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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도자로 만나는 세 개의 방

2018-03-28

 


 

여기 세 가지 이야기로 꾸며진 세 개의 방이 있다. 각기 다른 이야기로 채워진 이 방들의 공통점은 ‘도자’다. 도자 작품은 물론 아트 퍼니처, 조각, 회화 작품도 볼 수 있다. 

 

흙이라는 재료를 통해 설치미술과 디자인 작업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헌정 작가의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흙’의 질료적 특성을 넘어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조형적, 공간적, 건축적 사유를 종합하여 선보인다. ‘세 개의 방’이라는 전시의 주제는 각각 조형적, 공간적, 건축적 사유를 담고있다. 

 

도예, 조각, 건축을 모두 공부한 작가의 작업은 흙에 관한 사유로 인해 확장되고 조형적, 건축적 형태로 발현된다. 

 

‘세 개의 방’은 흙으로 빚은 ‘상자들의 방’, ‘두 개의 방’, 사무와 전시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The rooms with three stories〉, March 2018, Sophis Gallery, Seoul Korea

〈The rooms with three stories〉, March 2018, Sophis Gallery, Seoul Korea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두 개의 시선이 공존하는 ‘두 개의 방’을 만나게 된다. 전시장에서는 보여지는 대상(작품)과 관찰하는 주체(관람객)가 공존하는데, 이 공간에서는 누가 관찰 대상이고 관찰 주체인지 확실하지 않다. 전시장 밖 우리의 삶에서의 시선, 관찰, 주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Wall Chair〉, Glazed ceramic, 230x65x227cm, 2016

〈Wall Chair〉, Glazed ceramic, 230x65x227cm, 2016


 

두 번째로는 사무와 전시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갤러리 오피스로 사용되는 사무공간에는 작가의 도자 가구가 배치되어 있다. 〈Wall Chair〉와 〈Stool〉 등의 작품은 실용적으로 사용되는 가구들로 작품들의 설치 및 전시는 조형성을 보여주면서, 전시를 위한 공간과 사적인 공간의 구분에 대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The rooms with three stories〉, March 2018, Sophis Gallery, Seoul Korea

〈The rooms with three stories〉, March 2018, Sophis Gallery, Seoul Korea



〈풍경이 있는 박스〉, Glazed ceramic, 35x55x35cm, 2018

〈풍경이 있는 박스〉, Glazed ceramic, 35x55x35cm, 2018


 

마지막으로 ‘상자들의 방’은 내부와 외부가 관계하는 공간이다. 도자로 빚어진 상자, 물이 담긴 상자, 구멍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상자 등 여러 상자들이 전시돼 있다. 이 상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보면 외부와 내부 공간의 상호작용을 느낄 수 있다.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 Glazed ceramic, wood, glass, 260x260x270cm, 2018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 Glazed ceramic, wood, glass, 260x260x270cm, 2018


 

직접 상자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자 이헌정 작가의 작업 여정을 종합하는 대규모 도자 설치물인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은 내부 2.4x2.4x2.4m, 외부 2.8x2.8x2.8m 규모로 성인 4~5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상자이자 방이다. 은은한 조명과 의자, 작고 뾰족한 창 등 모든 것이 도자로 제작돼 있다. 공예와 건축, 조각의 영역을 하나로 빚어낸 이 작품 속에 들어가 관람객은 명상을 할 수 있다. 

 

도자로 표현한 자유로운 작품세계 등 이헌정 작가의 신작 2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5월 4일까지 소피스 갤러리에서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소피스 갤러리(sophis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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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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