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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일본 최대의 종이축제

2006-10-13


글 SiSi Kim 두성종이 아트디렉터

(주)두성종이의 주요 거래처인 (주)타케오는 회사가 설립된 지 100년을 훌쩍 넘긴 일본 굴지의 종이유통 회사이다. 2002년 두성종이는 “세계포스터 백 년 전”이라는 전시회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하여 한국의 수많은 디자이너들을 매혹시킨 적이 있는데, 이 포스터들이 바로 타케오가 컬렉션하고 있는 포스터들로 한국에 타케오라는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타케오는 종이라는 매체를 통해 디자인의 미래를 열어가며 문화에 공헌하는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는 회사이며, 그 중에서도 1989년을 기점으로 매년 종이의 근미래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타케오 페이퍼 쇼’는 종이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선보이며 일본 최고의 페이퍼 쇼로 발전해 왔다.
타케오 페이퍼 쇼는 단순히 종이를 보여주는 페이퍼 쇼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유행을 리드하고 시대를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인, 공업 디자인, 건축, 일러스트레이션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과 젊은 아티스트들의 자유분방한 생각과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들의 예술과 디자인적인 영감을 고무시킬 수 있도록 컨템포러리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전시들을 기획 하고 있다. 각 전시는 아트디렉터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데, 일반적인 페이퍼 쇼라는 생각으로 전시를 보러 가면 종이를 찾아 보기 힘들 때도 있을 만큼 폭넓은 영역의 디자인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유서 깊은 굴지의 종이 회사답게 정기적으로 종이라는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종이의 문화, 종이의 진화, 종이와 인간과의 오랜 관계를 다시 주시하고, 원점 회기의 전시를 하는 것이다.

어느 해 전시장에 찾아가 보면 ‘이런 종이가 있었니? 몰랐었네.’ ‘이걸 이렇게 사용하는구나.’ ‘아~그렇구나, 이렇게 한번 해보자!’ 등등 즐거운 분위기에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종이 가게’를 만들어 놓기도 하고, 진화하는 인간의 감각이나 아이디어에 발 맞추어 새로운 ‘테크놀로지 - 디자인 - 종이’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때로는 철저하게 특수 잉크와 색지, 특수 가공, 오페크 잉크, 금/은 잉크, 박찍기, 엠보스, 레더커팅, 실크 인쇄 등을 내세운 테크닉 전을 선보이기도 하면서 ‘전달하기 위해 종이가 태어났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종이의 성질과 본질을 다시 한 번 음미하게 하고,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또한 새로운 종이를 만지고, 보고, 느낀 것을 관람객이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종이와의 신선한 만남의 장을 마련하기도 하며, 종이의 원점 회기와 동시에 소재로써 종이의 매력중의 매력인 백색의 종이만을 채택하여 먹 인쇄의 그라데이션, 베타인쇄의 색까지를 볼 수 있는 ‘종이의 숲’을 만들기도 하였다.


최근의 주요하고도 볼만했던 전시로는, 인간의 세계를 풍부하게 알아가는 것이 섬세한 감각기관의 집결체인 센서에 의해 오픈 된 세계를 느껴가는 것이라는 주제의 전시였다. ‘HAPTIC - 오감의 각성(五感の覺醒)’ 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하라 켄야(Hara Kenya)가 디렉팅을 한 파트로, 물질세계와 감각세계를 의식적으로 교차시키는 전혀 새로운 감각의 탐험이었으며, 건축가 및 각 장르의 디자이너, 미래 소재 연구자, 기업의 디자인팀, 전통기술의 장인, 아티스트가 촉감을 발전시켜 만든 미지의 일용품을 제안한 전시였다.

2006년 타케오 페이퍼 쇼는 ‘종이의 밸런스(BALANCE), 사람의 언밸런스(UNBALANCE)’라는 테마로 개최되었는데, 오픈하기도 전에 동경 아오야마의 대로에 있는 스파이럴에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만으로도 그 열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종이의 밸런스, 사람의 언밸런스’라는 테마는 종이가 그 소성(素性), 기능, 용도 등 다양한 밸런스를 생각하여 만들어 지며 또한 사용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 것으로 종이의 물리적 측면과 종이를 사용하는 사람의 심리적 측면을 ‘밸런스와 언밸런스’ 라는 단어로 크게 나누어 종이 그 자체의 가치를 재인식?재발견하도록 하였다.


종이의 물리적인 소성(素性)을 누구나가 알기 쉽게 표현하여 종이를 사용하는 사람 및 선택하는 사람들이 말로서 재인식할 수 있도록 5개의 키워드로 표현하였는데, 종이를 두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촉감이나 느낌으로 표현하여 ‘바삭바삭’ ‘푹신푹신’ ‘비침비침’ ‘매끈매끈’ ‘까칠까칠’하다고 구분하였다.
1부는 새로 구분된 5개 종이의 소성(素性)에 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어 만든 제작물들로 전시되었으며, 2부는 이미 우리 주변에 있는 제품들에 사용된 종이가 어떤 물리적인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는가를 검증하는 전시 디스플레이로 구성되었다.
또한 1층 전시장에서는 테마인 5개의 키워드 ‘바삭바삭’ ‘푹신푹신’ ‘비침비침’ ‘매끈매끈’ ‘까칠까칠’로 종이의 소성(素性)을 나누고 이에 맞도록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종이제품, 종이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사용사례가 전시되었다. 이 전시는 ‘왜 이 종이가 만들어 졌는가’ ‘왜 이 종이로 되어 있는가’ ‘왜 이 사이즈인가’ 등의 우리들이 모르거나 그냥 지나치기 쉬운 종이에 대한 질문들에 자문자답하게 해둔 전시라고 할 수 있으며, 종이가 가지는 폭넓은 기능과 특징 많은 제품을 전시하여 종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재인식하도록 하여 용도의 다양성과 깊이 있는 지식을 느낄 수 있었던 진지한 코너였다.


‘사람의 언밸런스’ 테마인 3층의 전시장에서는 5개 종이 소성(素性)의 느낌을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 활약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유니크한 시점으로 표현하게 하였다. 키워드와 제작물의 조합으로 크리에이터들의 자유로운 선택과 까다로운 요구를 통해 종이의 소성(素性)을 효과적으로 살려낸 작품들이 제작되어 선보였는데, 가상의 설정이지만 실제 기업 및 시설의 이름을 그대로 내걸고 제작되는 것도 있었을 정도로 무척 리얼하고 스릴 있는 전시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는 출구에는 2006년 타케오가 기획중인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전하고 있었으며, 저녁6시에 개최한 오프닝에서는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하는 ‘타케오상 (타케오2006 디자인史 연구논문, 디자인 평론)’ 입상자 발표를 함께 하면서 타케오 페이퍼 쇼가 단순한 종이박람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본 디자인계를 리드해나가는 선도 회사의 자부심과 이념들을 엿보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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