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1
디자인정글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여기에는 작품관부터 먹고 사는 이야기까지 모두 담겨있습니다.
두 번째 주자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명민호 작가입니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rt)는 “사랑은 거부할 수 없이 열망하게 되는 거부할 수 없는 열망이다.”라고 했습니다. 명민호 작가는 이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너를 위한 무지개’라는 이름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마치 나의 연애 이야기를 들킨 듯이 그려낸 그림을 보며 웃고 울었을 이들에게 명민호 작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정말 바쁘시죠?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해요. 혹시 이 인터뷰를 통해 작가님을 처음 만나는 분을 위해 소개 부탁드려요.
네, 안녕하세요. 현재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너를 위한 무지개’를 연재하고 있는 만화일러스트레이터 명민호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순간과 감정을 그림으로 담아 칠하고 있습니다.
그림이 작가님과 많이 닮았어요. 본인을 그리시는 건가요?
네, 맞아요. 저와 여자친구의 일상이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언제부터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고 결심하셨나요?
어렸을 때 꿈은 만화가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보다 그림 그리기를 더 좋아했던 거 같아요. 전 그림이 너무 좋은데 부모님과 주변 사람 모두 반대했어요. 그래서 제대로 된 그림을 배운 적이 없었어요.
우연히 참가한 청소년 도대회에서 상을 받고 운 좋게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만화과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원하는 대학까지 합격하였지만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그림과는 거리가 먼 기술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군 재대 후 학교에 다니는데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열심히 하다 보면 누군가는 알아주겠지라는 각오로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모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현실은 비참하고 힘들었지만, 만화가라는 꿈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어요. 못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일하며, 쉬는 날 없이 그림만 그렸었습니다.
그라폴리오에서 연재를 시작한 과정이 궁금해요.
그라폴리오는 아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소개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그림을 포트폴리오처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꾸준히 올렸습니다.
그러다 운 좋게 그라폴리오와 정식 계약을 맺고 여자친구와 저의 일상 그린 ‘너를 위한 무지개’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라폴리오에는 하루에도 많은 양의 그림이 올라오잖아요. 거기에서 주목받기란 힘들 거 같아요.
저도 반응이 오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린 거 같아요. 단번에 빨리 주목받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 꾸준히 포트폴리오처럼 올리다 보니 견뎌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수익으로 이어지기도 하나요?
정식 계약을 맺은 작가이기 때문에 창작지원금을 받고 있어요. 또 그라폴리오를 통해 일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너를 위한 무지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세요.
저와 여자친구를 모티브로 한 연애 이야기라고 할까요. 연애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감성을 담아내고 있어요. 또 제가 일상에서 느낌과 생각도 함께 담겨 있어요.
그림이지만 만화처럼 스토리가 담긴 그림이에요.
그래서 그런가요.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그림을 보니 스토리가 있는 웹툰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제 꿈은 웹툰 작가였어요. 막상 준비하다 보니 제가 생각하던 방향과는 달랐어요. 그래서 일러스트를 그리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꿈을 접은 건 아니에요. 나중에는 인기를 떠나 저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작품은 어떤 도구를 이용해 그리시나요?
제 작품은 디지털 작업이기에 와콤 태블릿을 사용합니다. 드로잉은 클립 스튜디오, 채색은 포토샵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페어에 참가하셨죠. 인기를 실감하셨을 것 같아요.
페어 참가는 처음이었어요. 저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많은 관심을 주셔서 놀랍고 감사했어요.
페어 참가는 저의 그림을 예뻐해 주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을 하기 위해 참가하게 되었어요.
페어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은 분이 찾아오셔서 놀랐습니다. 저에게 팬이라며 케이크와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쪽지를 선물로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이번 페어를 통해 많은 관심과 그림에 대한 사랑을 느꼈어요. 한분 한분 정성스럽게 답하고 싶었지만, 처음으로 받아본 큰 관심이라 정신없이 보내버린 거 같아 아쉬워요.
이 자리를 빌려 찾아와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인정받기까지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정말 힘들었어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서울로 올라오기 위해 막노동부터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어요. 어렵게 서울에 왔지만, 생활은 녹록지 않았어요. 한 달 내내 라면만 먹은 적도 있고요. 그림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지금 위즈덤하우스와 함께 책을 준비 중입니다. 아마 올해 말쯤 만나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신다면요.
무엇을 하든 무엇을 선택하든 똑같이 힘듭니다. 어차피 힘들 거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꾸준히 하다 보면 누군가는 분명 알아줄 겁니다.
정글과 그사이(그림 그리는 사람들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는 민조킹 작가입니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명민호
그라폴리오_ www.grafolio.com/93minho
인스타그램_ www.instagram.com/93.mi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