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9
현재 트렌드를 선도하는 인플루언서이자 아티스트인 김충재와 이덕형(DHL) 작가의 2인전 〈프롬 벡터(From Vector)〉 展이 오는 2월 25일까지 롯데갤러리 영등포점에서 개최된다.
두 아티스트는 패션, 공예 등 예술과 디자인을 넘나들며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이번 전시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제품디자이너인 김충재와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덕형은 공통으로 일상 속 소재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때로는 실용적인 언어와 방법론을 접목하여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프롬 벡터(From Vector)〉로 작은 단위에서부터 커다란 하나의 무언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결과물로 보여주어 관객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에 각자의 작업에서의 스케치, 도면 등의 초기과정부터 작업영상, 툴, 재료사용의 변화 등의 중간과정과 결과물을 순차적으로 나열함으로써 그들의 오리지날리티를 숨김없이 보여주며 관객과 함께 소통하고자 했다.
이 선상에 있는 것이 〈DHL의 노란 캔버스와 빨간 펜, 김충재의 검정 캔버스와 하얀 펜〉이다. 작가의 서명으로 시작해 전시가 끝날 때까지 관람객의 서명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완성되는 작품이다.
전시의 주제가 작은 단위부터 시작해 커다란 하나가 되기까지인 것처럼 자신의 삶과 습관이 고스란히 담긴 서명으로 채워진 작품은 전시가 끝날 때까지 완성을 알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서명에 참여한 관객이나 작가 모두 완성을 알 수 없는 작품은 이번 전시와 똑 닮아 있다.
인플루언서로서의 그들의 모습만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번 전시는 작가인 그들을 각인 시키고 앞으로 보여줄 작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각자 전공과 작업 분야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김충재(이하 김) 작업 분야를 선택하였기보다 나는 미술이라는 분야 안에서 자라왔고 아직도 자라고 있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물고기가 물속에 사는 것을 그들의 선택이라 말하기 힘든 것과 같다.
기억하기로 초등학교 입학 때 장래희망이 화가였다. 그림을 계속 그려왔고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해온 것 같다. 실용적인 언어와 방법론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배우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하여 제품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리고 현재는 신당창작 아케이드 입주작가로서 가구나 도자 제품 그리고 오브제를 디자인하고 만들고 있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것들과 어릴 때 그리고 만들던 것들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함에 감사한다.
이덕형(이하 DHL) 옷이나 신발 액세서리 등에 새겨져 있는 브랜드들의 로고가 좋았다. 좋아하는 브랜드들의 아이덴티티는 형태가 매우 단순했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또한 쉽게 흉내 낼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공부보다는 만화책에 빠져 살았는데 미술선생님의 강요로 어쩌다 만화입시를 준비하면서 만화학과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였고 미술과 디자인에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대학교에선 멀티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해 그래픽 디자인의 기본적인 툴과 역사, 상업적인 활용에 대해 공부하였고 사회에 일찍 뛰어들고 싶어 한 학년만 마치고 자퇴했다.
그리고는 클럽포스터 디자인으로 시작해 음반, 의류디자인, 제품디자인, 모션그래픽, 클럽, 음식점, 바, 공연장, 호텔, 기업 등의 로고를 만들게 되었고 현재는 개인 작업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작업의 소재와 영감은 어디에서 주로 얻나?
김 회화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 초기에는 미니멀리즘과 색면추상에서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조각과 건축으로부터 확장된 개념을 가지고 작업을 풀어가고 있다.
DHL 길거리에서 찾게 되거나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음악인이거나 미술인, 디자이너가 많아서 일상에서 항상 영감을 받는다.
다양한 협업 작업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김 2017년 마지막 작업이 세라믹 제품을 위한 사진이었다. 포토그래퍼 김시우, 플로랄 디자이너 김태희와의 협업이었다.
내 작업의 전반적인 테마 중 하나인 ‘타임리스(Timeless)’를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물이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가장 기억에 남기에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하고 싶다.
DHL 빈지노와 김한준, 신동민 셋이 속해있는 ‘IAB Studio’ BI 작업이 가장 즐거웠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들이 좋아하는 색깔을 로고에 녹였다.
지식과 체계보다 순수함과 열정을 더 많이 녹여낸 로고라고 생각한다.
추구하는 작업 방식은?
김 'Form questions function. (형태가 기능에 던지는 의구심)'이라는 철학으로 제품을 디자인한다. 루이스 설리번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를 비틀어 놓은 격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의 시작은 입체조형과 닮은 점이 많다. 평면에서 기본적인 조형요소들을 구성하고 그 요소가 입체가 되는 것과 반대로 입체가 평면이 되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디자인을 실제 제품화하는 단계에서 방식과 방법론에 어떠한 제한도 두고 싶지 않다. 새로운 물성을 다루되 디지털 기반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다. 과정에서 많은 테스트를 하는 편이고 최종 결과물에 책임감을 느끼려 노력한다.
DHL 경험을 토대로 실험하고 발전해 나간다. 경험이 받쳐주지 않는 시각물은 티가 나고 아마추어처럼 보인다.
두 작가의 협업 작업 과정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 전시 타이틀과 키워드를 포함한 전시 내용을 정리하는데 두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끝냈으니 상당히 수월했고 DHL과 이야기가 잘 맞아 많이 놀랐다.
전시준비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서로에 대해 알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수다에 가깝다가 때로는 술주정에도 이르렀다.
실제 전시의 분위기나 톤을 잡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았다.
DHL 김충재 작가와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빛과 그림자라던가 좋은 디자인의 군더더기 없는 그리드감, 단색화나 추상화 같은 디테일과 단순한 색과 형태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내면적인 세계에 대한 진솔한 얘기들이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서로 술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빠르게 큰 주제를 잡았고 서로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중에 한 명이 돋보이지 않는 계획으로 결정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김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김충재란 사람이 제품을 디자인하고 계발하여 최종 결과물에 이르기까지의 시간과 과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컵이 하나 만들어진다고 할 때 그 안에 숨어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러한 이야기들은 대체로 '유용함'보다 '아름다움'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흐르곤 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나는 그러한 흐름 속에서 몇 가지를 추려보았고 그 추려진 것들을 벡터라 이름 붙여보았다.
또한, DHL은 그만의 벡터가 있다. 그의 벡터를 알게 되면서 많은 걸 느끼고 공유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조화롭게 혹은 흥미롭게 우리의 벡터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DHL 벡터는 요즘 세대의 시각물을 만드는 창작자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면서 무제한 확장이 가능하다. 모두가 아티스트라고 말하는 건 좀 싫증나지만 정답이다. 작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큰 꿈으로 만드는 건 각자의 몫이다.
머리속에 있는 단순한 생각을 지식으로 다듬고 경험으로 간을 맞추고 자신만의 언어를 담는다면 모두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자신감을 얻게 되고, 삶이 나아지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작가나 인플루언서로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김 이번 전시를 보게 되는 사람들에게 인플루언서나 작가(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은 굉장히 모호하고 낯설 것이다. 더욱이 나란 사람을 아마 '기안84의 후배'나 '미대 오빠'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그럴 것이다.
대체로 그런 분들은 내게 '이제 연기나 가수를 할 건가요?’ 등의 질문을 주시곤 하는데 그런 질문들은 앞서 말한 모호함과 낯섦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10대였을 때 '힙합'과 '래퍼 (Rapper)'라는 타이틀은 정말이지 모호함과 낯섦 그 자체였다. 하지만 요즘 어떤 중고등학교를 가보아도 래퍼를 꿈꾸는 10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10년전 래퍼와 현재의 인플루언서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시 또한 단순한 2인전 이상의 가치와 의미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DHL 과정과 시대에 대해서, 각자의 경험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펼칠 수 있는 부족하지만 젊은 확고함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사람들에게 과정과 결과, 미묘한 다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앞으로도 그렇고 싶다.
팬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
김 예술, 디자인, 공예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흥미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DHL 놀랍지 않아도 이해되고 싶고 나의 경험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깨달음과 또 행복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롯데갤러리, 스피커(www.spee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