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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유비소프트 일러스트레이터 김일, EA 바이오웨어 스튜디오 컨셉 아티스트 이인경

2018-06-14

 


 

미국 게임 회사 아티스트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지난 기사에서 소개했던 이미나 컨셉 아티스트의 뒤를 이어 미국의 게임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두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미나 컨셉 아티스트의 진행으로 이루어진 유비소프트 김일 일러스트레이터와 EA 바이오웨어 스튜디오 이인경 컨셉 아티스트와의 인터뷰.

 

인터뷰 진행_ 이미나 컨셉 아티스트

 

먼저 각자 소개를 부탁드려요.

김일 안녕하세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유비소프트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김일이라고 합니다.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을 전공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cademy Art of University, AAU)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컨셉 아트를 전공하고 학사를 졸업했습니다. 

 

이인경 안녕하세요. 저는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EA 바이오웨어 스튜디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인경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회사와 게임회사들에서 배경 컨셉 아티스트로 일하다가 2010년에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AAU로 유학을 왔고, 졸업 후 바이오웨어에 입사해서 스타워즈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팀의 컨셉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일 일러스트레이터

유비소프트 김일 일러스트레이터


이인경 컨셉 아티스트

EA 바이오웨어 스튜디오 이인경 컨셉 아티스트


 

지금 근무하고 계신 회사와 하시는 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김일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와 ‘파크라이 시리즈’ 등,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프랜차이즈 게임들을 제작하는 글로벌 게임회사예요. 현재 저는 유비소프트 스튜디오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는데요, 현재 게임의 표지, 홍보용 일러스트 및 스토리보드 등의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인경 EA 바이오웨어는 캐나다 에드먼튼과 미국 오스틴의 두 스튜디오로 이루어진 회사인데요, 1995년 설립된 이후 ‘매스 이펙트’, ‘드래곤 에이지’ 같은 시리즈들을 통해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연출, 특색 있는 캐릭터들로 넓은 팬층의 지지를 받아왔고, 곧 ‘앤썸’이라는 새로운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어요. 

 

회사 안에서의 제 타이틀은 컨셉 아티스트예요. 한국에서는 주로 ‘원화가’라고 불리는 직업인데 게임에 들어가는 각종 디자인의 안들을 작업해서 제시하고 팀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프로젝트에 가장 잘 맞는 아트의 방향을 찾아나가는 일이죠. 

 

실무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요? 

이인경 먼저 어떤 아트 컨셉이 게임에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일을 해요. 게임 콘텐츠를 기획하는 디자이너들, 스토리 작가들이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고, 제가 먼저 물어본 후 대화를 통해 알아가는 경우도 있어요. 바이오웨어 게임들은 스토리 위주로 개발되기 때문에 이 과정이 중요하죠. 그렇게 게임 콘텐츠에 대한 파악이 끝나면 자료조사와 함께 간단한 아이디어 스케치를 한 뒤 아트디렉터와 같이 보면서 큰 방향을 정하게 돼요. 큰 컨셉이 대략 정리되면 그때부터는 디테일한 디자인 시트들을 제작해서 3D 아티스트들에게 보내 최종 결과물을 만들죠. 

 



이인경 컨셉 아티스트의 작업

이인경 컨셉 아티스트의 작업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되셨나요?

이인경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을 4년정도 했었기 때문에 AAU를 졸업한 뒤에도 자연스럽게 비슷한 일을 계속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가 EA의 한 스튜디오에서 계약직 컨셉 아티스트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해서 아트 테스트를 봤는데 운이 좋게 합격이 돼서 3개월 정도 작업을 했어요. 이런 미국에서의 업무 경험과 또 한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바이오웨어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통과해 정식 직원으로 채용이 됐어요.

 

 

김일 일러스트레이터님은 처음엔 공업디자인을 전공하셨는데요?

김일 한국에서 공부할 때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로 진학하여 산업디자이너가 되고자 했어요. 하지만 디자인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정말로 이 일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러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칠 때쯤, 생각과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체화 시키는 디자이너의 일보다 상상하고 표현하는 것 자체를 좋아함을 알게 됐죠. 그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던 중에 일러스트레이터와 컨셉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이 일이라면 정말 즐겁게 내 일을 할 수 있겠구나’하고 느껴 전공을 바꾸기로 마음먹게 됐어요.

 

일에 대한 매력을 꼽으신다면?

이인경 컨셉 디자인을 할 때 리서치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영역을 알아가게 되는 게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중세 시대 컨텐츠를 만들 땐 그 분야에 집중하다가 또 사이파이 프로젝트를 할 때는 그에 관련된 새로운 자료들을 접하고 연구하게 돼요. 그러다 보니 건축, 복식, 밀리터리에 대해 준전문가급으로 해박하신 분들도 많죠. 또 요즘에는 컨셉 아티스트들이 2D로만 작업하지 않고 좀 더 직접적인 3D 아티스트들과의 소통을 위해 컨셉 모델링을 하거나 VR 기기를 통한 모델링 작업까지도 하는데, 이런 새로운 툴이나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른 작업 스타일을 개발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에요. 

 

유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김일 ‘무언가를 하겠다’라는 목표점이 바뀌었을 때가 제 동기들이 취업을 해서 직장을 다니거나 대학교를 졸업하던 시기였어요. 어쩌면 좀 늦은 시기이고 ‘정말 전공을 바꿔도 괜찮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어느 순간 그 두려움이 ‘그래, 한번 제대로 해보자. 하려면 뒤돌아 보지 않을 곳으로 가서 공부하자’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됐고, 샌프란시스코로 오게 됐어요.

 

유학하시는 동안, 대학에서 어떤 작품을 준비하셨나요?

김일 저는 〈스타워즈〉를 작업한 ILM 같은 영화사처럼 정말 사실처럼 보이는 일러스트와 컨셉 아트들을 만드는 영화사나 게임회사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학교를 다닐 때부터 그런 스타일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집중했죠. 사실적인 표현을 위한 컴퓨터 그래픽 테크닉을 배우고, 사진을 편집하는 기술도 배웠어요. 필요에 따라 3D 그래픽 프로그램들을 배워서 더 사실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드는데도 집중했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한 장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 영화적 구성 및 연출 기법 등을 공부했어요.


준비하신 사실적인 일러스트와 컨셉 아트에 관련해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일 먼저 왜 이러한 일러스트와 컨셉 아트가 필요한지를 설명해 드리자면, 한편의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혹은 한편의 게임이 제작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게 돼요. 그 제작 과정에서 감독과 작가들이 써 내려간 글과 스케치 속에서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를 그려낼 사람이 필요한데,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컨셉 아티스트와 일러스트레이터예요. 영화사와 게임회사는 마치 실제 하는 것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스타일을 만들 일러스트레이터와 컨셉 아티스트가 필요해요.

 

저는 사실적인 표현의 과정에서 2D 스케치를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확한 카메라 구도를 가진 장면으로 만들고, 그 장면 위에 사진들을 겹치고 수정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요. 2D로 그려내는 작업에는 실제처럼 보이는데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사진이나 3D 프로그램을 이용한 방법은 더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하고 시간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김일 일러스트레이터의 로봇 작업

김일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


 

대학 때 준비하셨던 작업 방법들이 현재 실무에서도 사용되고 있나요?

김일 네, 맞아요. 현재 유비소프트의 게임 표지 및 홍보용 일러스트의 경우, 2D로 그려내는 일러스트보다는 3D 캐릭터와 배경을 이용한 일러스트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저 역시 일러스트레이터로써 그리는 작업뿐만 아니라 3D 툴을 사용한 작업까지 하고 있어요. 대학을 다니면서 공부했던 3D를 이용한 작업 방법이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AAU는 어떤 학교인가요? 프로그램의 장단점이 있다면? 

이인경 AAU는 학교 자체에 어학 프로그램도 있고, 첫 학기에 듣는 수업에는 외국인 학생을 도와주는 어학 선생님이 계셔서 적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또 방과 후 워크숍 프로그램이 많아서 크로키나 인체 데생 연습을 언제나 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의무로 들어야 했던 차콜 드로잉과 유화 수업들이었는데, 이 수업들을 들으면서 색이나 컴퍼지션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그림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게 돼, 디지털 페인팅 스타일도 크게 변하게 됐어요. 

 

단점을 꼽자면, 학생들에 대한 제약이 별로 없기 때문에 본인이 확실한 목표를 갖지 않으면 학교 수업만 듣는다고 해서 취업에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는 힘들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학교 과제는 정해진 주제를 가지고 모두 비슷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프로페셔널한 포트폴리오에서는 오히려 넣지 않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취업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김일 졸업 후부터 국내외의 광고나 영화사에서 일을 받아 프리랜서로 스토리보드나 컨셉 아트 일을 하게 됐어요. 이때 배운 것은 제 분야의 일을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주어진 시간 안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만큼의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함을 알게 됐죠. 많지 않은 작업 시간 안에 작업을 끝내기 위해 분명한 계획을 세우고 빠르게 진행하는 ‘실행력’을 키워 나갔고요, 덕분에 차츰 큰 프로젝트 일을 맡게 돼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엑스포’의 애니메이션 스토리보드, ‘평창 패럴림픽’의 개회식과 폐회식 컨셉 아트 등의 작업에도 참여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경험이 쌓이던 중, 유비소프트에서 프리랜서로 캐릭터 디자인을 하게 됐는데, 이때 회사 측에서 원하던 작업보다 많은 작업을 진행해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무엇보다 철저한 시간관리와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과 3D 작업을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회사에서 이 부분을 높이 산 덕분에 ‘회사에 와서 함께 일해보자’는 연락을 받았고, 유비소프트에 취업할 수 있게 됐어요.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일 현재는 지금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회사의 팀원들과 새로운 작업을 계속 함께 하고 싶어요. 만약 여유가 된다면 제 작업에 관한 컨셉 아트북을 만들고 싶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김일(ilkimart.com), 이인경(www.inkyung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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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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