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5
일본의 디자이너 무라타 치아키는 행위 디자인을 주창한다. 행위 디자인이란 디자인 개발과정에 있어서 인간의 행동에 주목하여 개선점을 발견하고, 이를 더욱 새롭고 나은 형태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기법이다. 또한 사용자가 목표로 하는 행위를 막힘없이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는 디자인을 ‘좋은 디자인’이라고 정의하고 최종적인 목표로 삼는다.
무라타 치아키의 국제적인 수상 기록만 수백 건에 달한다. G마크 금상을 비롯해 RED DOT BEST OF BEST, 독일디자인 어워드 WINNER상, iF DESIGN AWARD GOLD 등을 수상했으며, 오므론의 혈압계 ‘스팟암’(2004년)이나 마이크로소프트 ‘Xbox360’(2005년)등을 다루어 기록적인 판매를 이루기도 했다. 그의 디자인은 무엇이 다르기에 이토록 사람들이 주목하는 걸까. 지난 11일, 온그라운드 갤러리에서 막을 올린 그의 전시 ‘Design of Behavior’에 전시된 군더더기 없는 그의 작품들을 담았다.
Q. 사물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디자인 창작 개념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다면.
행위의 디자인이란, 형태와 색의 아름다움을 묻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행위에 주목하여 시간축으로 그 행동을 따라가 보기 흉한 행위를 유발하는 버그를 찾아내어 해결함으로써, 원활하게 아름다운 행위를 이끌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사물을 주체로 삼던 지금까지의 디자인론에 반하여 사람의 행위를 도중에 끊지 않는 ‘아름다운 행위(所作)’를 디자인하기 위한 사고법입니다.
저의 디자인철학을 이렇게 변화시킨 계기는 오므론사(OMRON)의 혈압계 디자인이었습니다. 사용설명서가 없는 상태에서도 사용자가 착오 없이 스스로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디자인의 근본에서 행위의 관찰이 필요했습니다.
Q. 디자인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나.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모든 것이 관계성 중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물과 정보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관계성 안에서 그 사물 자체를 관찰하면 그 사물의 본질이 보입니다. 그것을 부감(내려다보기,俯瞰)이라고 일컫습니다만 그 방법이 제 영감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당신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길 바라는가.
제조사 입장에서 만들어진 상품이 아닌, 본래의 사물이 가진 본질을 체감할 수 있는 사물을 생활 속에서 경험함으로써 본래 누렸어야 할 사람의 생활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물도 사람을 계몽하는 힘을 가졌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Q. 성공한 디자이너로서, 이제 막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한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저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가르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경험이 많을수록 그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내일의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얼핏 필요 없다고 여기던 디자인과 상관없는 직종에 흥미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한 다양성을 가진 시야를 가지고 그것을 활용하고 자신의 경험 가치를 높여가세요. 그렇게 하면 자기만의 선구안이 성숙하여 자기만의 독자적 스타일이 확립되지 않을까요.
에디터_ 김민경(mkkim@jungle.co.kr)
사진제공_ 온그라운드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