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7
레고가 예술작품이 되었다. 아라아트센터에서는 장난감이 아닌 예술품 레고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네이선 사와야(Nathan Sawaya)의 전시 ‘디 아트 오브 더 브릭(The Art of the Brick)’이다.
런던, 뉴욕, 모스크바, 타이페이 등 전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전시 개최 후 한국 최초로 열리는 네이선 사와야의 전시로 그냥 레고가 아닌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레고 브릭 아트를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CNN이 선정한 ‘꼭 보아야 할 10대 전시’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세계 최초로 레고 블록만을 사용해서 작품을 만드는 네이선 사와야는 변호사를 그만두고 아티스트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2007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랭커스터(Lancaster)에서의 첫 전시 이후 북미, 호주, 아시아 및 중동, 유럽 등지에서 1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그는 주로 3차원 조각품과 대형화된 인물 초상화를 제작하는데,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로부터 극찬을 받아 백악관 내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어린시절부터 만화를 그리고 이야기를 쓰며 상상력을 키운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레고를 선물받아 가지고 놀면서 자신의 생각대로 마음껏 여러가지의 형태를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독창적인 디자인을 창조해냈다.
뚜렷한 직각과 선의 형태가 모여 곡선으로 바뀌고 브릭이 예술로 승화되는 점에 매력을 느끼면서 익숙한 것으로부터 탄생한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는 그는 단순한 장난감을 기존에 없었던 경지로 끌어 올리고자 한다.
네이선 사와야의 대규모 조각품을 위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100만 개 이상의 레고 브릭을 활용해 제작한 총 1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작가의 작업실을 보여주는 ‘ARTIST STUDIO’, 작가 자신이 경험한 감정의 변화를 투영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HUMAN CONDITION’, 비너스상, 다비드상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품을 레고 브릭으로 재창조한 ‘PAST MASTERS’, 〈모나리자〉,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와 같은 명화를 재창조한 ‘PORTRAIT ROOM’ 등 다양한 주제로 제작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지구본, 전화기 등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소품부터 인체의 다양한 동작들을 유려한 곡선으로 표현해낸 대형 작품, 레고 브릭으로 재창조된 명화 등도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 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은 〈Yellow〉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작가 자신을 형상화 한 작품이다.
또 다른 대표작은 〈Grasp〉으로 꿈을 향해 나아갈 때 주저하게 만드는 손들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 자신이 변호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포기하고 레고 브릭 아티스트가 되고자 했을 때 자신을 염려하던 사람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답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수영하는 사람을 레고 브릭으로 형상화한 작품 〈Swimmer〉는 수면 아래의 모습을 관람객의 상상력에 맡기고자 수면 아래는 보이지 않게 제작했다. 물을 표현하기 위해 파란 레고 브릭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했고 푸른 조명도 활용했다.
그가 아이들을 위해 만든 〈DINOSAUR SKELETON〉는 80,020개의 브릭으로 약 4개월에 걸쳐 제작됐다. 6미터 길이로 어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실제 크기와 동일하며 그의 작품 중 가장 크다.
레고 그룹에서 제작하는 대형 레고 모델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레고 장인인 ‘레고 마스터 모델 빌더(LEGO Master Model Builder)’이자 전세계 유일한 ‘레고 서티파이드 프로페셔널(LEGO Certified Professional)’인 그는 최근 간판, 자전거 거치대, 공원 벤치의 다리 등을 안고 있는 15인치 레고 피규어 수백개를 세계 곳곳에 설치하는 스트리트 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상상력을 통해 장난감을 아트로 발전시킨 그의 독창적인 예술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앞으로의 작품활동이 궁금해진다. 전시는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내년 2월 4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