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6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퉁딱퉁딱’하는 소리가 들린다. 전시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길수록 소리는 더욱 선명해진다. 빠키 작가의 작품 〈문자를 만들어 내는 움직임〉의 소리다. 문자를 만들어내는 소리인 셈이다.
국립한글박물관에 가면 한글의 소리를 듣고 한글의 디자인을 볼 수 있다. ‘소리×글자: 한글디자인’에서다. 세종탄신 621돌 및 즉위 600주년을 기념하고 한글디자인 발전의 계기를 위해 마련된 특별전이다.
한글디자인의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고 도전해보고자 하는 이 프로젝트가 올해로 2회째를 맞이했다. 눈치챈 것처럼, 이번 전시의 주제는 ‘소리’다.
전시는 ‘한글의 탄생 원리’와 ‘소리를 나타낸 한글의 규칙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에 집중하고, 한글디자인을 ‘소리의 이미지화’라는 시각적 차원과 ‘소리의 채집·기록’이라는 음성적 차원의 상관성으로 풀어낸다.
1부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은 소리가 바로 글자가 되는 한글의 탄생 원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자음 5개(ㄱ, ㄴ, ㅁ, ㅅ, ㅇ)와 모음(·, ㅡ, ㅣ)으로 최대한의 소통을 누릴 수 있는 한글의 탄생 원리와 소리가 어떻게 한글이 됐는지 상호적 관계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가 어떻게 소리에서 글자로 탄생하는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도 흥미롭다.
2부 ‘소리×글자×디자인’에서는 각 글자에 담긴 소리의 차이를 다루며 한글디자인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김윤태, 김현석, 네임리스, 빠키, 석재원, 왕현민, 장성, 정진열, 하지훈 등 건축, 가구, 그래픽,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오랜 시간 한글박물관과 협업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소리의 파장이 일어나면 움직임, 이미지, 진동의 변화가 생기는 것처럼 작가들은 소리에 시시각각 대응하는 한글의 문자적 유연성과 차이를 ‘소리 길’, ‘소리 시각’, ‘소리 기록’, ‘소리 채집’ 등 네 가지 관점에서 해석해 선보이며, 소리를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소리 경험과 기본자 8개로 선이 입체가 되는 공간 경험을 제시해 문자가 가진 다층적, 다의적 조형언어를 보여준다.
작가 인터뷰 영상을 보면 작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 한글을 대하는 마음도 달라진다. 전시는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6월 3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