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9
여러분은 무엇에 위안받고 사시나요? 여기 우리와 비슷한 그 모습만으로 우리를 위로하는 인형이 있습니다. 연두색 몸뚱이를 웅크리고 있는 선인장, 바로 ‘웅장이’입니다.
무릎을 감싸고 앉아있는 웅크린 선인장 웅장이는 적극적이고 활동적이기 보단 뭔가 소심하고 조심스러워 보인다. 집밖에만 나서면 매사 움추러드는 나와 닮은 것 같다. 그 표정과 모습에 내 심정이 반영된 것 같아 바라보기만 해도 위안이 된다. 고민인형에게 고민을 맡긴다면, 웅장이와는 삶에 대한 푸념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꼭 내 모습 같은,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웅장이다.
웅장이는 2016년 10월 이다예 디자이너에 의해 탄생했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과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이다예 디자이너는 졸업전시에서 웅장이를 인형으로 제작, 선보일 기회가 있었다. 반응은 좋았다. “졸업전시를 준비할 당시 의욕도 없었고, 취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았어요. 그러면서도 남들이 잘되는 걸 보면 시기, 질투가 났죠. 그걸 표현하다보니 웅크리고 있는 선인장을 그리게 됐어요. 웅크리고 있는 모습에 뾰족한 가시를 넣었죠.”
이다예 디자이너는 원래 SNS에 취미가 없었지만 친구의 적극적인 권유를 통해 SNS계정을 만들게 됐고 웅장이를 SNS에 공개했는데 그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페이스북의 팔로워가 1,000여 명 있던 어떤 분이 웅장이 이미지를 허락도 없이 가져다 올리셨어요. 사실 처음엔 좀 화가 났는데 나중엔 감사할 일이 생긴 거예요. 하루아침에 그분 덕에 웅장이가 엄청나게 유명해졌거든요. 그분이 나중에 제 아이디를 공개하신 후 웅장이에 대한 문의가 엄청나게 많이 왔어요.”
웅장이를 제작해서 판매해달라는 요청으로 330개의 웅장이를 제작했고 DM으로 주문을 받았는데, 1분만에 완판됐다. 말그대로 ‘대박’이 났다. “솔직히 무서웠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한테 연락이 와서요. 기분이 무척 좋았고 재미는 있는데 또 떨리기도 하고 그랬죠.”
SNS를 통해 유명인사가 된 웅장이는 38, 50, 100cm 짜리 웅장이 인형, 가방고리 인형으로 제작됐고 에코백, 맨투맨 티셔츠, 동전지갑, 스티커, 접착식 메모지, 휴대폰 케이스 등의 굿즈로도 디자인됐다.
SNS에서는 웅장이의 일상을 엿볼 수도 있다. 여행을 가고, 강아지와 산책하고, 창가에 앉아 햇살을 쪼이고, 쭈욱 편 다리사이로 쿠션 하나를 끼고 뒹굴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혼자의 시간, 자신을 위한 여행, 맛있는 맥주와 커피를 즐기는 요즘 사람들과 닮아있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있다.
지난해 12월엔 웅크린 바나나 ‘웅바나’도 나왔다. 뽀얀 속살에 노란 후드티를 입고 있는 웅바나는 패키지까지 진짜 바나나처럼 생겼다. 웅바나의 인기 역시 웅장이 못지 않았다. 텀블벅에서 35분만에 목표금액을 달성할 만큼 그 인기가 대단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웅장이지만 아직 웅장이의 스토리는 다 알려지지 않았다. 웅바나 역시 탄생 배경에 어떤 일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무리에서 혼자서만 다른 모습으로 고민하는 웅장이, 스스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 나서는 웅장이 등 숨겨진 여러 이야기를 만나게 되실 거예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이다예(www.facebook.com/woongjanglazygogetter, www.instagram.com/lazycactus.woong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