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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평범함과 특별함 사이의 디자인

2013-10-25


지난 9월 6일 시작된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번 비엔날레는 산업통상자원부, 광주광역시 등의 협력 아래 실제 사용이 가능한 디자인 제품 및 디자인 제안들이 주를 이뤘다. 또한 광주, 전남 지역의 디자인 산업을 조명하는 한편, ‘이기는 디자인’과 ‘동양화를 모티브로 한 공간 디자인’ 등으로 볼거리를 충족시키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부터 아트 오브제까지의 디자인의 다양한 표현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여타의 박람회 혹은 행사와는 다른 볼륨을 가진 디자인 비엔날레의 특성상, 비평적 담론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모색이 없었던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사무국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주제전, 본 전시, 특별전1, 2와 국제 디자인 워크숍 등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으며, 총 600여 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거시기 머시기(Anything Something)’를 주제로 한 주제관은 이어령의 『우리문화박물지』에 실린 64개의 사물에 담긴 의미를 밥상보, 가위, 부채 등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연출해 놓았다. 공간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김백선는 이러한 전통적인 소재들이 우리의 삶을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역사가 살아 있는 인상적인 오브제임을 보여주려 했다. 이것은 디자인이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를 재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전통과 현실의 공간이 만나는 ‘OLD & NEW’라는 전시 부제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주제전 중 하나인 ‘Design To Win’은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린 전시를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영국의 다양한 스포츠 도구와 제품을 통해, 스포츠 정신을 만날 수 있었다. 전시장이 다소 협소하게 느껴질 만큼, 스포츠의 역사와 최근 스포츠 제품의 동향 등을 알 수 있는 소재들로 구성되었다. 이와는 별개로 진행된 영국 국가관 ‘영국 국기 응용 생활 디자인’은 영국의 국기 유니언 잭을 이용한 다양한 생활 소품을 살펴봄으로써 국가의 정체성을 브랜드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이들의 전통과 고민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 밖에도 아세안 11개국의 전통을 담은 ‘아시아의 상징, 아시아의 의자’와 쿠마 켄고가 디자인한 일본관 ‘낭창낭창’, 중국 현대 디자이너들의 전통을 재해석한 의자를 선보인 중국관 ‘한 마음, 한 생각’ 등이 차례로 선보였다.

본 전시에서는 ‘디자인의 정체성’을 주제로, 시대의 변화 속에 디자인의 변화과정을 모색하려 했다. 그중에서도 장응복, 배영진, 강혜원, 이규석, 허은경 등의 디자이너가 참여한 ‘동양화 모티브 공간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로비, 스위트 룸, 다이닝 룸 등 각 공간의 특색에 맞춰 제작된 공간은 한 폭의 동양화 속 공간을 걷는 듯한 아름다움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총 89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한 ‘2015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남북한 동시 입장기원 국기 디자인’은 단순히 하나의 국기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패션 화보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루이비통 오브제 노마드’, 다양한 재료와 제작 방법을 동원한 ‘예술이 된 가구’ 등이 함께 전시되었다.

이번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화두는 단연 디자인의 산업화였다. 특히 광주, 전남 지역의 디자인 연계성을 찾으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졌다. 이것이 중점적으로 다뤄진 전시가 바로 특별전이었다. 특별전 1에서는 밥솥과 자전거의 진화 과정을 통해 본 주거 생활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디자인의 진화’나 어린이집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콩다콩 어린이집’을 주목하게 된다. 이 밖에도 쌀가게의 아이덴티티와 공간을 보여준 ‘농사와 디자인’, ‘KDM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등을 통해 산업화에 대한 이슈를 전하고자 했다.

특별전 2에서는 디자인 비엔날레가 열리는 광주라는 지역을 재조명하고, 이를 담아냈다. 장광효, 우영미, 간호섭 등의 패션 디자이너의 손으로 다시 태어난 ‘광주 택시 기사 유니폼 제안’과 광주 지역의 다섯 군데의 맛집을 선정해, 이들의 음식과 문화를 담을 그릇과 구성을 제시한 ‘광주 맛집 테이블 세팅’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조선대학교 유니버셜 패키지 디자인센터와 함께 ‘광주 5개 구 쓰레기 봉투와 쌀 포장 디자인’ 등을 제시함으로써 지역 디자이너와의 조화를 이룬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기아자동차는 광주 지역에 거대한 생산 공장과 함께 야구팀 운영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한 이들의 이번 전시 주제는 ‘기아 자동차, 디자인+예술’이었다. 디자이너들이 직접 작업한 회화, 미디어, 조각 등의 작품을 통해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관람객들에게는 디자이너의 예술을 엿볼 수 있었다.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또 제안하는 디자인을 통해 디자인의 산업화라는 주제를 담아내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시 방향으로 인해, 디자인에 대한 폭넓은 인식의 기회가 줄어든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남기기도 했다. 디자인과 산업화는 모두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디자인의 가치와 의미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국내외의 다른 디자인 행사와의 차별화가 없어 보였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디자인의 다양한 가능성과 비평적 의의를 함께 담을 수 있는 디자인 비엔날레를 다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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