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0
요즘 물건들, 참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버려진다. 크고 작고 할 것 없이 다 그렇다. 덩치가 큰 가구일 경우엔 더하다. 새로 갖고 싶은 것이 나왔다고 그냥 버리자니 너무 아깝고 죄를 짓는 것 같다. 한 행 생겨나는 폐목재의 양이 170만 톤이 이른다고 하니 좀 심하긴 하다. 물론 이 나무들이 모두 가구가 되었다가 버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 다시 살려볼 방법은 없을까.
쓸모연구소는 이러한 폐목재를 활용해 반려동물들을 위한 가구를 재생산한다. 우리가 사용하던 가구를 더 예쁘고 편안하게 디자인해 반려동물에게 물려주는 거다. 동물과 사람의 공존을 꿈꾸는 이들, 쓸모연구소의 유라, 이우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쓸모연구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쓸모연구소의 유라, 이우주입니다. 쓸모연구소는 버려진 가구, 목재 등을 재활용한 업사이클링을 통해 반려동물에게 물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2016년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을 통해 창업을 한 소셜벤처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키우던 고양이를 위해 장난감이나 가구 등을 만들어 블로그 활동을 했던 것이 우연한 계기가 되어 창업으로까지 이어졌어요. 지금은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와 장난감, 방석 등을 판매하고 있고, 자투리 목재를 이용해 동네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수업 등 문화예술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쓸모연구소라는 이름이 인상적인데요, 어떤 뜻인가요? 또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A. 쓸모연구소는 ‘버려지는 물건들의 새로운 쓸모를 되찾아주자!’라는 의식에서 시작된 이름이에요.아직 쓸모가 있지만 버려지는 물건들이 너무 많아 이런 물건들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 쓸모연구소가 탄생했습니다.
Q. 버려지는 목재나 가구를 활용하시는데 수거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A. 직접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구하는 게 제일 커요. 동네에서 필요가 없어져 버려지는 가구를 활용하고 있고요, 재활용센터에 가져갈 수 있다고 하는 것들, 젖은 나무나 파티클(저렴한 소재)을 제외하고 원목 소재는 직접 수거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간혹 수거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진행은 하지 않고 있고요, 가구가 아닌 목재를 구해오기도 하는데 인천에서 통목재(원목)를 바로 들여와 일정한 길이로 잘라서 사용하는 것들은 남는 것도 많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도 해요. 또 나무의 뒤틀리는 테스트 후에 버려지는 목재들을 받아오기도 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배송비만 지불하고 구해올 때도 있어요. 처음에는 목재를 한 군데에서 체계적으로 받아와야 하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지금은 이런 것들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Q. 목재 수거 후에는 어떤 과정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나요? 인체에 유해성분이 없는 목재들만 사용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작업에 제한이 많진 않나요?
A. ‘수거 - 소독 - 샌딩 - 재단 - 제작 – 마감’의 과정으로 제품제작이 이루어져요. 소독과 샌딩은 버려지는 가구를 다시 사용하기 위한 필수과정이에요. 이 과정을 거친 후 어떤 제품으로 제작할지 정하고 나서 다음 작업에 들어가게 되죠. 앞에서 말씀드린 것에 덧붙여 저희는 젖은 나무와 MDF, 파티클보드로 이루어진 가구와 목재는 유해성분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넓은 판재와 같은 목재를 구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았는데요, 현재는 버려지는 인테리어 자재들을 가져오면서 어느정도 소재 수급의 어려움은 해소가 되었습니다.
Q. 작업에 있어 가장 까다로운 과정은 어떤 부분인가요?
A. 아무래도 저희는 폐목재와 가구를 재활용하여 제품을 만들다보니 소재수급이 일정치가 않아 불편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더불어 제품제작에 있어 소재 소독을 위한 몇 가지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제작과정이 조금 더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Q. 제품 디자인 및 제작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저희가 제품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반려동물의 안전입니다. 반려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강상태, 피부상태, 알러지 등등 고려해야 할 게 정말 많아요. 대부분의 반려동물 가구는 반려동물과 직접적인 접촉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가구마감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마감재는 어린이장난감,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만 사용하고, 가구 모서리는 부딪혀도 다치지 않도록 둥글게 마감하고 있어요.
Q. 만드신 가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A. 저희는 처음에 재활용된 제품이라고 하면 사람들의 인식이 부정적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헌데 오히려 재활용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고 오로지 제품자체로써 보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오히려 형태를 살린 제품들(서랍식탁이나 모니터하우스)을 보시고는 다른 제품에 비해 저렴하고 독특하다는 측면에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저희도 점점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Q.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A. 쓸모연구소의 제품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요, 가구를 형태를 살려 업사이클링한 제품과, 해체하여 재가공을 거친 제품이 있어요. 앞서 말한 형태를 살린 제품은 서랍을 재활용한 ‘서랍속 고양이’, 버려진 CRT모니터를 재활용한 ‘빈티지모니터하우스’ 등이 있고요, 재가공을 거친 제품은 ‘프레임 식탁, 경사식탁 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프레임식탁 시리즈인 것 같아요. 다양한 컬러와 반려동물에 맞춰 제작해드리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Q. 반려동물들의 가구인만큼 동물을 관찰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고양이를 키우시는 것 같은데, 실제로 많이 도움을 받으시나요?
A. 실제로 저희와 함께 하고 있는 3마리의 고양이(금동, 동동, 동일)들은 저희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 제일 먼저 체험해보는 베타테스터의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이 친구들을 통해 제품의 문제점이나 개선점 등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A. 쓸모연구소의 시작은 반려동물 제품제작과 판매였지만, 현재는 제품판매와 더불어 업사이클링 목공워크샵, 반려동물축제 ‘냐간개장’, 유기묘시설개선프로젝트 등과 같은 많은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많은 일들을 하게 됐지만 기존의 제품에 소홀해지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들도 놓치지 않고 잘 살려보는 것이 현재의 목표입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취재협조_ 쓸모연구소(www.sseulm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