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4
최근 소규모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거 형태에 변화가 일어나고, 마을 만들기와 공동체 사업 등을 통해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 공공건축은 사회, 문화적인 변화와 함께 “건축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 중 하나일 것이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서 오는 8월 17일까지 열리는 ‘공공의 장소: 우리가 함께하는 그곳’ 展은 이러한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로서의 공공건축을 조망하고 질문을 던진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은 최.페이라 건축의 ‘줌 ZZZUM’이다. 미술관 중앙홀 안에 설치된 높이 3미터, 폭 9미터의 이 거대한 거울 정원은 거닐거나 잠시 앉아 쉬게 되면, 거울에 반사된 식물과 의자들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만나게 된다. 거울 속에 비치는 자연스럽고 어쩌면 평화로운 풍경들은 “우리가 함께 하는 그곳”이라는 전시 주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전시는 크게 세 개의 파트로 나눠 진행된다. 첫 번째 파트인 ‘집합적 기억과 가치의 공유’에서는 도시나 농촌에 있는 잊혀진 공간을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자, 공공의 기억으로 환원하는 건축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먼저 아뜰리에 리옹 서울의 ‘윤동주 문학관’은 2009년에 용도 폐기된 수도가압장 건물을 윤동주 시인의 생애와 그의 문학을 재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건축물 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는 이소진 소장의 말처럼 전시는 건축물의 제작과정이나 모형을 옮겨 놓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학관의 벽면, 천장,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풍경 등을 각각 벽, 공간, 영상 등으로 표현함으로써 공간의 느낌을 그대로 전하고자 했다.
에스오에이의 ‘우포자연도서관 게스트하우스’는 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당시 농촌에 급속도로 보급된 농산물 간이집하장을 도서관과 게스트하우스라는 두 가지 용도로 재해석한 곳이다. 건축사진가 신경섭이 찍은 충청 지역의 농산물 간이 집하장의 모습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모형을 전시했다. 어느 농촌 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이 공간을 창의적으로 변형해 농촌의 풍경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째 파트는 ‘도시 공간과 공공장소’를 주제로 한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급속한 변화의 중심에 놓여 있는 도시에서 주변 환경을 고려한 건축물이 나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야말로 도시와 농촌 등의 환경을 넘어서 건축의 본질에 닿으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활기찬 공공장소’는 로컬디자인이 그동안 ‘한강 나들목 개선사업’, ‘광주 사직공원 공공예술프로젝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등 도시 공간과 자연을 하나로 잇는 공공 프로젝트를 전시장에 재현한 작업이다. 이 세 개의 공간이 놓인 곳은 모두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에서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 도시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산을 무대로 활동한 조서영 건축가의 작업 역시 산복도로라는 지형적 특성과 마을 주민들을 위한 공공 건축물인 글마루도서관, 푸른솔경로당, 버스정류장 등의 프로젝트를 전시장에 옮겨 놓았다. 도시에서의 공공건축이 지형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이뤄진 풍경들을 그려낸 것이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세상과 소통하는 그곳’이라는 주제로 공공의 장소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소개한다. 앞서 만났던 작품들이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할 공간에 대한 건축물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공공의 장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호흡하고 있는지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바우아키텍츠에게 공공의 장소는 사람들이 어울려 걷고, 이야기하고 즐기는 공간이다. 이와 관련해 진행한 ‘플레이 룸’, ‘플레이 하우스’, ‘플레이 앨리’ 등의 프로젝트를 실제 건축물의 모형과 장소를 함께 배치해, 관람객이 직접 공간을 만난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제이와이아키텍츠는 공공의 힘으로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공공건축’임을 보여줘 왔다. 이들이 진행한 ‘저예산주택시리즈’는 열악한 이웃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프로젝트로 공공건축에 대한 이들의 태도를 보여준다. 전시장 안에는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인터뷰 등을 배치하는 한편, 정글짐을 만들어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앉아 쉬거나 공간자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이는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 만들어진 건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회적 기업 문화로 놀이짱은 공공건축물과 공간에 대한 사고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이 모여 직접 뭔가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공공 공간으로 인식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명랑에너지 발전소’, ‘도구들의 도서관’. ‘재료들의 도서관’ 등의 모바일 컨테이너는 편리한 이동성과 그 자체의 이슈 등을 바탕으로, 공간이 우선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