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4
안그라픽스에서 출간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은 디자인하는 사람 요리후지 분페이가 20년 넘게 일하며 얻은 경험을 가감 없이 정리한 책이다.
디자이너가 아니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때문이다. 요리후지 분페이는 책을 디자인하고, 광고를 구상하고, 그림을 그린다. 결국 평면의 세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일이다.
그는 광고 업계에서는 책 만드는 사람으로, 출판 업계에서는 이것저것 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사회에서 규정한 틀에 비추어 ‘정리되지 않은’ 사람인 셈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라고 정의하기보다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책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가 생생한 날 것 그대로 담겨있다. 그림을 즐겨 그리던 꼬마가 디자인이라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고군분투하며 지금에 이르게 된 과정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텔레비전도 마음대로 보지 못한 유년기, 치열한 경쟁 속에 보낸 학창 시절, 밤낮으로 로봇처럼 일만 하던 회사 생활, 디자이너로서 독립하여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기까지의 노력, 여러 사람과 의견을 조율해가는 과정,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방법 등 진솔하고 신랄한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는 그를 이렇게 표현 했다.
“나는 그를 디자이너가 아니라 ‘디자이너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존경한다. ‘표현의 완성’이라는 목표 지점에 집착하기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을 포괄적으로 분석해 목표 지점은 저쪽일 거라며 이끌어주는 길잡이, 그가 바로 요리후지 분페이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