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0
2002년도 월드컵으로 우리는 ‘축제’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모두 함께 승리를 기원하며 응원한 시간들은 우리를 하나 되게 했다. 2018년, 월드컵이 돌아왔고 축제는 다시 시작됐다. 첫 번째 경기의 결과는 아쉬웠지만 괜찮다. 이미 우리는 충분히 즐기고 있으니.
월드컵의 재미를 더해줄 전시와 함께라면 더 좋을 것 같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WE DRAW FOOTBALL’은 축구를 주제로 한 전시로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을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전시에는 다니엘 나리, 이다 코스케, 얀 달롱, 광작가, 김보미, 붓질, 주키, 정형대, 페노메노, 아트모스피어, 에어피규어, 진완 등 한국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다국적 작가 12팀이 참여해 회화, 디자인, 캐릭터, 피규어, 조형물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9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축구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먼저 미국의 다니엘 나리(DANIEL NYARI)는 축구를 주제로 꾸준한 작업을 해오고 있는 스포츠 그래픽 아티스트다. 선수들의 특징을 그래픽화해 브라질의 호나우두, 아르헨티나의 세르히오 고건 아구에로 등 선수들의 팀과 국가 심벌의 칼라, 표정과 동작 등을 단순화시켜 직선적으로 표현, 캐릭터의 특징을 나타내며 순간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의 포스터 이미지로 사용된 다니엘 나리의 〈Moments in World cup History〉는 1930년대부터 2014년까지 20개의 상징적인 월드컵 기념물을 한 화면 속에 담아낸 작품이다.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이다 코스케(IIDAKOSUKE)는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작업을 시작, 일과 취미의 경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들과 자국의 선수들을 명화 속 주인공이나 왕 혹은 투우 선수 등으로 등장시켜, 축구선수의 멋진 플레이를 예술의 경지로 해석해 영웅적으로 표현하거나, 명화를 모티브로 패러디해 재치 있고 위트 넘치게 표현한다.
역동성을 극대화하는 선과 색을 표현하는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얀 달롱(YANN DALON)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스포츠의 생동감 있고 사실적인 인물 표현으로 유명한 얀 달롱은 핸드드로잉, 아크릴 페인팅, 잉크, 수채화 등의 전통적인 기법과 디지털 기법을 함께 사용해 주로 히어로나 스포츠 스타를 힘 있고 절도 있는 펜 터치와 수채화 느낌으로 표현한다.
한국의 광작가의 작품도 전시된다. 축구의 다이내믹한 동작을 표현하는 광작가는 역사적인 순간이나 장면들을 콜라주 형태로 표현하거나 역동적인 모습을 마치 움직이는 모션처럼 붓 터치로 표현한다. 〈국가대표 2018〉은 박주호, 기성용, 황희찬, 손흥민, 김승규 선수와 대한축구협회의 협업으로 진행된 월드컵기념 국가대표 스페셜 페인팅으로 선수들의 역동적인 포즈와 특징을 표현했으며, 한국 유니폼 컬러를 활용, 선수들이 모였을 때 태극문양을 이루도록 구상했다.
스포츠 선수들을 캐릭터나 피규어 형태로 디자인하는 한국의 주키(ZOOKI)는 유니폼이 가진 색상들을 활용해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고, 선수들의 얼굴을 카툰과 팝아트 기법으로 표현해 스포츠가 가진 재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축구선수들의 모습을 화려한 색채감을 사용해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H9PITCH 스튜디오 아트디렉터이자 아디다스 풋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한국의 페노메노(FENOMENO)는 스포츠 선수의 이름 이니셜과 유니폼 넘버를 활용해 페이스 그래픽으로 표현, 선수의 주요 특징을 심플하게 묘사한다. 태극전사들의 투지와 투혼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태극전사〉는 당당하고 투지 넘치는 표정의 선수를 통해 월드컵에서의 멋진 활약을 기대하게 한다. 우드 토이 형태로 제작한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화려한 그래픽을 활용해 포스터 형태의 스포츠 그래픽 아트를 하는 한국의 아트모스피어(ATMOSPHERE)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영웅화하는 그래픽 작업을 선보인다. 각 작업에 사용된 색은 선수들만의 개성과 아이덴티티(identity)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러 패턴과 색채의 혼합으로 표현된 월드컵 선수들의 열정은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더욱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참여 작가 중에는 체육을 전공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터도 있다. 한국의 진완 작가로 프로스포츠의 상품의 콘셉트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스포츠 디자이너인 그는 스포츠 일러스트가 스포츠의 긍정적인 인식과 부가산업의 가치를 상승시켜 보다 다양한 스포츠 산업의 분야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개인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
현대 사회 속에서의 스포츠의 의미와 미학을 표현하는 김보미 작가와 호날두와 메시를 사천왕과 접목해 축국천왕도를 그린 붓질, 스포츠의 상징적인 오브제들을 감동과 아름다움의 순간으로 묘사하는 정형대 작가, 압충경량기술과 아트를 결합해 신기술 조형물을 제작하는 전문예술팀 에이피규어(AIRFIGURE)의 작품 등도 볼 수 있다.
또한 30여 개국을 돌며 4만 8,000여 점의 축구 관련 유물 자료를 모은 이재형 축구 컬렉터의 소장품도 공개된다. 그의 대표적인 소장품인 1950년대 ‘황금다리’로 불렸던 최정민의 축구화와 1930년 남북축구대항전에서 사용됐던 축구공이 공개된다.
전시에서는 작품들과 함께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얼굴이 그려진 아티스트 티셔츠와 아트상품들과 대한축구협회 월드컵 공식 MD 상품들도 만날 수 있다.
아트를 통해 축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느끼게 해줄 이번 전시는 7월 1일까지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롯데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