는 에콜 아트 데코라티프 파리(Ecoled’ArtsDécoratifs de Paris)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79년과 1980년 파리에서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 페인팅 부분 은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하면서 화가로서 입지를 굳혀가던 그는 세계 주요 시사매체, 패션지, 다양한 기업들뿐 아니라 신문, 잡지 등과 협업을 통해 일러스트, 삽화 작가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프랑스 주요 일간지 〈르 몽드(Le Monde)〉, 주간지 〈르 푸앙(Le Point)〉, 이태리 주요 일간 신문 〈라 스탐파(La Stampa)〉,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 미국의 〈포춘지(Fortune)〉와 같은 세계 각국 주요시사지 및 패션지, 〈엘르(Elle)〉, 〈르 피가로(Le Figaro)〉 등 다양한 매체에 삽화을 게재했으며 그 외에도 EDF(프랑스 전력공사), 쉘(Shell/정유회사), 세부(Seibu/일본 백화점 그룹) 등 세계적인 기업과의 지면 광고 및 TV 광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다양한 작업을 해오던 앙드레 단은 특유의 감성적인 붓터치를 바탕으로 첫번째 그림책 〈내 친구 달〉을 만들었고 이 책은 프랑스, 독일, 미국, 이태리, 일본 등 20여 개국에 13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그는 그림책 작가로는 가장 인정받는 상인 프랑스 옥토콘상(1991), 앵글램 국제만화 대상 등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슬로바키아, 일본 등지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등에 꾸준히 초청되어 전시 및 저술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는 그는 초창기 야수파 풍의 순수미술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책은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 체코 국제도서전 등을 통해 소개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행복’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우정을 통한 행복, 달콤한 꿈을 꾸는 행복, 함께 가는 여정을 통한 행복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꿈꾸고 바라는 소소한 행복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몽환적인 감성을 선사하는 다정한 색감과 초현실적인 형태, 소박하고 정갈한 앙드레 단의 글 솜씨로 쌀쌀해지는 가을, 작지만 큰 행복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롯데갤러리 일산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