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1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펫팸족'(Pet-Family), 반려동물을 자신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펫미족'(Pet-Me) 등의 생겨나며, 그 시장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발표한 '2018 반려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의하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작년 2조 9천 억 원이었으며, 2020년에는 5조 8천 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의 이면도 있다. 값싼 저급 제품의 유통과 유기 동물의 증가다. 지난해 버려지는 유기 동물이 10만 마리에 육박하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현상 속에서 반려동물 디자인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여기 반려동물의 구강 구조와 주식을 연구해 오각형 식기를 만든 퍼플네스트와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으로 사회적 시선까지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반려동물 브랜드 바잇미가 있다.
두 브랜드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오각형 식기, 네스트보울
사람과 개·고양이는 구강구조도 주식도 다르다. 습식 음식이 고루 섞이고 숟가락과 젓가락 등의식기를 사용하기 편하도록 고안된 사람의 둥근 식기는 건조 사료를 빙글빙글 돌게 해 개·고양이가 섭취하기 어려웠다.
이에 퍼플네스트는 반려동물 식생활에 맞춘 식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건조 사료 키블이 식기 내에서 맴돌지 않고, 모서리의 직각을 통해 쉽게 혀에 감기도록 고안된 오각형의 ‘네스트보울’을 선보였다.
특히 오각형 모양은 구강 구조가 납작하여 사료를 잘 집어 올리지 못하는 시츄, 프렌치 불독, 이그조틱 등의 견종과 묘종에게도 잘 맞는다.
또한, 유아 식기에 주로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여 가볍지만 깨지지 않고, 환경호르몬 성분(DEHP)에서도 안전하다.
식기 자체에 계량 눈금이 있어 알맞은 급여량을 선택할 수 있어 비만 동물 관리에도 신경을 썼다. 종류도 소형견 및 고양이를 위한 short 스탠드, 중형견을 위한 long 스탠드로 다양하다.
네스트보울은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www.wadiz.kr/web/campaign/detail/16607)을 통해 선보였고 출시 24시간 만에 펀딩에 성공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유머러스한 디자인, 바잇미
애꾸눈의 강아지 캐릭터의 패키지가 시선을 사로잡는 바잇미는 기존 특색 없고 지루한 디자인이 넘쳐나는 반려동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뉴욕에서 유학 중이던 곽재은 대표는 우연히 유기견 사이트에 등록된 한쪽 눈이 없는 강아지 두부를 발견하고 고심 끝에 입양한 후 한국까지 데리고 왔다.
두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 시작한 반려동물 수제 간식 브랜드 바잇미는 현재 의류,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는 월간 바잇미, 유튜브 채널 등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한, 단순히 제품 판매를 넘어 ‘Please adopt don't shop’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함으로써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입양을 돕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바잇미는 두부가 대표라고 하는데, 맞나요? 제가 오늘 두부 대표님과 인터뷰를 잘 마칠 수 있을까요?
오늘은 두부 대표님을 대신해 바지 대표 곽재은이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바잇미는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저희는 건강한 수제 간식 2개를 구매하실 때마다, 1개의 간식을 유기 동물에게 후원하고 있습니다. 또, 지속적인 입양캠페인으로 유기동물들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고, 강아지와 고양이 공장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데 앞장서 고자 합니다.
바잇미를 처음 접했을 때 세련된 패키지에 놀랐어요. 어떤 콘셉트로 디자인되었나요?
제가 평소 예쁘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해요. 그런데, 강아지 간식을 사면서 한 번도 예쁜 패키지의 제품을 산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세련된 반려동물 간식을 꼭 만들고 싶었죠.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평소 친분이 있던 디자이너에게 패키징을 의뢰했어요. 서로 이견을 조율해서 지금의 디자인이 완성되었어요.
월간 바잇미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아이템 선정부터 디자인, 출시까지의 전반적인 제작과정이 궁금합니다.
국내외에서 잘 나갈 것 같은 적당한 가격대의 시즌 디자인상품을 미리 준비합니다. 디자인은 대부분 직원 투표로 선정합니다. 사실 디자이너가 밀고 싶은 상품에 더 공을 들여 선정 제품은 미리 정해진 듯하지만요(웃음).
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싶지만, 반려동물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사람을 위한 디자인 제품에 주력할 수 없어 아쉬움도 있어요. 또, 규모가 큰 사업이 아니기에 현실과 부딪칠 때도 있습니다.
바잇미하면 재미있는 광고가 떠올라요. 두부가 심야식당 마스터가 되거나, 유니클로 광고를 패러디한 개리스 광고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가 많은 것 같아요.
처음 SNS 운영을 하면서 소소하게 올린 영상이 입소문을 타고 많이들 좋아해 주셨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마케팅 영상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광고는 주로 시즌에 유행하는 영상을 패러디해서 제작해요. 강아지가 주인공이다 보니 더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은 제품 홍보 위주다 보니 두부나 꾸루(사원 강아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재미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어요. 많이들 구독해 주세요.
강아지는 사람과 달라서 맞는 옷을 찾기가 어려워요. 패턴을 만드는 것부터 고난의 연속이었을 것 같아요. 제작과정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매번 옷을 만들 때마다 사이즈때문에 고심해요. 실패도 많이 했고요.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이 많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는 거예요.
또, 직접 두부가 입었을 때 불편해하지는 않는지, 어떤 디자인이 더 편한지를 확인하고 반영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 노하우가 쌓일 거라 생각해요. ‘바잇미’하면 질과 디자인, 합리적 가격까지 만족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길 때까지 노력할 생각입니다.
수제간식을 2개를 사면 1개를 보호소에 간식을 보내거나 텀블벅 후원 프로젝트 등도 진행하고 있어요. 경영 철학이 있을까요?
한국은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요. 두부도 한쪽 눈을 잃은 유기견이었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예요.
다들 유기견이라는 인식 때문에, 입양하기 전에 많이들 고민하시는 거로 알아요. 하지만 이렇게 착하고 예쁜 유기견이 누군가의 소중한 반려동물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 나가고 싶습니다. 사지 말고 ‘꼭’ 입양하세요.
앞으로 어떤 제품을 출시할 예정인가요?
저희는 반려동물업계의 무인양품을 표방합니다. 디자인과 질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질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디자인도 중요하잖아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요.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퍼플네스트(www.purple-nest.com), 바잇미(www.bite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