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0
아드만 스튜디오의 〈월레스와 그로밋〉은 우리에게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알게 해 주었고,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마음 깊이 남았다.
애니메이션 부문 아카데미상 4회 수상, 영국의 아카데미 상인 BAFTA상 2회 수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닌 40년 전통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DDP에서 열리고 있다. ‘아드만 애니메이션: 월레스&그로밋과 친구들’이다.
‘아드만’은 아드만 스튜디오를 만든 피터 로드와 데이비드 스프록스턴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들은 ‘아드박(Aardvark, 땅돼지과)’의 ‘아드(Aard)’와 ‘슈퍼맨(Superman)’에서 ‘맨(man)’을 따 그들만의 슈퍼 히어로 ‘아드만(Aardman)’을 만들었다. 이 애니메이션을 BBC에 15파운드에 팔았고 1972년 ‘아드만 애니메이션(Aardman Animations)’이라는 이름을 공식 등록, 아드만 스튜디오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호주 멜버른을 거쳐 4번째로 열리는 전시로, 아드만 스튜디오의 탄생 배경, 초창기 작품부터 90년대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데려간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파이가 되기 싫어 농장에서 탈출하려는 닭들의 일탈기를 그린 〈치킨런〉, 변기 너머 지하세계를 그린 〈플러시〉, 크리스마스의 로망을 불러일으키는 〈아더 크리스마스〉, 해적 시대 최고의 해적이 되기 위한 모험기를 그린 〈허당해적단〉까지 아드만의 대표 장편 애니메이션의 모든 제작 과정, 드로잉과 스케치, 주요 캐릭터, 세트, 영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드만 스튜디오를 창립한 피터 로드와 데이비드 스프록스턴, 1985년 월레스와 그로밋을 제작한 닉 파크 등 아드만 스튜디오 식구들의 작업 모습과 일상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전시는 모두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 번째 이야기 ‘아이디어가 드로잉으로’에서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첫 번째 시작점인 스토리보드와 드로잉 등 140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두 번째 이야기 ‘드로잉이 조각으로’에서는 152점의 조각 및 세트 작품을 선보인다. 드로잉, 스케치북, 콘셉트 아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움직임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평면적인 형태의 스톱 모션에도 관심을 갖고 혁신적인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다양한 작업들을 볼 수 있다.
‘드로잉이 조각으로’는 다시 네 가지 테마로 구성, 아드만 스튜디오의 영감의 원천인 ‘자연’, 기발한 독창성을 보여주는 ‘기계와 발명품들’, 건축학적인 접근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집과 건축물’, 세부적이고 사실적으로 제작하는 모형들을 볼 수 있는 ‘장인들’로 이루어져 아드만 스튜디오만의 디테일과 예술성을 관찰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야기 ‘조명으로 형태를 띠다’에서는 21점의 영상 및 드로잉 작품이 전시된다. 매우 정확한 효과를 발휘하는 조명 시스템과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인물들을 생생하게 만들고 감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네 번째 이야기 ‘움직임이 빛에 형태를 부여하다’에서는 〈숀더쉽〉 영화 세트에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과정을 재현하는 특수 조명장치가 결합된 작품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 설치된 이 세트는 스톱모션 영화에서 감성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조명의 역할을 보여준다.
218점의 드로잉 및 스케치를 비롯해 93점의 디지털 아트워크, 61개의 촬영 세트 및 클레이 애니메이션 인형 등 총 372점의 작품과 함께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단편 애니메이션, 대중매체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제작 비하인드 영상까지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다양한 작품뿐 아니라, ‘드로잉과 스케치를 통한 아이디어 및 스토리 구성, 클레이 모형 탄생, 조명을 통한 작업, 모형의 움직임, 주인공 탄생’이라는 과정을 모두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예술가들의 생각이 모형으로 살아나고 이야기로 완성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7월 12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