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5
디자인정글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여기에는 작품관부터 먹고 사는 이야기까지 모두 담겨있습니다.
세 번째 주자는 민조킹 작가입니다.
사랑의 참모습은 무엇일까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뜨거운 순간을 보내는 그 모든 것이 사랑의 한 부분입니다. 민조킹 작가의 그림에 쓰인 야한 그림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작품을 본다면 우리가 하는 사랑의 모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솔직해집시다. 이것이 사랑 아닌가요?
안녕하세요. 저희 정글과는 두 번째 만남이네요. 책 출간 축하드려요. 강렬한 붉은 색의 표지가 눈에 띄었어요. 웹툰을 그리신 계기부터 출판까지의 과정을 듣고 싶어요.
저는 원래 연인의 사랑에 대해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2016년 12월에 〈모두의 연애〉라는 일러스트 에세이북을 출간했습니다.
첫 책 출간 후 좀 더 깊은 사랑에 관한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위즈덤하우스의 제안으로 카마수트라에 대한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기존 계획이 웹툰으로 바뀌게 되어 처음으로 연재를 하게 되었고, 연재한 에피소드를 모아서 〈쉘 위 카마수트라〉 1권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책이 비디오테이프 모양이에요. 콘셉트와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님 아이디어였나요?
아니요. 출판사의 아이디어입니다. 책이 어떻게 만들어질지에 대해서 들었을 때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단행본과 웹툰의 다른 점이 있나요?
웹툰으로는 연재하지 않았던 스페셜 에피소드와 주사위가 포함되어 있어요. 이번에 스페셜 기프트 에디션으로 제작된 버전에는 에로틱 부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하신 <모두의 연애>와 <쉘 위 카마수트라>을 읽다 보니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맞아요. 공감이 항상 저의 키워드입니다. 소재는 모두 저와 제 주변인들의 이야기에서 얻습니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는 일련의 과정이 엄청 특별할 것 같지만 사실은 대부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드렸고, 다행히도 많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작가님 작품은 많은 선을 사용하지 않지만, 인체의 곡선과 유연함이 느껴져요. 작가님의 드로잉 방법이나 스타일이 있나요?
저는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번역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지만, 어릴 때 꿈은 만화가였어요.
미대 입시를 포기하면서 기본기를 많이 갖추지 못했지만 그림 연습을 할 때 인체, 특히 여성의 신체를 그리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컴퓨터가 아닌 손작업을 주로 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무래도 컴퓨터로는 손 그림 맛을 살릴 수 없어요. 그래서 손으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웹툰 시즌2를 시작하면서 작업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태블릿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각자 장점이 있지만 선호하는 것은 수작업입니다.
SNS를 보니 저작권 문제로 힘드신 것 같았어요.
아직은 심각하게 저작권 침해 사례가 없어서 법적 대응까지 간 적은 없습니다. 다른 분야처럼 그림에 대한 저작권도 중요하게 다뤄지면 좋겠는데 아직도 타인의 그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강경한 어조로 주의를 주는 글을 종종 올리려고 합니다.
단순히 야한 만화, 야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는 편견을 가지는 사람이 있어요. 마음고생이 많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직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도 없었고 즐기면서 그렸어요. 인터뷰를 통해 노출이 되고그림을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도 생겼어요. 그런 의견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좀 더 책임감을 느끼려고 해요.
다만 역겹다는 등 무분별한 악성 댓글을 보면 작가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저를 지지해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기에 계속 작업해 나갈 겁니다.
지금 자리에 오기까지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나요?
일러스트레이터로 전업한 초기에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지류 굿즈를 만들어 판매했어요.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에 비교해 많은 이익이 남지 않았어요. 분기별로 들어오는 인세와 굿즈 판매 수익이 전부였던 시기였어요.
현재는 웹툰 원고료 덕분에 안정적인 수입이 생겼고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부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2월 말에 텀블벅을 통해 굿즈를 선보일 거에요. 3월 초에는 〈민조킹의 드로잉 노트〉라는 책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또 〈쉘 위 카마수트라〉 시즌 2 연재가 끝나면 책으로 출간 예정이고, 하반기에 또 다른 웹툰도 연재할 것 같아요.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개인전을 여는 거예요. 이래저래 바쁜 2018년이 될 거 같네요.
이제 시작하려는 예비 작가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꼭 잘 그린 그림이 아니어도 자신만의 콘셉트와 화풍이 있어야 해요. 또 그 그림에 어떤 메시지나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SNS를 잘 활용하시면 도움이 될 거에요.
정글과 그사이(그림 그리는 사람들 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는 subsub(섭섭) 작가입니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민조킹
인스타그램_ www.instagram.com/minzo.king
블로그_ https://blog.naver.com/minzo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