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2
예술과 디자인을 구분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해졌다지만 순수 미술과 쥬얼리의 사이는 약간 달라 보였다. 마르모모(Marmomo)를 만나기 전까진.
마르모모는 순수 조각에서 시작된 주얼리다. 아트와 패션의 관계. 가까운 듯 멀고 먼 듯 가까운 이 둘 사이를 연결한 건 마르모모의 이세희 대표다.
순수 조각과 주얼리를 연결한 방법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아름답지만 결코 아름답지 않은 생명체들을 조각과 설치미술을 통해 표현하면서 취미로 주얼리를 만들었다. 어느 순간 두 분야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로 이어지는 흐름을 느꼈고 2015년 브랜드를 론칭했다.
‘마르모모’의 의미
형태와 성질을 갖추지 않은 추상적인 이름이다. 운율과 리듬감이 느껴지게 하되 하나의 의미에 국한되고 싶지 않아 특별한 의미를 넣지 않았다. 여러 문화에 통용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던 의도도 담겨있다.
‘누구나’를 위한 ‘작품’
작가가 만든 주얼리라 하면 ‘작품’ 이라는 인식과 비싼 가격 때문에 가까이하기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마르모모는 소재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저렴한 편에 속한다. 세대와 성별을 떠나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이 특징. 가격은 저렴하지만 몸에 걸치는 작품으로써의 의미까지 지니는 더 큰 가치를 지닌 것이 마르모모의 주얼리다.
이세희 디자이너만의 색깔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영감을 빼앗기는 것 같아 좋아하는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의식적으로 많이 접하지 않으려고 한다. 흐름에 영향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커다란 트렌드는 따라가되 다른 장르인 영화나 문학에서 영감을 받는 것이 그만의 노하우다.
영감을 주는 것
영화뿐 아니라 전공을 한 만큼 순수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는다. 아네트 메사제(Annette Messager),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Félix González-Torres)의 설치 작품을 좋아한다. B급 영화의 정서 또한 좋아한다. 기괴하고 조악하지만 현대적으로 탁월하게 재창조시킨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영화를 즐겨보고, 미셸공드리(Michel Gondry) 감독의 초현실적인 기법과 환상적인 색채에 영감을 받기도 한다. 마르모모 쥬얼리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테마라 할 수 있다.
디자인을 할 때 중요한 것
실제 주얼리로 착용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 한계를 뛰어넘었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마르모모의 목표
제품과 작품의 간극에서 오는 매력을 보다 마음껏 표출하는 것, 그리하여 마르모모의 주얼리를 선택하는 것이 곧 독창성에 대한 자존감을 갖는 태도로 연결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 그런 멋지고 쿨한 권한을 마르모모의 주얼리를 통해 선사하고자 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마르모모(www.marmom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