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8
디자인정글과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글과 그사이 일곱 번째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김다희 작가입니다.
패션 화가라고도 불리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는 옷을 정직하게 그리기보다 자신의 감각과 생각을 더 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김다희 작가의 그림을 보면 패션은 입어서 즐거울 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때로는 과감한 터치로 패션 일러스트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패션 일러스트라고 하면 조금 생소해 할 이들도 있어요. 어떤 분야인지 또 기존 일러스트와는 무엇이 다른지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패션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김다희입니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은 패션디자이너가 옷을 만들기 위해 그리는 일러스트와는 달라요.
패션디자이너는 옷을 구상하고 구상한 이미지를 시각화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지만, 저는 이미 만들어진 옷을 재해석하는 그림을 그려요. 만들어진 옷에 저의 시각을 입혀서 다시 표현하는 거죠.
에디터도 대학교 때 패션 일러스트 수업을 들었어요. 수업 시간을 돌이켜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키우기보다 지도 교수님에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의 스타일이 완성되기까지 과정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저는 패션 일러스트를 배운 적이 없어요. 학원에서 기본적인 도구의 사용법이나 표현 테크닉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절대 그림 스타일을 가르쳐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지금의 그림을 만들어 왔을까?’ 생각해보니 산업디자인이라는 전공 덕을 본 것 같아요. 복잡한 것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단순화하고, 사람의 기억에 남을 방법을 배웠거든요. 그래서 제 그림도 단순화해서 많이 그렸어요.
하지만 요즘은 다시 디테일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계속 똑같은 걸 그리면 지겹잖아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그려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그리다 보면,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어져요. 재미있으면 자꾸 그리게 돼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만의 스타일이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주로 어떤 도구를 사용해 그리시나요?
요즘은 수채화 물감을 주로 쓰고 있어요. 가끔은 화장품도 사용해요. 색감이 물감보다 뛰어난 경우가 있더라고요.
예전에는 주로 컴퓨터를 사용했는데, 손 그림을 그리다 보니 컴퓨터로 만들지 못하는 질감이 좋아지더라고요.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찍는 것도 재미있어요.
손 그림에 컴퓨터를 적절히 사용하면 예상치 못한 작업물이 만들어지기도 해요.
작업 시간은 얼마 정도 걸리나요? 또 영감은 어디서 받는지 궁금해요.
작업은 뭘 그릴지, 어떻게 표현할지 구상하는 데 가장 오래 걸려요. 실제 작업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요. 1시간 내외 정도.
패션 관련 콘텐츠를 많이 봐요. 또 쇼핑하는 걸 좋아해서 인터넷으로 예쁜 물건을 보다가 그걸 그리기도 해요.
청바지, 진주 등 오브제를 사용한 그림도 있었어요. 이런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일반 그림과 다른 게 그려야 할 것 같아요.
오브제는 주로 그림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떠올리고, 그것이 최대한 돋보이도록 스케치를 해요. 액세서리나 소품 만드는 취미가 있어서 집에 부자재가 많아요. 그림을 그리다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그때그때 더하기도 해요.
회사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 작가에게 작업의뢰는 어떻게 들어오나요? 또 자신을 알리려는 방법으로 주로 무엇을 사용하시나요?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블로그를 운영해왔어요. 블로그에 가끔 그림을 올리면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어요. 꾸준히 올리고 브랜드를 태그하다 보니 팔로워가 늘었어요. 요즘은 SNS를 최대한 활용해서 작업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요. SNS에는 국경이 없어요. 전 세계 누구에게든 저를 알릴 수 있어요.
요즘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열정만 가지고 살 순 없어요.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나요?
맞아요. 솔직히 말해서 그림만 그려서는 충분히 돈을 벌기가 힘든 것 같아요. 특히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는 초반에는 힘들어요. 다른 부수적인 수입원이 있어야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준비 중인 프로젝트나, 작품이 있나요?
좋은 기회로 베이징에서 중국 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서 캔버스에 표현할 수 있는 색다른 스타일을 연구하고 있어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가 꿈인 이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해요. 좋아하는 것을 해야 꾸준히 할 수 있어요. 일단 좋아하는 것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주세요.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김다희
블로그_ sokisock.com/221216853271
인스타그램_ www.instagram.com/sokida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