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예슬 뉴욕 통신원 | 2017-12-13
워싱턴 D.C.에 위치한 동양미술 전문 갤러리인 프리어 갤러리(Freer Gallery of Art)가 새단장을 했다. 스미스소니언협회 소속인 프리어 갤러리의 컬렉션에는 특히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양의 미를 담은 세라믹과 회화 명작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특히 자포니즘의 대표 화가인 휘슬러의 작품을 볼 수 있어 더욱 값진 프리어 갤러리의 예술품들을 만나보자.
찰스 프리어 (Charles Lang Freer) 가 수집한 2만 7천여 점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프리어 갤러리의 명소는 단연 피콕룸(Peacock room)이다.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의 작품과 당대를 풍미했던 아름다운 세라믹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피콕룸은 원래 프레더릭 릴런드(Frederick Leyland)의 다이닝룸으로 활용되었던 곳이다. 이를 휘슬러가 예술작품의 방으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1876년과 1877년에 완성되었다. 휘슬러는 ‘harmony in blue and gold’의 컨셉으로 피콕룸을 완성하였으며, 이 후 프리어가 1904년 이 방을 구입함으로써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프리어의 자택으로 옮겨지게 된다.
그 후 프리어는 일본, 중국, 한국, 인도 등지에서부터 수집한 세라믹을 함께 진열함으로써 피콕룸의 완성도를 더했다. 이러한 피콕룸은 프리어의 콜렉팅 철학인 ‘시대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예술품들은 한 공간에 표현될 수 있다’라는 믿음을 완성한 장이기도 하다.
Harmony in Blue and Gold: The Peacock Room. 피콕룸의 대표작인 〈The Princess from the Land of Porcelain〉, 1865 당시 유행한 자포니즘(Japonism)의 영향을 한 눈에 보여준다.
휘슬러의 작품은 당대 자포니즘이 어떻게 유행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이기도 하다. 자포니즘은 19세기 중반이후 20세기 초까지 서양 미술 전반에 나타난 일본 미술의 영향을 뜻한다. 〈Rose and Silver; The Princess from the Land of Porcelain〉은 1863년에서 1865년까지 2년동안 제작된 유화로 서양의 여성(Model; Christine Spartali)이 동양의 기모노와 부채, 그리고 병풍 앞에 서 있는 아시아 오브젝트를 조합한 작품이다. 인상주의 기풍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서양인들이 갖고 있는 아시아에 대한 환상, 특히 일본에 대한 환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Harmony in Blue and Gold: The Peacock Room. 골드와 블루의 조합이 탁월하게 표현된 예술품의 방으로 유명한 피콕룸
특히 피콕룸은 다양한 형태와 시대의 세라믹을 살펴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완성되지 않은 듯한 모형의 도자기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피콕룸에 전시된 세라믹. 형태가 균일하지 않아 지탱하기 위한 실들이 묶여있다.
중국, 일본, 한국, 등 다양한 국가로부터 다양한 시대에 걸쳐 수집된 프리에의 다양한 세라믹
프리어 갤러리의 아시아 세라믹들은 당대 서양이 갖고 있었던 아시아에 대한 환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 눈에는 찌그러진 세라믹이고 덜 형성된 실패작으로 보이지만, 당대에 최고로 값을 쳤던 예술품이었다는 사실에 많은 아시아 관광객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찌그러진 세라믹. 한 시대에 찌그러진 세라믹이 예술품으로 더욱 더 각광받았던 시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자기 안 문양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품들
정치 1번지 워싱턴에서 만나는 아시아 문화. 워싱턴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스미스소니언협회 소속인 프리어 갤러리의 컬렉션을 감상하는 기회도 놓치지 말자.
글_ 우예슬 뉴욕통신원(wys060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