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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디자인 혁신의 중심에 서다

2008-07-08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적 디자인트렌드 전문 연구센터인 국제디자인트렌드센터(이하 IDTC)를 소개한다.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 소재 영역에서 디자인 트렌드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IDTC를 찾아, 국내 디자인 산업의 믿음직스러운 파트너가 되기까지 각종 활동과 사업에 대해서 짚어 봤다.


취재ㅣ 김유진 객원기자, 사진ㅣ 스튜디오 salt


몇 년 전, 다보스 포럼에서 21세기를 이끌어갈 주요 키워드로 3D (Digital, Design, DNA)를 선정한 이래 세계의 산업적, 사회문화적 이슈의 중심에 항상 디자인이 있어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또한 디자인 관련 화두를 주요 정책으로 다루고 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사실이 있다. 키워드로 꼽히는 ‘디자인’은 디자인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 여기에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디자인의 파워와 역할에 보다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므로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확장해서 생각해야 한다. 산업적 측면, 기술적 측면, 경영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지금의 관건은 ‘디자인을 활용하여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더 가깝다.

많은 트렌드 센터 중에서도 IDTC의 존재가 돋보이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의 지원으로 2001년 설립된 IDTC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디자인 트렌드 정보 제공을 통한 디자인 이노베이션’. 나건 센터장에 의하면 “이노베이션이란 투입 대비 엄청난 양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며, 디자인 이노베이션이란 그런 고부가가치를 디자인을 통해서 창출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IDTC가 제공하는 양질의 디자인 트렌드 정보는 2차, 3차 등의 연쇄적인 가치를 생성한다. 사회문화 연구, 테크놀로지 연구, 디자인 전략을 축으로 디자인 트렌드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효과적인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에 IDTC가 주축으로 삼는 연구 영역은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 소재 및 가공프로세스. 잠재적 소비자, 즉 “사람들을 매료시킬만한 제품과 서비스는 그것을 이용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는 관점에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라이프스타일 연구 담당의 오가영 팀장은 말한다. 사회문화 트렌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신상품 개발 전략과 아이디어 발상에 도움이 되는 트렌드 키워드가 IDTC를 통해 나오는 연구의 결과물이다.
뉴욕, 런던, 도쿄 등 해외 트렌드의 거점이 되는 도시에 대한 관찰과 연구에 관한 자료 역시 국내 혁신 상품 및 서비스 전략 수립에 매우 유용하다.

라이프스타일이 인간적인 요소에 관한 연구라면, 디자인 소재 및 가공 프로세스는 비인간적인 요소, 즉 물질적인 요소에 관한 연구다. IDTC는 디자인 경쟁력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디자인 소재 및 가공기술을 연구 대상으로 채택하고 있다. 디자인 컨셉트를 실현시키는데 있어서 소재와 가공기술의 선택은 제품의 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디자인 소재∙기술 연구팀의 김유진 팀장은 “이미 잘 알려진 소재뿐만 아니라 첨단 신소재와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사례, 국내외 500여 업체 정보로 구성된 DB를 구축했다.”고 IDTC의 성과를 전했다. 이것이 디자이너와 제조자 간의 원활한 교류를 가능케 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연구사업의 결과를 디자인 업계와 공유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은 IDTC의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IDTC의 각종 정보를 기반으로 한 컨설팅 사업은 IDTC에서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강화하게 될 영역이다. 이는 IDTC의 노하우를 기업 등과 공유하고,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사업이다. 궁극적으로 디자인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접근 방법이다. 출판사업의 경우도 비슷하다. 단순히 책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IDTC가 수집, 분석한 양질의 정보들을 다양한 디지털 매체와 새로운 환경에서 쓸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느냐, 에 더 무게가 실린다.
나건 센터장의 말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을 눈에 보이는 지식으로 가시화시켜 주는 것”이 바로 이 편찬사업이다. 교육사업 역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의 연구영역을 포함, 디자인 매니지먼트에 관한 교육사업은 실무자들에게 직접적인 정보 전달의 역할을 한다.

지식경제부, 서울특별시, 한국디자인진흥원 등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카드, 독일의 모듈라(Modular)사 등 국내외 주요 기업과 진행하는 협업 및 공동프로젝트들은 IDTC의 역량을 확인해주는 증거다. ‘디자인 코리아’라는 구호가 이제 낯설지 않을 정도로 디자인은 산업에, 일상에 점차 깊이 스며들고 있다. 디자인이라는 21세기의 키워드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들을 제시하는 IDTC는 결국 국내 산업의 첨단에 서있는 셈이다. 디자인 혁신의 사례가 하나, 둘 덧붙여질수록, 이제 막 설립 7년을 넘긴 IDTC의 역사 역시 새롭게 써지게 되리라는 것은 그래서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IDAS,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장 재직 시절부터 디자인 트렌드 리서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오셨는데. IDTC 센터장이라는 중책을 맡을 때 가졌던 목표나 다짐은 무엇이었나? 그간의 성과에 대한 자평과 간략한 소회를 듣고 싶다.
흔히들 디자인은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영역이라고만 생각한다. 디자인이라는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감성을 논리적으로 바꾸어 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디자인 리서치’는 그런 점에서 유용하다. 남들이 해놓은 것들을 분석하고 정리하면 평생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 학교에서 강의했던 과목이 바로 이 ‘디자인 리서치’였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이슈와 트렌드를 분석하는 기관인 IDTC 센터장을 맡았을 때도 그리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 감성적인 것들을 체계와 틀로 잡아서 이성적인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목표였다. 많은 성과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IDTC의 방향은 맞게 잘 온 것 같다.

디자인 트렌드 지표로 라이프스타일(Lifestyle)과 소재(Material)에 중점에 두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것을 이해하면, 트렌드의 70%를 이해하는 셈이다. 트렌드라는 말은 세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페드(Fad), 트렌드(Trend), 메가트렌드(Megatrend)다. 비즈니스적으로 최고의 관심은 페드 중에 어떤 것이 트렌드 혹은 메가트렌드로 갈 것인지 골라내는 안목이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잣대가 공감이다. 페드가 트렌드로 가기 위해서는 초기의 몇 사람이 아닌 다수의 공감이 필요하다. 이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래서 라이프스타일이 중요 연구대상이 된다. 인간의 의(衣), 식(食), 주(宙), 행(行), 그리고 가능하다면 사(思), 즉 생각이라는 지표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읽을 수 있다. 소재의 경우는 실제 디자인과 관련되어있는 기술의 트렌드를 짚어내기 위한 것이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소재는 제품들의 변화를 야기시킨다. 결과적으로는 제품이 따라서 사람도 바뀐다. 그래서 라이프스타일과 기술, 그 기술중에서도 소재를 중점적으로 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IDTC가 여타 트렌드 센터와의 차별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디자인 관련 트렌드 센터가 우뇌적인 접근을 한다면, 우리는 트렌드가 나올 수 있는 근거를 논리적으로 강화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필요로 하는 조직들과 나누고, 또 디자인 정글 등과 같은 매체를 통해서 확산시킨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구체적인 연구사례나 사업 등,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다면.
제품디자이너를 위한 가공 기술 가이드북인 를 출판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는 스탠포드대학에서 교재로도 사용되었다. 해외의 소재 샘플들을 모아서 만들었던 머티리얼 샘플 키트와 한국디자인진흥원(KIDP)과 함께 만든 디자인 소재 정보지도 기억에 남는다. 디자인 진흥원과 ‘몬스터디자인’ 사이트를 통해서도 굉장히 많이 다운을 받았더라. 아쉬웠던 이슈는 ‘사용자 경험’과 ‘트렌드’를 엮어서 국내 기업과 추진했던 프로젝트다. 사정상 중간에 무산되었는데,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 토픽이다.

산업적으로 디자인의 역할이 강화됨에 따라 IDTC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 각종 연구사업과 컨설팅 사업 등 보다 역점을 두는 부분이나 앞으로 확장하려는 역할은 무엇인가.
현재는 연구가 80이라면, 컨설팅이 20정도의 비율이다. 궁극적으로는 연구와 컨설팅이 50:50이 되는 구도다. 연구나 분석들을 시스템으로 만들어버리면 연구에 대한 노력을 10만하고 나머지 90을 컨설팅에 쏟아도 괜찮을 것이다. 현재 80의 연구를 10 또는 20의 시스템으로 어떻게 만드느냐가 고민이다.

대학원의 디자인 경영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트렌드 센터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디자인 실무자들과 만날 텐데.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집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할 것 같다.
학교와 센터에 동시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양쪽을 다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디자이너들의 가장 큰 문제는 책을 안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학교 다닐 때 배운 것을 써먹어도 어느 순간에는 바닥 나지 않는가. 물론 반대로 공부만 하는 사람들은 실무감각을 놓치기가 쉽다. 학생들에게는 실무자와 많이 접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실무자들에게는 요즘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많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관련 종사자, 디자인 전공자 등에게 당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세상을 넓게 보길 바란다.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눈이 필요하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감성과 논리의 조화인 것처럼 말이다. 디자인은 독립적인 분야가 아니다. 디자인의 가치를 통해 경영하는 사람에게, 기술을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서비스 할 것이냐, 어떻게 그 가치를 보여줄 것이냐, 에 대해 고민하길 바란다. 눈을 크게 뜰 필요가 있다.

IDTC 02 744 7322
www.idtc.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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