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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따사로운 햇살처럼 마음을 어루만지는 디자인, ‘오마치’ 양지윤 디자이너

2018-06-07

 


 

조금 빨리 여름이 찾아온듯하지만 창을 열고 가만히 있으면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며 내리쬐는 햇살도 사랑스럽다. 

 

오마치 스튜디오 양지윤 디자이너의 작업도 그렇다. 기분 좋은 빛과 코끝을 간지럽히는 바람처럼 따뜻하고 청량하다. 빛, 바람, 햇살이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에서 시작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그는 최근 KCDF 윈도우 갤러리를 통해 바람에 향이 더해진 작품을 선보였다. 한지와 한복 천으로 전통적인 요소까지 표현했다. 

 

메마른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셔주는 단비 같은 작업을 선보이는 오마치 스튜디오 양지윤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Dance of Breeze_민들레

Dance of Breeze_민들레

 

Dance of Breeze_도토리, 플라타너스

Dance of Breeze_도토리, 플라타너스

 

 

안녕하세요. 먼저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마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양지윤이라고 합니다. 주로 빛과 바람 그리고 식물에서 받은 영감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창작자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오마치(OH MARCH)’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3월에 겨울의 끝이 있어요. 흐드러진 화사한 꽃도 없고 여전히 시리지만 문득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는 첫 순간이 3월에 있어요. 그 순간은 큰 위로가 되죠. ‘아 이제 추운 겨울이 끝나고 기다리던 봄이 오는구나.’ 그래서 저는 3월이 희망을 담은 달이라 생각해요. 이렇듯 화려하진 않아도 문득 따사로이 스며드는 작업을 하고 싶어 ‘오, 3월(oh, march)’로 이름 지었어요.  

 


팝업카드 ‘Greening’, 환경디자인 공모전 ‘GREEN EARTH’ 대상 수상작

팝업카드 ‘Greening’, 환경디자인 공모전 ‘GREEN EARTH’ 대상 수상작

 

 

어떤 작업들을 해오셨나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 때 만들었던 ‘Greening’이라는 팝업카드였어요. 중국의 사막화 문제를 알리기 위한 전시를 위한 작업이었는데요, 디자인붐(designboom)과 일본디자이너협회가 주최한 ‘GREEN EARTH(2008)’라는 국제환경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다양한 환경 캠페인 및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디자이너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업을 기점으로 초기엔 환경문제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감성적인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당시에 매체에서 많이 다뤄졌던 북극곰의 죽음이 주는 죄책감(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사람들은 처음엔 반응하지만 반복되다 보면 결국 무뎌질 수밖에 없다고 느껴 저 나름대로 긍정적인 접근 방식을 고심했었습니다. 그래서 씨앗 한 알을 직접 발아시켜보고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는 것과 같이 작지만 경이로운 개개인의 경험_ 즉, 일상에서 만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작업하게 되었어요. 소중함을 알아야 지킬 수 있고 가슴으로 와닿는 소중함이란 어쩌면 굉장히 작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오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작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자연의 아름다움 자체를 표현하는데, 몰입해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잠시 멈추고 바라볼 때 만날 수 있는 햇살, 바람, 식물에 큰 위로와 영감을 받아요. 최근에는 식물 성장 메커니즘에 관심이 생겨 다양한 자료를 접하고 있어요. 정보 습득의 초기화 단계이지만, 조금씩 쌓이고 내면화되면 어떤 식으로든 작업으로 나오겠지요. 

 

KCDF 윈도우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KCDF 윈도우 갤러리 전시



최근 KCDF에서 열린 전시는 어떤 전시인가요?

지난 2월 KCDF에서 ‘공예, 디자인 전시 공모’ 사업을 했었어요. 공예, 디자인 분야의 10명의 신진작가를 선발, 개인별로 약 한 달씩 윈도우 갤러리에서 전시할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요, 이 공모에 선발되어 지난 5월 10일부터 6월 9일까지 약 한 달간 전시하게 되었어요. 

 

한지와 한복 천을 결합한 모빌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요, 작품 설명 부탁드려요.

한지+한복 천을 박음질로 결합한 이 모빌의 정확한 용도는 ‘디퓨저 모빌’이에요. 흡수성이 좋은 한지와 한복 천에 좋아하는 향을 뿌려놓으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향이 퍼지는 원리예요. 전통 채색화의 번짐에서 나오는 은은한 그러데이션을 색감 모티프로 잡았고 생동하는 봄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전체적인 형태를 발랄한 곡선으로 표현했어요. 

 

봄이 왔을 때 사람들마다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감정 또는 활동을 식물로 표현한 작품 〈랄랄라〉

봄이 왔을 때 사람들마다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감정 또는 활동을 식물로 표현한 작품 〈랄랄라〉

 

 

‘랄랄라’라는 제목은 어떻게 붙이게 되셨나요?  

실은 모빌 개체마다 각각의 이름이 있어요. 사랑에 빠진 무, 민들레의 설렘, 양귀비 왈츠와 같이 봄이 왔을 때 사람들마다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감정 또는 활동을 식물로 표현한 것인데요, 이런 것들을 포괄할 수 있는 즐거운 이름을 찾다가 ‘랄랄라’로 짓게 되었어요. 모빌 형태를 이루는 곡선과 필기체 ‘lalala’가 닮아있기도 하고요. 

 

특별히 한지를 사용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지금은 한지 자체의 아름다움에 빠져있지만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한지의 친환경성 때문이었어요. 보통 종이를 만들 때는 몇 십 년 이상 자란 큰 나무를 베어내지만 한지의 경우 한정된 토지에서 매년 재료용 닥나무를 심고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나무를 베어내 한지의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산림을 해칠 염려는 없었어요. 또한 제작 과정에서 표백을 위해 화학 약품 대신 양잿물이나 햇빛으로 표백을 한다는 점도 이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 저는 대학 졸업 직후였기 때문에 제품 제작 경험이 전무했어요. 그래서 첫 시도때는 한지가 기계에 걸려서 공장에서 쫒겨나기도 하고 로스가 나서 비싼 한지의 절반을 버리기도 하는 등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죠. 초보에게는 어려운 소재였는데, 저는 진짜 그것조차 몰랐었죠. 

 

이후 몇 년간 한지를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작업을 할수록 자꾸 한지 생각이 났어요. 닥 섬유의 따스한 질감과 빛 투과성과 같은 한지 고유의 장점은 그 어느 종이도 대신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몇 년 뒤 경력이 쌓이고 제작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다시 한지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에겐 ‘첫사랑’같은 한지예요. 

 

한지와 한복 천의 결합도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이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게 되셨나요?

한지의 다양한 매력 중 하나는 자연스러운 빛 투과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형태 유지를 위해 두께가 있는 한지를 사용하면서 그 매력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결합했을 때 전체적인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 얇은 한지의 그 느낌을 대신 표현할 수 있는 소재를 찾다가 한복 천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같은 한국적인 소재이기도 하고 다양한 색상의 파스텔톤 원단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 그리고 한지처럼 향을 머금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둘 다 한국적인 소재이긴 하지만 물성이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종이와 패브릭을 함께 사용하시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물성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섬유를 전문적으로 다루시는 분들의 전공 법을 따르지 않고 종이를 다루는 방식으로 접근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기존 섬유의 쓰임은 주로 옷을 만든다거나 가방을 만들기에 내구성과 같이 실용적인 부분에 중점을 둔다면 저의 경우 표현하고자 했던 느낌이 명확했기 때문에 물성, 그러니까 텐션, 투명도 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Shape of Light 노트. 구멍 사이로 빛이 들어와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모양이 따뜻하다.

Shape of Light 노트. 구멍 사이로 빛이 들어와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모양이 따뜻하다.

 

 

빛을 이용한(종이에 구멍을 뚫어 빛과 그림자가 들어오게 한) 작업도 매우 자연친화적이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 참 좋은데요, 빛과 그림자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하신 작업인가요?

네, 햇살이 주는 위로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해요. 맑은 날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보고 아름답다는 느낀 경험이 누구나 있을 거예요. 이 소중한 경험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아이템인 노트, 모빌에 담아 표현했어요. 빛이 주제였기 때문에 색 없이 형압으로 형태를 만들어 온전히 빛과 그림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씨앗의 발아와 성장을 관찰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씨앗카드

씨앗의 발아와 성장을 관찰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씨앗카드

 

 

씨앗카드(seed card)는 국내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방송에서도 소개가 되었는데요, 어떤 카드인지 소개해주세요. 

씨앗 발아와 성장을 관찰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길 바라며 만든 카드예요. 발아래 삼각형에 씨앗이 부착된 소년(소녀)를 흙에 삼각형 부분까지 수직으로 꽂아 세워줍니다. 흙에 물을 주고 기다리면 소년(소녀)가 바라보는 자리에 새순이 돋아나요. 처음엔 소년보다 작았던 새순은 약 두 달 뒤 소년보다 훨씬 크게 성장하게 되는데요, 이때 종이로 만들어진 소년은 자연스럽게 분해되어 스러지고 결국 식물만 남게 돼요. 보기엔 귀엽기만 한 카드지만 실은 ‘지구의 주인이 인간은 아니다. 우리는 겸손해져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모시를 활용한 새로운 작업을 준비 중이시죠?

한산 모시가 전과정 장인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귀하고 아름다운 소재이다 보니 소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시키려고 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우선 모빌 사이를 걸어 다니며 가깝게 볼 수 있는 두 번째 전시를 계획하고 있어요. 펼쳐진 디스플레이 구성을 멀리서 보는 것보다 밀도 있게 걸린 공간을 거닐었을 때의 느낌이 백배는 더 좋더라고요. 실제로 이 점을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리고 한산 모시를 소재로 한 작업을 준비 중인데, 아마 6월에는 프로토타입을 선보일 것 같아요.

 

오마치 스튜디오의 양지윤 작가는 ‘메종앤오브제 파리’, ‘리빙디자인페어’, ‘서울디자인페스티벌’, ‘공예트렌드페어’, ‘프랑크푸르트 페이퍼월드’ 등에 참여했으며 designboom GREEN EARTH 1st prize,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상징관광상품공모전 입선, KCDF 한지상품개발 디자인 경연대회 이사장상, 한지상품개발 디자인 경연대회 2위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양지윤(www.instagram.com/ohmarch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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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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